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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에 봄비가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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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00g | 130*190*14mm
ISBN13 9791185555591
ISBN10 1185555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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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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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 떨어진 못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던 내 신혼의 시절에
허투루 돌리던 플라스틱 그릇 하나라도
형제자매들이 모이는 명절에는
있는 데로 쓰이던 맏며느리 부엌 살림살이

시어머니가 구해준 중고 조리대
재래식 부엌에 들여놓고
수돗물을 가득 틀면
분사기에 흩어져 나오는 물소리에
신혼의 어려움이 녹아났다.

일원이 모이면 십원이 되고
십원이 모이면 백원이 된다던
어린 시절의 할아버지 말씀이 생각나고

가을바람이 산빛을 담아와
노랗고 붉은 물감을 칠해 놓은
어느 날 저녁 무렵 오붓이 모인
식구들의 식사 후 설거지를 할 때

개수대에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멈추었던 혈관의 피가 흐르는 듯했다.
---「조리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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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희 시인의 세계를 나는 단편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좀 무례하거나 위험한 표현이라고 말한다. 김영랑 님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혼자만의 봄을 보내지 않는 여운을 안고 맴돌다 어느 날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비로소 “봄을 여윈 슬픔에 잠길 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찬란한 슬픔의 봄을 노래 했듯 김영희 작가는 한국 전쟁 이후의 세대로 긴 시간 문학을 차분히 열공하였고 시의 장르에 진입하여 내 것으로 만들려는 결의가 그대로 문학도답게 본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쌓였다. 산에서 산과 나무를 함께 보며 산야의 아름다움을 소화하려 애쓴 시인이다.

신은 힘이 전능하여 인간 앞에 사계의 세계를 준 것이다. 김영희 시인은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철철 넘치는 시어와 사계의 변화를 풍부함 속에 그는 조심조심으로 넘치지 않는 문학감을 보였다. 좀 덜 익어도, 풋 내음이 있어도 시 자체는 진실하였다. 누구라도 오래된 것에 대한 향수는 진하게 쌓아 간직하고 있다. 첫 번째 시집 “청산에 봄비가 내려”의 출간을 축하하며 문학의 길로 계속 정진하면서 풍미가 깊은 문학의 밭을 일궈 본인의 시 세계를 구축할 것을 기원한다.
- 김대환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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