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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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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632쪽 | 708g | 135*195*35mm
ISBN13 9791138478281
ISBN10 113847828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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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며칠 동안 케이트는 스트레치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트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은 아직 능력 밖이다.
“다시는 누구에게 그림 모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만 하면….” 케이트는 말끝을 흐린다. “무서워서 미칠 것 같아.”
롭은 그 말이 다시 바다로 뛰어들어가자는 신호인지 살피는 기색으로 케이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케이트에게는 기운이 남아 있지 않다. 어쩌면 생각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은지도 모른다.
“또 무서운 게 있어?” 롭이 묻는다.
“병원.” 케이트는 떠오르는 기억에 몸서리치며 대답한다. 사고를 당한 직후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무렵의 기억들을, 각종 관과 인공호흡기를 달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잠겨 있던 무렵의 기억들을 잊으려고 무던히 애써왔다.

-
케이트가 정말 깜짝 놀란 것은 롭이 그 다음에 한 말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저 어딘가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는 도플갱어가 있어. 그 도플갱어에게는 그림자가 없어.” 롭은 작은 후미를 둘러보더니 등 뒤쪽의 절벽 위를 올려다본다. 쌍안경을 가진 남자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나는 이미 내 도플갱어를 만난 적이 있어. 아주 오래 전의 일이야.”
“오래 전 언제?” 케이트는 묻지만 롭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도플갱어를 한 번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길한 일이라고들 하지만 만약 다시 한번 도플갱어를 만나게 된다면 그보다 훨씬 더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해.” 롭이 잠시 말을 멈춘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날로 나는 끝장이 나고 말 거야. 그는 내 인생을, 나, 당신, 집, 회사, 내가 이룬 모든 것,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전부 차지하게 될 거야.”
롭이 젖은 눈으로 말을 멈춘다. 콘월의 태양이 외딴 구름 뒤로 몸을 숨기자 해변에는 불현듯 그늘이 드리운다. “그는 내 영혼을 훔쳐갈 거야.”

-
롭을, 그 눈에 익은 얼굴을, 마치 강아지 같은 눈망울을 깜빡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지만, 이 남자를 더 이상 알아볼 수가 없다. 뇌의 어딘가가 따끔거린다. 마치 기시감 같지만 그것과는 다른, 정반대의 느낌이다. 마치 이 남자를 생전 처음 보는 듯한 기분이다.
“케이트?” 롭의 목소리가 저 멀리에서, 뒤틀려 들려온다. “당신 괜찮아?”
손에서 머그잔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어떻게도 할 수가 없다. 잔이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면서 케이트의 맨발에 찻물이 튄다.

-
침대에서 한쪽 팔꿈치를 짚고 몸을 일으키고는 카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를 떠올린다. 그 남자는 얼굴이 안 보이도록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저 경련이 일어났을 뿐, 별일이 아니었다고 애써 스스로를 타이른다.
“옆자리에 어떤 남자가 앉아 있었거든.” 케이트가 천천히 말을 잇는다. “누군지 얼굴을 제대로 못 봤어. 그저 휴가를 보내러 온 관광객일 거라고만 생각했어.”
“어떻게 생겼는데?”
남자의 옆얼굴이 초점을 맞추듯 선명하게 떠오른다. “넓은 이마에 사선을 그리는 짙은 눈썹. 머리가 벗어지고 있었어. 40대 후반, 어쩌면 50대 초반.”
“아는 얼굴이야?”
“잘 모르겠어.”
예전에는 언제나 확신에 차 있었다.
“케이트, 오늘 일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아. 나는 다만 그 점을 말하고 싶을 뿐이야.” 롭이 말한다.
“그게 무슨 뜻이야?”
“당신은 수영을 잘 하잖아. 수영하기 전에 뭔가 먹기도 했어. 그런데 느닷없이 다리에 경련이 난 거야. 얼마나 심했는지 거의 익사할 뻔했고.”
“전에도 다리에 쥐가 난 적은 있었잖아.” 케이트가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경련이 심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다. 케이트는 아직도 방금 겪은 일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려 하고 있다. 롭이 다시 입을 열기까지 몇 초가 지난다. “혹시 커피를 두고 자리를 비우기도 했어?”
맙소사. 두려움이 케이트를 집어삼킨다. 누군가 내 커피에 독을 탄 것일까?

-
“케이트도 알겠지만 지난 주말의 검사 결과는 정말 놀라웠어요.”
에이제이는 주방 탁자 맞은편에 앉은 케이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한다. 마치 카메라를 의식하고 연기를 하는 것처럼 태도가 부자연스럽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의 능력을 거의 되찾은 것처럼 보입니다.”
케이트는 지금 방금 에이제이가 수첩에 적어 준 말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다. 에이제이는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려 하고 있다. 케이트도 그에 장단을 맞추어야만 한다.

그는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 아파트의 곳곳에 마이크와 카메라가 숨겨져 있는 것이 틀림없다. 콘월의 집에서도 마찬가지였을까? 롭은 케이트의 행동을 하나하나 감시해왔을까? 이건 절대 케이트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아니다.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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