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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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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40g | 141*205*30mm
ISBN13 9788967997601
ISBN10 896799760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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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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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린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거예요. 탈출 게임…… 다들 아시죠? 바로 그런 거예요. 생각해 봐요. 게임 속에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도 막 벌어지잖아요. 우리한테 뭘 선택하라고 하는 여자 목소리도 게임이라면 설명이 가능해요. 그러니까 프로그램 같은 거죠. 그리고…….”
이름처럼 영민해 보이는 중학생 소년은 침을 꿀꺽 삼킨 뒤 사람들을 둘러봤다.
“……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삭제되는 거죠. 프로그램에 의해.”
‘게임이라.’
민욱으로서는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게임 속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실험일지도 모른다던 민영의 말이 더 설득력 있었다. 하지만 영민에게서 ‘게임’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께름칙한 느낌 하나가 마음속에서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
상철의 욕도 들렸지만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민욱은 눈앞으로 날아드는 나방을 후려쳤다. 또 다른 나방이 어깨에 붙었다. 한 손으로 재빨리 떼어냈다.
깍깍깍깍.
나방은 미친 듯이 날뛰면서 이상한 소리를 냈다. 민욱은 순간 자기 눈을 의심했다. 나방의 눈 아래쪽에 입이 달려 있었다. 입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했다. 이빨들이 마구 부딪치면서 그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다.
깍깍깍깍.
“민욱 씨!”
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욱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홱 돌렸다. 날카로운 통증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먹잇감을 놓친 나방이 피로 물든 이빨을 드러내며 민욱의 눈 바로 앞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온몸이 환하게 타올랐다. 민욱은 그 나방을 낚아채 땅에 내동댕이친 뒤 발로 밟았다.
-
“안 돼!”
민욱은 소리를 질렀다. 눈앞에 과거의 어떤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컴컴한 물속이었다. 물귀신이 내뻗는 수많은 손이 민욱의 다리를 붙잡고 자꾸만, 자꾸만 아래로 끌어당겼다. 민욱뿐만이 아니었다.
여자와 아이. 또 다른 두 사람.
그때도 민욱은 그 두 사람을 꼭 잡고 있었다. 사력을 다해서,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토하며.
“으아악!”
현실로 돌아왔다. 민욱은 그때처럼 울부짖었다. 소용돌이는 무심하게, 그러나 냉정하게 민욱의 울음을 집어삼키며 속도를 더해갔다.
‘틀렸어. 도저히 안 돼…….’
한계였다. 팔이 끊어질 것 같았다. 손아귀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더 걱정인 것은 영민이었다.
“히, 힘들어요.”
영민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겨우 숨을 토해냈다.
“이러다 다 죽어! 선택을 해.”
광현이 내지르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
이윽고 새파란 하늘과 그 밑에 늘어선 빌딩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희는 화면을 보자마자 그래픽 운운했던 도루묵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늘은 물론이고, 건물, 자동차, 나무, 할 것 없이 게임 오프닝 영상은 그야말로 어린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조악한 그림 같았다. 파란색 크레파스로 듬성듬성 칠한 것 같은 하늘, 삐뚤빼뚤하거나 기우뚱하게 선 건물들, 형형색색 자동차들. 커다란 나무들은 기괴하다 싶을 정도로 죄다 빼빼 말랐고 그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들여다보면 볼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화면이었다. 그것이 게임 제작자의 의도라면 제법 효과적이었다.

잠잠하던 화면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잠시 후 모든 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거기서 빨간 안개가 새어 나와 도시를 뒤덮었다. 일그러진 얼굴로 절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위로 천천히 제목이 떴다.
안개 미궁.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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