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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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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20*200*20mm
ISBN13 9791190533300
ISBN10 119053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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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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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하얗게 죽은 것들 사이에서 다시 태어난 환생인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어렴풋한 장면들을 전생처럼 여기고, 그러니 최면에 걸리지 않고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라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사람들은 대부분 전생을 체험하고 나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끝나 버렸다는 것이 슬픈 것일까. 아니면 모든 생은, 그 찰나의 시간을 돌아보면 그저 안쓰러운 무언가로만 남게 되는 것일까. 세상은 봄이었고, 그와 나의 순간에는 눈이 내렸던, 그날의 기억들이 찾아오면 전생을 체험한 것처럼 뿌연 눈물이 난다. 거기 분명, 내가 구할 수 있었으나 구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리라. 내 기억의 눈보라에 얼어 죽은, 구원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렸던 어떤 것이.
--- p.15

사랑에게서 무엇을 바라는가?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주제에 섣불리 사랑을 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떤 열광, 순간적 열망, 환각에 가까운 욕망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능한가? 사랑이라는 거칠고 투명한 윤곽선은 대체 어디까지 포괄해 내는가?
--- p.14

그는 사뭇 진지하게 이름에 대한 그의 인생론을 펼치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뜬금없는 구석이 어쩐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우 씨 이름은 무슨 뜻이에요?”
“적절할 때 내리는 비요.”
“비?”
“네. 그러니까 가문 날에 찾아 주시면 이렇게 적절하게 술친구 해 드릴게요. 그런데 지금은 비도 좋지만 눈이 와야 해요. 올해는 너무 가물었으니까.”
“왜요? 땅이 얼마나 춥겠어요. 그렇게 찬 것으로 덮이는데.”
“소은 씨가 땅을 잘 모르시는구나. 눈이 내려야 지층 아래 깊숙한 곳까지 물기가 스며드는 거예요. 그래야 다음 해에 싹이 잘 트죠. 땅에 물기가 있어야.”
“그래도 거기 있는 것들이 차가워서 얼어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쉽게 얼어 죽지 않아요. 왜 얼어 죽어요. 봄이 반드시 올 텐데.”
--- p.38

“이제 봄이에요.”
세계가 내 손을 잡았다. 세계의 말에, 기쁘지도 슬프지도 놀랍지도 않은, 지문 같은 세계의 그 말 한마디에 저기 깊고 어두운 길 끝에서 봄이 찾아온다.
나는 세계의 말에 봄이 오고 있다고 믿는다.
“울지 말아요.”
세계가 말했으니 이제 나는 울음을 그쳐야 한다. 세계는 무대 위의 신이다. 세계의 말에 봄이 오고, 세계의 말에 나는 울음을 그친다.
“둘 다 울어서 쪽팔리니까, 오늘은 암전.”
세계가 외쳤다. 거짓말처럼 가로등이 꺼졌다. 우리를 향해 다가오던 행인 1의 그림자가 오늘의 마지막 대사를 외친다.
“아, 이 좆같은 동네.”
가로등이 고장 난 이 좆같은 동네는 이제 암전. 지금부터 사람들은 나와 세계를 볼 수 없다. 우리는 무대에서 내려가는 길을 찾아 더듬더듬 걸었다. 나의 오른팔이 세계를 지탱하고, 세계의 왼팔이 나를 감싸 쥔 채로.
그 캄캄한 곳을, 그럭저럭 넘어지지도 다치지도 않고.
--- p.50

세계와 내가, 우리가 되어 사랑이라는 것을 하면 사는 게 조금은 나아질까. 어느 날의 저녁노을처럼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그렇게 하나둘 고개를 내밀게 될까. 될 일 없는 희망과 그저 먹고 사는 일에 한평생을 시달린다고 해도 세계와 내가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살면, 게으른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나는 요즘 그것을 매일 생각한다. 사랑하면 조금 나아질 세계와 나, 너무 뜨거워 아픈 세계의 등과 남쪽의 어느 나라 그리고 저녁노을 같은 것을.
--- p.56

나는 시를 쓰지 말고 과학자가 될 것을 그랬다. 위대한 발명가가 되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말이야, 나는 발명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세상에 발명은 없어, 발견만 있을 뿐이지. 이래서 발명가가 되지 못했나 보다. 그래서 평생 무명 시인으로 살았나 봐. 발명은 대단한 것 같지만 발견은 시시해 보이잖아. 그래, 시라는 것이 원래 시시하다. 그것이야말로 발견일 뿐이니까. 새로운 게 없어. 아니야. 내가 쓴 시가 시시한 것이겠지. 나의 시는 이미 존재하는 세상에서만 떠돌았다. 인류는 백 년 전부터 새로운 세상을 향해야 한다고 외쳤는데, 나는 새 세상을 열지 못하고, 시대를 읽지 못하는 시를 쓰고 있었으니…… 내게는 미래로의 여행, 그것조차도 새로운 세상이 아니었어. 나에게만은 이미 존재하는 세계였다. 너와 내가 한집으로 같이 돌아가는 그 세계가 내 안에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고, 나는 그것을 발견했을 뿐이지.
--- p.91

“네가 살았다는 도시에 아직 그 다리가 있을까?”
진영이 물었다.
“다리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있겠지.”
내 대답에 진영이 손을 내밀었다.
그는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도 어쩌면 무언가를 가르는 다리였을지도 모른다고, 아니 다리인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니 자신의 손을 꼭 붙들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진영의 손을 힘껏 잡았다.
조금은 우악스럽게, 또는 절실하게.
다시 놓지 않을 것처럼.
다시는 누구의 손도 놓지 않을 것처럼.
--- p.151

항구에 도착하자 해가 졌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흐려진 곳에서 선박들은 희미한 불빛을 밝혔다. 그것들은 더 깊은 어둠으로, 알지 못하는 저편의 세계로 점점이 사라지는 중이었다. 파도가 칠 때마다 어쩌면 그곳에서는 생과 사의 경계가 무너져 뒤섞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바닷속 깊은 곳에 머물러 있던 죽음이 배를 덮치려 할 때면, 그들은 배 위에서 애타게 수국을 불렀을까?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다림이 피운 꽃들을.
--- p.176

잘 아물지 못했으나
잘 여물고 싶다.
지금의 바람이다.
---「작가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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