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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학자와의 인터뷰

거미학자와의 인터뷰

시인동네 시인선-2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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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90g | 125*204*20mm
ISBN13 9791158965907
ISBN10 115896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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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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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수거함이 가득 차 있다
버려야 할 옷이 많은데

누군가 내다 버린 외투 위에
셔츠 소맷자락이 자나방처럼 팔랑거린다

매달릴 몸이 사라져
버려진 날개가 수북이 쌓이는 밤

밤새 쓰레기장을 들락거린다

버릴 곳을 찾지 못해 버릴 수가 없어서
두고 간 그의 옷을 한 아름 끌어안고

창밖을 서성거린다
날개도 없이 그는 무사히 날아갔을까
---「버려진 날개」중에서

이정표가 없었다 노선을 갈아타야 하는데 사방으로 길이 뻗어 있었다 머리 위에도 길 발밑에도 길 벽면에서 화살표가 날아다녔다 화살표를 따라갔다 까만 뒤통수들을 따라 층계를 올라갔다 모자 쓴 뒤통수 상고머리 뒤통수 더벅머리 뒤통수 매점 지나고 사각기둥 지나 환승 통로에 들어섰다 창이 없는 통로엔 해가 뜨지 않았다 길 끝에서 길 끝으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몰려갔다 화살표를 따라갔다

우울한 계절이 몇 번인가 얼굴을 바꾸었다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겨울겨울, 외투를 벗었다가 다시 껴입었다 해가 뜨지 않았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눈발이 흩날렸다 꿈을 꾸어야 춥지 않았다 깨고 나면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갔다 죽어가는 뒤통수에 희끗희끗 서리가 앉아 있었다 매캐한 죽음의 냄새가 공중에 떠다녔다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운동회 날 울리던 휘파람행진곡이었다 죽은 자가 죽은 채로 일어나 걸었다 화살표를 따라갔다 발밑에서 와사삭 서릿발 소리가 났다 쥐들이 통로를 가로질러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어깨를 부딪치며 아슬아슬 지나갔다 저마다 제 꿈속을 걸어갔다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화살표를 따라갔다

이 길은 언제 끝날까 끝이란 게 있기나 할까 행진곡이었던 휘파람은 장송곡 같기도 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곡조, 꿈속인지 잠 속인지 환기되지 않은 불빛이 몽롱하게 비췄다 어디로 가고 있지? 어디로 가고 있어? 통로 끝 출구는 보이지 않는데 빗발치는 저 화살표 화살표
---「환승역」중에서

도마 위에 전어가 까무러쳐 있다
회칼 들고 내려다보던 아버지
한 손으로 주름진 목덜미를 쓸어내린다

단칼에 해치워야 깔끔하단다
밀려난 자리에의 미련을 뿌리치듯
아가미에 칼날을 힘껏 내리꽂는다

눈꺼풀이 없어 감지 못하는 눈을 부릅뜬 채
잘린 머리에서
빨간 손수건을 꺼내 흔들던 아가미가
마지막 호흡을 쥐어짠다

흰 플라스틱 도마 위에
한 생애의 해고 딱지가 붉게 찍히자
아버지는 피 흘리는 전어를, 잘려 나간 그 옆얼굴을
말없이 바라본다
저 푸르디푸른 바다에서 이렇게 붉은 피를 품고 살았다니,
너도 참 힘들었겠다
웅얼거리며

피 묻은 칼을 물에 씻는다
---「전어」중에서

정육점 유리문에 큼지막한 빨간 글씨
‘오늘은 소 들어오는 날’

마장동을 빠져나온 소의 나신이 쇠고리에 매달려 있다
두 눈 껌벅이며 살아 있던 소는
뿔도 털도 뺏기고 내장 다 쏟아내고
죽지 않으려던 발버둥도 놓아버렸다
목장갑 낀 사내가 뼈에 붙은 살을 부지런히 발라낸다
삶의 역한 냄새가 장갑에 들러붙는다

한낮의 산부인과 진료실
의사가 돌아앉아 자판을 두드린다
난, 관, 포함, 난, 소, 자, 궁……
주문받은 품목을 꼼꼼히 입력한다
메스를 쥐고 내 복부를 가르고 내장을 뒤적이게 될
그는 전문가, 나는 의뢰인
그와 나는
무영등 불빛 아래 가랑이를 벌리고
뻔뻔함을 맡기기로 한 그렇고 그런 사이

‘내일은 풍납동 대형병원 수술실에 늙은 암소가 되어 들어가는 날’

고깃국을 먹어야 속이 든든할 테지
고기 한 근 끊었다
비닐봉지 속 묵직한 소의 식은 살덩이
죽은 소가 뿔을 디밀고 깜깜한 내 삶 속으로 들어온다
---「소 들어오는 날」중에서

뚜뚜뚜, 신호음이 울린다
영원히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전화를 걸었다

그곳에 무사히 도착했는지 새 거처는 마음에 드는지 당신이 좋아하던 정원 딸린 주택인지 뒷마당에 채마밭은 일구었는지 그 밭에 김장배추는 몇 포기나 심을 건지 담 밑에 옮겨 심은 고추 모종 지지대는 세웠는지 여린 풋고추 따서 고추장에 푹 찍어 점심은 먹었는지 어쩐지 신수 훤하고 굽은 허리도 곧게 펴고 구릿빛 얼굴에 주름살이 펴지도록 함빡 웃고 있을 것 같아

신호음이 끊길 때까지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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