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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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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2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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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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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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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1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7.1만자, 약 5.9만 단어, A4 약 107쪽?
ISBN13 9788966478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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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니들은 해변에 오면서 수영복도 안 가져오냐?”
민박을 정해 짐을 풀고 모두들 바다로 몰려갈 때였다. 동태가 나와 수정을 보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를 입은 우리 두 사람이 퍽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네놈이 그럴까 봐 더 못 가져오겠더라, 이놈아. 어이없어하며 다른 쪽으로 가려는데 그때, 동태의 시선이 우리 뒤쪽으로 향하더니 휘파람을 분다. 돌아보니 언뜻 보아서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여자 두 명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지나치게 짧은 반바지와 상체에 빈틈없이 달라붙는 티. 무엇 때문에 휘파람까지 불었는지 짐작이 간다.
“고등학생 같지? 옷이 왜 저러니?”
좀 짧긴 했어도 앞으로 다가올 10년쯤 뒤에는 많이 보게 되는 옷차림이니 나야 그리 어색하지 않았지만 수정은 퍽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당시만 해도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들은 너무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하다. 책상에만 앉아 있는 여아들의 육체가 기형적으로(?) 변모해가는 현상 때문에 스스로 가리고자 하는 마음이 낳은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해변가 그녀들의 옷차림이 많이 튀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괜히 웃음이 나와서 비죽비죽 웃다가 수정에게 등을 한 대 얻어맞았다. 왜 같은 여자를 보며 웃느냐는 어이없는 힐책과 함께.
아직 7월 중순이라 그런지 바다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생각보다 물이 차갑다고 알려주며 8월이 되어야만 해수욕 인파가 늘어난다는 가겟집 아주머니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옆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 떼의 대학생들이 무리 지어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석원이 훗, 하고 웃는다. 네가 왜 웃는지 나는 알지.
“왜 뺏어 먹었던 거야?”
이제 와 얘기하는 거지만, 그때 진짜 열 받았거든. 나는 수학여행 당시를 회상하며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뭔지 보려고.”
“그럼 보기만 하지 왜 먹어?”
“맛도 봐야지.”
간혹 석원이 장난을 칠 때, 다른 곳보다 눈이 가장 많이 변하곤 했었는데 지금도 그렇다. 평소에는 삶의 의욕이 별로 없는 거리의 반항아처럼 보이다가도 이럴 때만 갑자기 반짝거리는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다. 하, 하, 하. 짧게 끊으며 몇 번 웃어준 뒤 수정에게 향했다. 다시 희미하게 웃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쟤 좀 말려봐.”
다가가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채경화를 가리키는 수정. 뭐 때문에 그러나 봤더니 경화는 비치발리볼을 하자고 무섭게 주장하고 있었다. 다들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도 너무 조르니까 나중엔 억지로 금을 긋긴 하는데…… 그어질 리가 있나, 모래밭인걸.
“난 안 할래.”
“열외는 없어. 여기 있는 사람 다 하기 싫어해, 지금.”
싫다는 수정을 억지로 끌고 가는 마대걸레 아저씨를 보니 애초에 여자들에게 발휘하는 배려심 같은 건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쩌면 저렇게 무식하게 끌고 갈까. 팔이 아픈지 울상을 하는 수정을 본체만체하며 플레이 볼! 하고 외치는 그 아저씨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데 순간, 갑자기 날아가는 작은 행성 하나 때문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자! 덕만 오빠 말대로 플레이 보올!”
아니, 저 애가 지금 제정신인가. 혼자 신났다는 듯 깡총거리며 애교 있게 소리치는 거야 본인 성격이라고 하겠지만, 대체 이게 무슨 비치발리볼이냐고.
“모두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 거로군.”
동태마저도 비관적이 되는 걸 보니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농구공 가지고 하는 비치발리볼도 있냐고!
