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하라, 저것을 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 처넣어 버리겠다.’ 이것은 더 이상 이성적인 존재를 다스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대신에, ‘제우스가 정한 대로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벌을 받을 것이고, 해를 입을 것입니다.’ 어떤 종류의 해입니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외에는 아무런 해도 없습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있는 성실함,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염치), 예의를 깡그리 잃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해를 달리 찾을 수는 없을 겁니다.
--- p.68
사람들 각자는 자연 본성상 서로 다른 일에 적합하도록 타고나는 법이다. 너는 지금처럼 행동하면서도 철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남들처럼 똑같이 먹고, 똑같이 마시고, 똑같이 화를 내고, 똑같이 짜증을 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잠을 자지 않고 지내야 할 것이고,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욕망을 이겨내고, 집안사람들로부터 떨어져, 노예의 자식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너를 만난 사람들에게서 비웃음을 받고, 관직, 명예와 법정 등 모든 것에서 더 멀어져야만 한다.
--- p.103
목수가 찾아와서, ‘목수의 기술에 대해 내가 말하는 것을 들으세요’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는 집을 짓는 계약을 맺고 실제로 그 집을 짓는 행위를 통해 그 기술을 갖고 있음을 보여 주는 셈이네. 자네도 뭔가 그와 비슷한 종류의 행위를 하도록 하라. 사람답게 먹고, 사람답게 마시고, 옷차림을 가다듬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시민으로서의 공적인 일을 다하며, 욕을 먹어도 참고, 철이 없는 형제도 견디며, 아버지에게도, 아들에게도, 이웃에게도, 동료 여행자에게도 참아내는 것이다. 네가 실제로 철학자들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웠다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도록 이것들을 보여 주도록 하라.
--- pp.121~122
좋음은 무엇 속에 있는 것인가? 제우스의 사자(使者)이자, 첩자이신 분이시여,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지 않겠습니까? 네가 생각하지도 못한 곳, 그것을 찾고 싶지 않은 그곳에 있다. 만일 너희들이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너희 자신 안에 있음을 발견했을 것이고, 또 바깥에서 헤매거나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믿고 찾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네. 스스로 너 자신을 돌아보고, 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개념을 잘 살펴보도록 하시게.
--- pp.137~138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좋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생겨난 것은 멸망하고, 사람은 사람과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자가 어떻게 자신을 알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떤가?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것은 노예적인 것이고, 어리석은 것이며, 이방인이 혼자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힘으로 신과 싸우는 것과 같은 것이네.
--- p.169
축제는 끝났다. 떠나는 것이다. 감사하고 공손한 자로 떠나가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라. 네가 태어났듯이, 다른 사람들도 태어나야만 한다. 그리고 일단 태어나면, 그들도 그 장소와 집과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먼저 온 자가 떠나지 않으면, 나중에 오는 자에게 무엇이 남겠는가? 너희들은 왜 질릴 줄도 모르는가? 왜 만족하지 못하는가? 왜 이 세상을 사람으로 가득 채울까?
--- p.226
철학자들이 아마 상식에 어긋나는 말(paradoxa)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치에 어긋나는 말(paraloga)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너는 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또 이런 칭찬을 받고, 열렬히 요구받고 있는 것이, 이것을 얻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으며, 아직 얻지 못한 사람들은 일단 그것을 획득하면 모든 좋은 것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마침내 손에 넣어도 여름의 뜨거운 열기는 여전히 뜨겁고, 바다의 물결은 여전히 흔들리며, 과식하고, 마찬가지로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을 몸소 알게 되기 때문이다. 즉 자유는 욕망의 대상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억제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진실임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쓸데없는 일을 위해 노력했던 것 대신에 이제 이 일을 위해 그 노력을 바꿔 보도록 하라.
--- p.242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다가 죽음을 만나고 싶은가? 나라면, 인간답게 남에게 은혜를 베풀고, 모두를 위하는 고상한 행위를 하고 있을 때 만나고 싶네. 만일 그렇게 큰일을 하고 있을 때 만날 수 없다면 적어도 그 일을 행하는 데 방해받지 않고, 성취하도록 허용되고, 즉 자신을 교정하고, 인상을 사용하는 능력을 수행하고, 부동심을 얻기 위해 애쓰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걸맞은 일(사회적 의무)을 다하고 있을 때였으면 하네.
--- p.304
자신의 일이 잘못됐다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교육받지 못한 사람의 일이다.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교육을 막 시작한 사람의 일이다. 다른 사람도, 자기 자신도 비난하지 않는 것은 교육받은 사람의 일이다.
--- pp.335~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