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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

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

문학의전당 시인선-36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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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68g | 125*204*20mm
ISBN13 9791158965891
ISBN10 1158965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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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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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은 무턱대고
고개 숙인 수선화 목덜미를
자꾸 간지럽혔던 거였다
한 차례 봄비 흥건한 뒤에
무던한 간지럼 못 버티고 마침내
수선화 그 환한 얼굴을 들고 말았는데
순간 뒤뜰은 온통
환한 낯빛의 간지러움으로
두근대는 것이었다
---「내 마음의 뒤란」중에서

여든의 노인회장 송씨 어르신
구불구불 공들여 쓴
규격봉투 속
배춧잎 세 장

‘사랑하는 경미 씨!
이것은 결코 몇푼 돈이 아니라네.
나의 마음일세.
좀 더 넉넉히 베풀지 못함이 아쉽지만
건강과 행복의 축원을 담아 드리네.
새해 좋은 시 많이 쓰고 행복하길!’

간결한 필체의 연필 글씨
몇 마디 사랑에
가슴 먹먹한 울림이 느껴지는
천주교 교현동 교회 봉투 겉봉

당신의 주님 품을 열듯
사뭇 떨리는 눈길도 손길도 가슴도
조심스럽고 송구한
---「촌지」중에서

고구마밭에 새로 놓은 새순이 초여름 볕에 시들하니 풀이 죽어 있더랬습니다 어린 순들도 새로운 환경에 순응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는 거겠죠 좌충우돌 새로운 언어에 낯설어 되묻기를 하루에도 수차례 관습과 습관들의 괴리에서 잠깐씩 막막해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담록의 나뭇잎들이 사운대며 뭐라 말을 걸어오긴 하는데 아직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질 못했어요 말해 뭐하겠어요 제 몸의 말을 알아듣는 귀가 트이는 데 40년 이상 걸렸으니까요 마당가로 황금나무들이 울을 치고 각각의 나무들이 내는 소리 새들이 날아와 물어 나르는 소식 되도록 빨리 알아들을 수 있음 하는 바람입니다 이른 봄 미술관에서 만난 중국 화가의 가을 풍경처럼 올가을엔 그 황금빛 그늘 아래서 차 한 잔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집니다 부쩍 하늘바라기 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가슴 답답하거나 늦은 귀갓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쏟아질 듯 흩뿌린 별들이 안식을 줍니다 별을 보세요 누구라도 다른 어딘가에서 당신과 내가 함께할 수 있도록 말이죠
---「별이 쏟아지는 마당」중에서

풀을 뽑아보면 안다

줄기의 어디만큼 잡아
어느 만큼의 힘을 주어야
선선히 뿌리를 내준다는 걸
뿌리와도 소통이 필요하단 걸
요량껏 잡아 뽑을 때
투둑, 서툰 바느질 다잡듯
솔기 뜯는 소리가 난다

땅과 뿌리 천과 천의
하나이던 것들의 분리는 소리가 있는지
모국어로도 통역이 필요하던
불혹의 삶을 단절할 때
숱한 소리 있었는가

상처엔 자국이 남기 마련
땅이 패이고 잔 실밥이 남듯
명치끝에 얹힌 아이 둘
소리를 내던 땅도 가슴도
메마른 채였단 걸 알고 나니
등줄기로 서늘한 바람이 지난다
---「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중에서

조금씩 버리고 난 자리
더 조금씩 몸의 말 들린다
무던히 굳은 허리로 버티더니
다섯 번째 척추뼈
납작 주저앉았다
아픔이 저 하나였겠냐만
세숫물 찬기 가신 아침
제풀에 꺾였다
할 수 있는 일이란
더운 찜질로 달래는 일
물리치료실 문 앞에서 만난
반가운 뒤통수와
막걸리잔 기울이며
저마다 살아온 날을 눈물겨워 할 뿐
아우성치듯 몸이 내게 하는 말
차라리 귀 막아야겠다
---「몸의 말」중에서

망자의 웃음 앞에서
꿈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끝없이 채워지는 향불 연기 너머
생시인 듯한 표정으로 검은 띠를 두른 초상
그는 더 이상 꿈꾸지 않을까
아님 꿈 그 이상의 세계로 떠났을까
재즈가 어지러이 흐르는 영안실 한구석
일련의 무리들이 망자의 영혼을 파느라
술기운에 목청이 실린다
여느 죽음 앞에서 그랬듯이 향을 사르고
살아선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음 직한 예우의
읍을 하고 상주 앞에 섰어도
눈물은 예전의 그것이 아니다
슬픔도 도둑처럼 다녀가면
망연해지는 것인가
시간이 흐르고 어린 상주
발걸음에 무게가 실리는가 싶더니
영락없는 아비의 걸음새다
끊길 듯 이어지는 재즈의 흐느낌
생전의 그가 즐기던 짙은 페이소스의
음률만이 서러울 뿐 슬프지 않다
망자가 꿈꿔온 이상적인 풍경이 아니었을까
더 이상 누구도 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팬터마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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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시인이 봄볕처럼 돌아왔다. 자신의 시에 대해 “몇 그램일까요?”(「장마」)를 끝없이 반문하던 순간들을 지나 이제 “길 위에서 길을 지우는 하루”(「길 위의 하루」)를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놓고 싶었을 순간들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뒤란에 무성하게 자란 풀이, “사뭇 떨리는 눈길도 손길도 가슴도/조심스럽고 송구한”(「촌지」) 생활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을 것이다. 이 한 권의 시집에 폭넓은 체험과 상상력과 통찰이 오롯이 담겨 있다. “첫 타작”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아는 시인이라서 더 믿음이 간다. 하여 최수영은 결코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뒤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뭇 생명들과 교감할 것이다.
- 진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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