바닷가까지 농구공을 들고 온 채경화라는 어린 여중생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는데 옆에서 난데없이 퍽! 소리가 나며 누군가 넘어져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겁에 질려 쳐다보니 동태가 농구공에 머리를 맞아 모래 바닥을 마구 헤집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 사이 다시 농구공이 여기저기로 휙휙 날아다니기 시작했고 급기야 비치발리볼은 비치 농구볼로, 그리고 비치 농구볼은 살인 핵 농구볼로 바뀌고야 말았다.
말들은 가벼운 배구라고 하는데, 지금 날아다니는 공을 보면 결코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서로 금을 넘기는 데는 관심 없고 그저 강 스파이크로 상대편 머리 맞히기에 온 정성을 들이는 것이다. 맞는 소리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맞는 족족 괴로워하며 모래바닥에 넘어져 파닥거리는 것도. 눈에 살기까지 띠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니 살아오면서 쌓인 게 많은 듯 보인다. 특히 동태와 마대 아저씨.
“아! 아씨.”
공 피하랴, 그들을 살피랴, 정신없이 눈을 굴리다가 급기야 나 또한 농구공에 맞아 넘어지고 말았다.
“뭐? 씨발?”
“내가 언제 그랬어?”
쓰러진 내 모습이 너무 처참하여 신경질적으로 일어서는데 동태가 이죽거린다. 날 맞춘 빈은 저만치 흘러가는 구름에게 인사라도 하고 있는지 뒤조차 안 돌아보는데. 저런 나쁜! 머리에 정통으로 맞아서 어질어질한 몸을 못 가누고 있자니 석원이 옆에 수건을 하나 깔아주며 앉아 있으라고 한다. 그리고 그 틈에 수정도 냉큼 나와 내 옆에 앉았다.
“어떻게 비치발리볼을 저렇게 처절하게 할 수가 있을까?”
“하하하하하.”
우리 둘이 너무 웃었는지 다들 째려본다. 웃긴 걸 어떻게 해.
“농구공으로 살인피구를 하는 인간들은 저 사람들밖에 없을 거야.”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수정이 ‘와아, 역시 석원이 참 잘한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반팔티를 어깨까지 둘둘 걷고 하는데 얼마나 잘 맞추는지 진짜 홍길동 같다. 석원도 맞추는 걸 무지 좋아하는군. 하긴 그러니 쌈질을 하고 다니지.
그에 비해 빈은 자기자리에 가만히 서서 오는 공 외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아까부터 한 번도 안 맞은 건 석원과 빈뿐이다. 석원은 잘 받아쳐서 그런 거지만 빈 저 녀석은 냉큼냉큼 잘 피해서 그런 거다.
“석원이랑 많이 친한가 봐, 다들.”
나 외에 석원에게 편하게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신기하게 바라보던 수정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석원과 안 친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계속 무시당하고 있는 채경화만 빼면.
수정의 말에 그러네, 석원이 학교에서는 정말 친구가 별로 없었네, 하는 생각을 하며 가슴속이 짠해지는데 그때였다. 고개를 숙여 모래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하던 수정이 다시 작게 중얼거렸다.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잘했을 텐데.”
아마도 수정인 유성을 생각한 듯하다. 이렇게 다 같이 올 줄 알았으면 유성에게도 연락을 할걸 그랬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아직도 수정인 모래 위를 네모와 세모, 동그라미로 채우고 있었고 나는 석원의 활기 찬 모습을 보며 서울에 있을 유성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아직 내가 모르는 두 사람의 문제에 대해서도.

“여자는 가만있는 거야, 이런 데서.”
살인적인 비치발리볼을 한 이후로 동태는 갑자기 철이 든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모두들 씻고 밥 준비를 하려는데 갑자기 부지런 한 척 쌀을 씻기 시작하며 겸하는 말을 들으니 세상에, 저 녀석이 저런 기특한 말을 할 줄도 아는구나 싶어 대견해 보였다. 그러나 곧 헤벌쭉 웃는 얼굴로 수정을 쳐다보는 동태를 보니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뒤따라 든다.
