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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 작가, 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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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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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48*210*50mm
ISBN13 9791189052669
ISBN10 118905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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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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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犬]나 소[牛]나 다 작가’라니?
주인에게 충실한 개나 우직하고 부지런한 소는 인간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친숙한 동물인데, 어쩌다 그런 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인간 곁에 가까이 머물다 보니, 흔한 대상으로서 ‘누구나’라는 비아냥 섞인 표현으로 쓰는 것 같다. 부디 친구가 조카의 시집을 한 번만이라도 읽어 보고 천천히 한 줄 한 줄 음미해봤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그 친구의 말처럼 ‘개나 소나’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자연과 교류할 수 있는 것은 시인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견 작가, 우 작가」중에서

오늘은 또 무엇을 하시는지 부뚜막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다. 다가가 보니, 청국장을 담그려고 콩을 삶는 중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천천히 젓고 있던 나무 주걱을 건네받는다. 계속 저으며 솥에서 끓고 있는 콩을 한 줌 집어 입에 털어 넣는다. 신기하다. 콩에서 이리 진한 단맛이 나다니. 큰 바구니에 콩을 쏟고 미리 준비해 놓은 지푸라기 묶음을 바구니 양쪽에 쿡쿡 박아 놓는다. 어머니와 함께 바구니를 들고 황토방으로 가 문을 여는 순간, 무심코 들이마신 냄새에 기겁한다. 방 안 선반 위에도, 방바닥에도 지푸라기가 깔려 있고 커다란 벽돌 같은 것들이 놓여 있다.

어머니는 농사일이 없는 겨울이면 메주와 청국장을 만들어 도시 사람들에게 팔아 부수입을 올리는 재미를 보고 계시다. 사시사철 한 시도 잠시 앉아 계시질 않는 어머니다. 방의 온기가 가시면 안 되니 불을 때 줘야 한다며 아궁이로 나가신다. 그제야 관심을 두고 메주를 살펴보기 시작한다. 문득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지어주셨던 ‘메주’라는 별명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난다. 시나브로 메주에 대한 이미지가 정겹게 다가와 사진을 몇 장 찍는다. 곰팡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처음엔 꺼려지던 것이 관심 갖고 마음에 담아서인지 거칠고 투박한 청록의 색감에 정감이 가기 시작한다.
---「수랏간 궁녀의 후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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