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몇 날, 몇 주, 몇 달, 몇 해가 지난 뒤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그가 책상 앞에서 일어나 길을 떠나기만 한다면 훗날 책상의 반대쪽으로 다시 돌아올 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사실이다. 그리고 누구나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계속 똑바로 나아가면 이 책상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는 걸 나는 알지." 남자가 말했다.
"그걸 알긴 하지만 믿을 수는 없어. 그러니까 진짜 그런지 한번 시험해 봐야겠어."
"똑바로 걸어가보는 거야." 이제 아무것도 더 할 일이 없는 그 남자는 얼마든지 똑바로 걸어가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남자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 그게 십 년 전 일이고 그때 그는 여든 살이었다.
이제 그는 아흔 살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 중국에 다다르기 전에 그 사실을 깨닫고 여행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따금 나는 대문 밖으로 나가 서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가 어느 날엔가 지쳐 느릿하게, 그러나 웃음을 띠며 숲에서 걸어나오는 것을 본다면, 그리고 내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해 준다면 나는 정말 기쁠 것이다.
"이젠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네."
"언제나 똑같은 책상, 언제나 똑같은 의자들, 똑같은 침대, 똑같은 사진이야. 그리고 나는 책상을 책상이라고 부르고 사진을 사진이라고 하고, 침대를 침대라고 부르지. 또 의자는 의자라고 한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불러야 하는 거지?"…
"이제 달라질 거야." 이렇게 외치면서 그는 이제부터 침대를 '시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피곤하군, 사진 속으로 들어가야겠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아침마다 한참씩 사진 속에 누운 채로 이제부터 의자를 뭐라고 부를까를 고심했다. 그러다가 의자를 '시계'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시계 위에 앉아 양팔을 양탄자 위에 괴고 있었다.
"언제나 똑같은 책상, 언제나 똑같은 의자들, 똑같은 침대, 똑같은 사진이야. 그리고 나는 책상을 책상이라고 부르고 사진을 사진이라고 하고, 침대를 침대라고 부르지. 또 의자는 의자라고 한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불러야 하는 거지?"…
"이제 달라질 거야." 이렇게 외치면서 그는 이제부터 침대를 '시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피곤하군, 사진 속으로 들어가야겠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아침마다 한참씩 사진 속에 누운 채로 이제부터 의자를 뭐라고 부를까를 고심했다. 그러다가 의자를 '시계'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시계 위에 앉아 양팔을 양탄자 위에 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