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겁이 많았던 명식이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자기보다 열 살이나 많은 형이 일하러 나가고 나면 늘 혼자서 집 마당에서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아니면 개미집 들여다보기 등을 하며 온종일 놀곤 하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합판 공장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를 보고 용기를 내어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식구들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이것이 명식이가 세상과의 첫 대면을 하게 된 사건이었다. 이때부터 명식이는 세상 밖에 대한 꿈을 키워 나갔다.
대구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명식이는 또 한번 세상 밖으로 나갔다가(가출)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분황사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을 보고 스스로를 ‘떠돌이 별’이라 생각게 된다. 어른이 된 명식이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고, 늘 떠돌이 별처럼 어디론가 다니기를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명식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어린 시절 읽었던 <아라비안나이트>와 <어린 왕자>에 나오는 ‘사막’을 가보는 것이었다.
드디어 어느 잡지사에서 사진작가와 함께 고선지 장군의 유적을 찾아 글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사막으로 떠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글은 여기서부터 고선지 장군의 행적을 좇아 비단길(실크로드)을 여행하며 일천년 전 고선지 장군이 활약했던 시절을 회상하고 상상해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안(西安)에서 시작된 이 기나긴 여정은 전성적인 진시황의 유적이 발굴된 ‘지하 병마용’, 양귀비의 숨결이 어린 ‘후아칭즈’, 현장법사의 유적이 있는 ‘경산사’, 사막으로 사라져 버린 전설의 왕국 이야기가 전해오는 ‘누란’, 만리장성의 끝 ‘지아위 관’, 고선지 장군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안시’, 사막의 푸른 섬 ‘둔황’, 고선지 장군이 천산마를 타고 다녓던 톈산산맥과 파미르 고원에 이르기까지 사막 속에 잠들어 있는 천년의 비밀들을 모래 속에서 하나씩 걷어내어 마치 살아 있는 우리의 숨결과 만나 순간 순간 역사가 되어 되살아나는 듯하다.
어린 시절 분황사 밤하늘에서 바라본 별을 보고 스스로 떠돌이 별이 되어 어디론가 다니고 싶어했던 어른이 된 명식이는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저 아래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과 산, 그리고 대지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그 옛날 이국의 사막에서 쓸쓸히 죽어간 고선지 장군과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고구려의 혼’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