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상어를 해부해 볼까요? 상어의 항문에서부터 배를 갈라서 열면 내부에 내장이 가득합니다. 상어의 내부 장기들 중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간입니다. 상어가 속하는 연골어류는 경골어류와 달리 부력을 얻는 기관인 부레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골어류는 부레 대신 커다란 간을 이용해 부력을 얻죠. 상어의 간을 잘라서 물에 띄워 보면 둥둥 뜨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어의 간은 기름이 풍부해서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밀도가 낮기 때문에), 체내에서 부력을 제공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상어는 아주 커다란 간을 지닙니다.
---「23쪽, 상어」중에서
멸치 내부에서는 식도부터 위를 거쳐 장까지 이어지는 멸치의 소화관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멸치의 위를 자세히 볼까요? 위는 손가락처럼 생긴 기관으로 감싸여 있습니다. 위를 감싼 이 부위는 유문수라는 어류의 소화기관이에요. 유문수는 어류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소화기관으로, 위와 소장의 경계에서 소화효소를 분비하거나 양분을 흡수합니다. 여기에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어요. 멸치의 소화관을 자세히 살피면, 멸치가 죽기 전 섭취한 먹이도 알아낼 수 있답니다.
---「38쪽, 멸치」중에서
그럼 이제 해삼 내부를 살펴볼까요? 해삼 내부를 가르면, 주황색을 띠는 실 같은 부위가 보입니다. 이것은 해삼의 알로 알려져 식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정확하게는 해삼의 생식세포가 형성되는 생식소 부위예요. 주황색을 띠는 것은 암컷 생식소(난소)이고, 우윳빛을 띠는 것은 수컷 생식소(정소)랍니다. 생식소를 제거하고 나면 해삼의 기다란 소화관을 볼 수 있습니다. 해삼의 소화관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식도와 위, 장이 길게 감기며 이어져 있습니다. 이런 해삼의 소화관은 젓갈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고노와타’라는 음식입니다. 고노와타는 숭어알, 성게알과 함께 일본의 3대 진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요.
---「98~99쪽, 해삼」중에서
이 중에서도 곤충과 새우는 굉장히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곤충은 지네와 거미보다는 갑각류와 분류학적으로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인지 새우를 자세히 보면, 곤충과 비슷한 부분이 꽤 많이 보인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곤충은 징그러워하고 갑각류는 좋아하죠. 갑각류는 맛있어서일까요? 이번 장은 새우와 곤충의 비슷한 점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꽤 재미있을 거예요. 그럼 지금부터 새우 해부를 시작해 봅시다. 지금부터 우리가 외면하던 새우의 모습들을 아주 자세히 만나 볼 거예요.
---「109쪽, 새우」중에서
그런데 새우와 가재는 생김새가 꽤 비슷하지만, 게의 몸은 새우, 가재와는 전혀 다른 구조처럼 보이지 않나요? 여기에는 반전인 사실이 하나 숨어 있답니다. 사실 게의 몸도 새우나 가재와 상당히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놀랍게도 게의 몸은 반으로 접혀 있는 형태인 것이죠. 게가 반으로 접혀 있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지금부터 홍게를 관찰하며 알아볼게요.
---「135쪽, 홍게」중에서
개조개의 발 윗부분에는 생식소가 있습니다. 이매패류는 생식소 안쪽으로 장이 지나죠. 그래서 발을 잘라 내고 생식소 부위를 조심조심 가르면 그 안에 장이 지나가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매패류는 몸 내부로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이를 제거하기 위해 내부에서 탄산칼슘을 분비해 이물질을 감싸 버리는 방어 작용을 합니다. 이 방어 작용의 결과가 바로 아름다운 진주랍니다. 이매패류가 자신의 몸을 이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진주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모두들 알고 있었나요? 생물에는 참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이 숨어 있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들도 어려운 시련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련을 조개가 이물질을 품듯 잘 받아 낸다면,단순히 상처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진주로 거듭날 거예요!
---「181쪽, 조개」중에서
움직임이 거의 없거나 아주 느린 다른 조개(개조개, 굴)와는 달리 가리비는 역동적으로 헤엄치는 조개입니다. 패각 두 개를 캐스터네츠처럼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며 헤엄치는데, 패각이 닫힐 때 패각 뒤쪽에 있는 틈으로 물이 발사되며 추진력을 얻어 이동하죠. 하지만 가리비의 헤엄은 에너지 소모가 매우 커서 한번 제대로 움직였다면 이후 몇 시간은 가만히 있어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가리비의 패각이 열리고 닫히는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가리비 내부를 봐야 해요. 가리비의 관자 부분을 잘라 주면 반으로 열리는데, 이 관자가 앞서 조개에서도 살펴본 폐각근이라는 이매패류의 근육입니다.
---「188쪽, 가리비」중에서
굴의 속살을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패각과 붙어 있는 막이 패각을 분비하는 외투막입니다. 전복, 소라, 조개 등 패각을 지니는 연체동물은 모두 이 외투막이라는 부위로 패각을 분비해 만들어 내는데, 굴도 그렇습니다. 굴의 외투막을 제거해 내부를 보면, 아가미 네 겹을 볼 수 있습니다. 아가미가 이렇게 큰 공간을 차지하는 이유는 굴이 속하는 이매패류 생물은 호흡뿐만 아니라 먹이 섭취에 아가미를 이용하기 때문이죠.
---「202쪽, 굴」중에서
전복은 신기한 점이 아주 많은 생물입니다. 전복은 배에 위치한 근육질 발을 통해 물결을 일으켜 움직이며 이동하는데요, 이는 달팽이가 움직이는 방식과 똑같습니다. 이때 전복의 발은 흡입력(부착력)이 굉장히 강해서, 손으로는 떼어 내기 힘들 정도죠. 그리고 전복은 머리 부분에 더듬이 한 쌍이 있습니다. 더듬이 옆에 눈도 한 쌍 위치하죠. 머리 부분을 확대해 보면 전복의 눈을 꽤 자세히 볼 수 있어요.
---「212쪽, 전복」중에서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이 특정한 기준에 따라 무리가 나누어진다는 것은 굉장히 신기한 일입니다. 생물 사이의 유사성을 찾아 분류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놀랍게도 분류학은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 중 하나인 ‘진화론’의 증거가 되는 학문이랍니다. 과거에는, 생물은 신이 창조했기 때문에 ‘종’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분류학을 통해 발견한 생물 간의 유사성은 생물이 공통된 조상을 가지며, 오랜 시간이 지나며 여러 종으로 분화했다는 ‘진화’의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분류학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는 생물일수록 공통점이 더 많은데,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분류를 통해 생물의 진화적 관계를 분석해 ‘계통수’라는 나무 형태로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죠. 저는 유튜브를 통해 여러 생물을 소개하며 이러한 진화의 흐름을 여러분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 콘텐츠의 특성상 영상 한 편에 한 생물만 집중해야 해서 항상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 책에서 같은 분류군에 속하는 생물을 묶어서 소개하며, 분류학의 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 본 것이죠. 이 책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생물학의 즐거움을 좀 더 알게 된다면 좋겠네요. 생물학은 정말 재미있죠? 여러분 모두 생물의 즐거움을 알 때까지! 〈수상한생선〉은 계속됩니다.
---「에필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