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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을 어찌 넘기랴

이 아침을 어찌 넘기랴

곰곰가족문고-0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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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68g | 148*210*20mm
ISBN13 9791192621067
ISBN10 1192621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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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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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사이로 걷고 싶다

청보리 연초록 새싹
수줍게 미소 띤 들밭
소록소록 고개 내미네

수많은 발자국에 짓밟히고, 짓밟혀도
더욱 곱게 돋아나고 있구나
억눌림 뚫고 끈기 있게

누구의 숨결일까
그 어느 힘도 막을 수 없는

뿌리는 밀어주고
햇빛은 당겨주는
하늘 가득한 사랑이 말해주는 걸

낮아져, 낮아져
풀잎 사이로 걸을 수 있다면
그들 사이의 대화를 들을 수 있고
푸른 꿈 나눌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알 수 없다, 참고 견디자
짓밟힘도 축복인 것을

누구나 한때 연두색 연약한 새싹인 적이
초록이 되고 보면 아름다웠다고, 그리고
고마웠다고 말하게 되겠지

바람은 알고
사람 풀잎 사이로 불고 있다
---「풀잎 사이로」중에서

어머니는 8남매 자녀를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는 생활을 하셨다. 내가 사모가 된 것도 전적으로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었다. 장로 부인이며 권사인 어머니 가슴속엔 여자 중에 사모야말로 가장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산다고 확신하신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이런 어머니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오히려 남들은 딸이 고생한다고 목사 될 사람과 결혼을 반대한다던데 어머니는 왜 나를 위해 눈물의 기도를 드리며 권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를 그리며」중에서

정신없이 하루하루 살다보니 한 달 만에 가져온 돈이 바닥이 났다. 내 딴에는 달러를 한화로 계산부터 하게 되어 뭐든지 물가가 비싼 것 같아 1달러도?절약해서 살림을 했다. 그러나 매달 날아오는 전기세, 자동차비, 전화요금 등 방세를 내야 할 때는 부담 정도가 아니라 내 뼈를 깎아내는 듯한 고통으로 아려왔다. 게다가 남편과 함께 고국에서 신혼으로 살던 때와 거두어야 할 두 동생들과 함께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것의 차이는 의외로 컸다. 왜 좋은 양호교사의 직을 버리고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 와서 생고생을 해야 하는지, 다시?가방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에도 수차례씩 나를 괴롭혔다. 결국 방세를 줄이기 위해 원 베드룸으로 옮겼다. 한국과의 통화료도 줄이기 위해 편지나 엽서를 사용해 그립고 고달픈 마음을 달랬고, 동생들과 예배를 드리며 극복하는 힘을 얻었다.
---「노란 모자」중에서

오늘 돌아온 봉지가 내게 말할 수 없는 위로와 기쁨을 주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잃었던 아들이 돌아온 것도 아니고, 귀중품도 아닌 마켓봉지를 다시 찾은 것뿐이다. 그러나 마치 어머니의 따끈따끈한 생일 밥상과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감동이 내 안에서 요동하지 않은가. 차 사고로 인해 잃어버릴 경제적 손실에 비하면 찾은 물건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따뜻하고 친절한 이웃이 주는 마음의 감동은 결코 물질의 크기에 있지 않음을 깨닫는 이 아침을 어찌 넘길 수 있겠는가. 이 사실을 내 기억 속주머니에 고이 간직하며 가끔씩 꺼내보련다.
---「이 아침을 어찌 넘기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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