하지만 어쨌든 이 여행에서 나와 수정, 그리고 경화는 무척 편안히 있다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마대 아저씨가 저쪽에서 고기를 썰고 있었고 석원도 양파껍질을 벗기고 있었으며, 무특징 아저씨는 술을 사러 가는 길에 심심하겠다며 막내인 경화를 데리고 갔다. 남자 넷이 부지런히 움직이니 우린 정말 할 일이 없었…….
“나한텐 너무 무겁잖아.”
문을 열며 퉁퉁 부은 얼굴의 경화가 들어왔다.
“너하고 나하고 똑같이 든 거야.”
그리고 바로 뒤를 따라 들어오며 대꾸하는 무특징. 그들의 말싸움은 사가지고 오는 술 봉투를 서로 똑같이 분배하여 들었다는 것에서 시작된 듯 보였다. 무특징 아저씨는 두 사람이 반씩 나눠 들었으니 공평하다는 주장이었고 경화는 키와 몸무게, 나이가 서로 다르니 거기에 맞춰 들었어야 공평했던 거라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자신은 마시지도 못하는 술이니 더더욱 억울하다는 게 경화의 요지였다. 중학생에게 공평히 들자고 했다는 무특징 아저씨나 그걸 또 비례 운운하며 따지고 있는 경화나 내 보기에도 참 흔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도와줄까?”
평상에 앉아서까지 계속해서 힘의 원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두 사람이 지겨워져 석원에게 다가갔다. 이제 채소를 다 다듬은 후 썰고 있던 석원은 내가 다가가자마자 손을 씻고는 벌떡 일어선다.
“나가자.”
“뭐?”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해 미처 일어나지 못한 날 세워주더니 성큼성큼 대문을 나서는 석원. 뒤에서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쓰는 눈치이다.
“밥 안 먹어?”
“……저건 밥이 아니야.”
조용한 얼굴 위로 보이는 그 애의 눈이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듯 경건해 보였다.
“그럼 뭔데?”
“확인해볼래?”
또다시 석원의 눈빛이 장난스럽게 변한다.
“그냥 관둘래.”
“훗.”
사실, 밥이야 어떻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둘만 온 것은 아니지만 해가 지면서 서서히 주홍색으로 변해가는 바닷가는 우리가 함께 하던 그 어떤 곳보다도 인상적이었으며 신비스러웠으니.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는데 바닷바람이 점차 시원해졌다. 그리고 그에 맞춰 조금씩 잦아드는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빠르게 뛰는 내 심장 소리.
지금도 그날의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감질나게 밀려왔다 밀려가곤 하던 물결 속에서 두드러지게 울리던 내 심장 소리도 아직 이어지고 있다. 나를 바라보던 석원의 눈빛이 너무 아파 보여서, 마치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리기라도 할 사람처럼 굴어서, 가슴 한구석이 불안함으로 물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 순간, 석원과 함께 있는 것이 꿈처럼 믿기질 않았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이 아이를 외면하고 지냈던가, 싶을 정도로 석원의 모든 행동과 표정에 몰입해 들어갔다.
“너 가슴에 있던 그 흉터는 언제 생긴 거야?”
해가 지는 주홍빛 모래사장에 앉아 겹겹이 다른 색으로 물들어 있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물었었다. 그 애의 가슴 복판을 가로지르던 대각선의 흉터가 어디서 생긴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원은 다른 질문들, 이를 테면 홍대에서 마주쳤던 거친 남자들에 대한 질문이나 학교에서 선배들과 싸움을 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서 물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침묵으로 일관해버렸다. 말해주면 안 되냐는 나의 질문에 안 되는 건 아닌데, 라고 얼버무리던 어색했던 옆얼굴이 더 이상 묻지 않길 바라는 듯 보여 그만두긴 했지만 그때 어렴풋이 느꼈던 막막함이 아직도 손에 닿을 것 같아 지금도 가슴 한복판이 먹먹해지곤 한다.
