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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몬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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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47쪽 | 538g | 128*188*30mm
ISBN13 9791191853339
ISBN10 119185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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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 머물렀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여러 도시들을 거쳐서 샌프란시스코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일본으로 오는 정기선을 탔습니다. 동양 국가들에 관한 제 지식과 언어능력이 이곳 생활을 하는 데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패잔병처럼 수치스럽게 영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외교관으로 복귀하려고 힘을 써 보기도 했지만, 제가 아는 공관 인맥은 모두 일본을 떠난 후여서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아주 호화로운 생활을 했습니다. 귀족의 이미지로 상류사회에 발을 들여 고급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수포가 되고 알량한 현금마저 바닥이 났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긴축 생활에 들어갔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때부터 달동네에 살면서 폼나는 고위직을 포기하고 닥치는 대로 막노동을 찾아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일이 없어서 달동네 언덕 베란다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다가 크고 흰 날개를 가진 백조가 들어오는 걸 봤습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저거다 싶었습니다. 서둘러 항구로 내려와 삼판을 불러 타고 무작정 요트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최고급 샴페인과 안주를 앞에 놓고 선생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1막의 줄거리는 여기까지입니다.”
---「2장 · 일자리를 얻다」중에서

“거티의 눈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네. 그래서 요트를 사 세계 여행을 떠나게 된 걸세. 세계를 다니면서 거티가 만나길 원했던 건 귀족이 아니라 왕이었네. 그때부터 왕 사냥을 시작했지. 왕 헌팅은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모험이라 나는 영 내키지 않았어. 그나마 괜찮은 사냥감이라도 걸렸으면 돈 쓴 보람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도 못했네. 언제나 허탕이었다는 얘기지. 그도 그럴 것이, 거티는 궁전이나 왕실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왕을 만나기를 바라지 않았어. 그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그 아이가 원한 건 왕이나 황제를 우리 요트로 불러와서 식사나 차,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뭔가를 함께하면서 둘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네. 자신이 그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 주고 싶었던 거야.”
---「4장 · 킹 헌팅 비즈니스」중에서

“코레아 황실의 규율은 무척 엄격합니다. 궁궐 앞을 지날 때는 누구라도 말에서 내려야 하고 왕을 알현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 합니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헴스터양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혹시 황제가 아가씨의 손이라도 잡아 주면 그때부터 아가씨는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받습니다. 그 징표로 배지도 수여 받아 달고 다녀야 합니다.”
“코레아가 내 백이 되는 거네요.” 그녀가 유쾌하게 웃었다. “어떤 문제가 생기든지 트레몬씨가 다 처리해 줄 거라고 믿어요.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네요. 밤이 늦었어요. 덕분에 즐거운 산책을 했어요. 감사해요.”
우아한 뒤태를 보이며 헴스터양이 달빛 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7장 · 거트루드 헴스터와 힐다 스트레톤, 그리고 나」중에서

유심히 넷을 번갈아 응시하던 황제가 셋을 버렸다. 시선이 헴스터양에게 꽂혀 움직이지 않았다. 계급장과 관계없이 어떤 남자인들 이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아하고 여유로운 자태로 헴스터양이 황제를 향해 똑바로 걸어갔다. 존경이나 복종, 두려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황제 앞에 꼿꼿이 서서 그녀가 사전에 천명한 바를 그대로 이행했다. 헴스터양이 황제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황제가 움찔했다. 여전히 눈은 헴스터양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지만,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고 미간이 좁아졌다. 모두가 두려움에 휩싸였다. 반으로 접힌 총리가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말했다.
“여성이 전하께 악수를 청하고 있습니다.”
그제야 황제가 헴스터양의 손을 잡았다. 황제의 큰 손 안으로 헴스터양의 작은 손이 사라졌다. 목적을 이룬 그녀가 한발 물러서며 손을 빼내려 했지만, 황제가 꼭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헴스터양의 얼굴이 굳어졌다.
---「13장 · 황제 알현」중에서

우리가 궐문 앞에 다다를 때까지 졸고 있던 경비병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잠시 후 감을 잡은 경비병 하나가 머스킷 소총을 경고용으로 발사했다. 조잡하고 보잘것없는 총이었다. 처음에 우리는 총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우리의 기세를 보고 그들이 순순히 물러나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조잡한 총으로 무모한 총질을 계속했다. 총이 엉망인지 사수가 엉망인지 우리 쪽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더 이상 평화를 바랄 수는 없었다. 헴스터씨가 빠르게 권총을 뽑아 방아쇠를 당겼다. 궐문을 닫으려던 경비병의 손에 정확히 명중했다.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팔을 잡고 땅바닥에 굴렀다. 전쟁은 그것으로 끝났다. 모든 경비병이 무기를 내던지고 순식간에 흩어져 줄행랑을 쳤다. 궐문이 열리고 앞길이 훤히 트였다.
---「14장 · 제물포 가는 길」중에서

“트레몬,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목소리가 분노로 떨렸다. 내가 그를 힐끗 보았다. 공포와 두려움이 얼굴에 서려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가씨가 아빠의 애간장을 태우기로 작정하고 일을 벌이는 것 같습니다.”
“트레몬, 이 쪽지를 다시 보게. 이건 오늘 쓴 쪽지가 아니야. 몇 주 전에 요트에서 써 놓았던 거야. 자네가 받았던 것도 마찬가지고. 둘 다 그 아이의 굵은 펜으로 쓴 글씨야. 거티는 그 펜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어. 잉크도 요트에 그대로 있고 말이야. 불순한 목적을 가진 누군가가 그 아이를 속여 요트에서 이 편지를 쓰게 한 거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거티가 저 집에 없는 건 확실하네.”
---「23장 · 백만 송이 집」중에서

요트가 나가사키를 향해 선수를 돌렸다. 아름다운 코레아 연안을 따라 꿈같은 항해를 즐겼다. 헴스터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주위를 배려할 줄 아는 사려 깊고 성숙한 여성이 되었다. 캐머포드는 이번 일을 통해 용감하고 헌신적인 기사도 정신을 보이면서 진가를 인정받았다. 힐다와 나도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헴스터양은 왕 헌팅을 그만두고 시카고로 돌아가겠다고 하여서 아버지를 기쁘게 했다.
---「25장 · 모험 끝 새로운 연합」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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