그때 수평선을 향해 시선을 돌리던 그 애의 모습을 보며 나는 또 왜 그리도 슬퍼졌던 것일까.
“……뭐가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아?”
내 눈길을 느꼈는지 잠시 후 석원은 짧게 내뱉듯 웃었었다. 세운 무릎 위로 턱을 괴고 있던 나를 보더니 손을 뻗어 내 머리를 헝클었다. 뭐가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아. 거칠고 가늘고 섬세하고 굳은살이 박여 있던 손. 너의 손으로.
“넌 나에 대해 알고 싶은 거 없어?”
“……없어.”
“왜 없어? 하나도 안 궁금해?”
난 이렇게나 너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은데, 넌 정말 아무것도 없니? 이해할 수 없는 기분으로 물었더니 이마를 찌푸리며 할 말에 대해 생각하던 석원이 천천히 대답했다.
“앞으로 알겠지.”
묻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될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나는 석원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 아이의 말에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언가 확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깊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까.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빠져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엇을 그리고자 한 게 아니어서 내가 그린 모형들은 갈매기도 아니고 거북이도 아닌 이상한 그림이 되고 말았다. 손으로 살살 모래를 덮어 지우려는데 석원이 말했다.
“우린 뭐지?”
그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던 건 또 무슨 이유인가. 별다른 뜻이 아니었을 텐데도 이 순간만큼은 우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초조함이 느껴졌다.
“……사람이잖아.”
내 말이 억지로 만들어진 농담이라는 걸 석원은 알고 있을까. 일부러 모래만 내려다보고 있는데 또다시 묻는다.
“계속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건가?”
“아니지, 집에 가야지.”
그리고 이어지는 나의 가벼운 농담. 정말이지 그 분위기를 가볍게 흘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그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석원은 아닌 모양이다. 가볍게 실소하며 고개를 숙이는 게 느껴져 이제 끝인가 했는데 또 다른 말을 한다.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좋겠다.”
변하지 않는 것. 잠시 그 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저렇게 작은 목소리로, 저렇게 불안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하는 석원을 본 적이 없다고. 어떤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나도 아직 그런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확신이 될 수 있는 그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이다.
“있잖아. 가족은 절대 안 변해.”
하지만 내가 생각해낸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되지 못했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 과연 그것은 어디에 있을까. 있기는 한 것일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남들도 다 생각해낼 수 있는 ‘가족’이라는 구성원을 떠올린 것이 고작이었다. 가족 이외에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단 한 가지도 생각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석원도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버렸다. 하는 말마다 기운 빠지는 대답을 하고 있는 내가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떠올랐고 그래서 더욱 내 자신이 못마땅해지는 시간이었다. 괜히 애꿎은 모래만 발로 문지르고 있는데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생각하던 석원이 다시 말했다.
“네가 해줄래?”
네가 해줄래……?
그 말의 느낌이 너무 간절하게 느껴져 움직거리던 발을 멈추고 잠시 그 애의 얼굴을 쳐다보아야 했다. 뒤로 땅을 짚은 채 발치를 내려다보는 석원은 무척 어두워 보였다. 평소 무뚝뚝하거나 진지하거나 혹은 무표정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어두웠던 얼굴. 나는 그 얼굴에 어떤 대답도 못 하고 있다가 간신히 같은 질문을 반복해 보았다.
“변하지…… 않는 거?”
“……어.”
이번엔 주저 없이 대답하는 석원.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보는 그 아이를 마주 보며 나 또한 고개를 끄덕여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평소와 다른 느낌의 대화였다고는 해도 서둘러 대답하기에는 적잖이 무안함이 느껴졌다.
“늙는 거 빼주면 해줄게.”
“훗.”
가벼운 농담을 하던 처음과 같이 별 뜻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지만 그래도 석원은 웃었다. 조금 전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리고 조금은 좋아진 표정으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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