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2월의 외로움

2월의 외로움

[ 양장 ]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42
정가
13,000
판매가
11,7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58쪽 | 106*184*20mm
ISBN13 9791192828114
ISBN10 119282811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는 뇌출혈이 벌어지고 있던 그 새벽의 침상과 그것을 가로막은 벽과 어수선했던 잠결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뭔가를 잘못했다는 끈질긴 자책감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러나 깜빡 졸 때는 체념과 함께 이상할 정도의 평화로움을 느꼈다. 어머니의 영혼이 내 옆에 앉아 오히려 이 아들을 위로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 하고 광호는 생각해 보았다. 손녀의 로사리오 기도로 지금 붉은 장미 길을 걸어가고 계실지도 모를 어머니. 언젠가는 나도 그 길을 따라 기쁨에 겨워 날듯이 달려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자 광호는 불현듯 어머니의 유품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걱정 되었다. 그때, 광호는 자신이 지금 자고 있다는 것을 퍼뜩 깨달았다. 주위에 축축하게 드리워진 어둠이 자라서 유독 새까만 점으로 응어리지더니 까마귀 우는 소리를 내며 날아서 멀어져 갔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출상이었다. 더럭 겁이 난 광호는 온몸이 가늘게 떨려왔다. 겨울 새벽은 아침을 망각한 듯 언제까지나 캄캄하기만 했다.

광호는 그의 결곡한 성품을 친구로서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했지만, 동시에 그 성품의 기반이 되는 열등의식이 탄로날까봐 불안하기도 했다. 그것은 광호 자신의 경멸이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재능 있는 젊은이라면 자존심을 포장하기 위해 도덕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나 도덕은 오히려 기득권이 베푸는 시혜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저 사람 가진 건 없지만 정직하고 똑똑해. 법 없이도 살 놈이잖아? 즉, 머슴으로 부리기 좋다는 뜻이다. 그래도 그 덕에 세상에 틈입할 기회가 주어지는 게지. 이건 일종의 사회적 묵계 아닐까? 광호는 취한 친구를 지그시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 묵계에서 빠져나오고 싶지만 그것이 잘 안 된다는 것을 아니까 우리는 이다지도 서먹서먹한 것일까?

“이 그지 같은 새끼야. 한번 사내답게 저질러 보든가. 그렇게 맨 날 장난질만 하지 말고!”
어느 날 술에 취해 빙그레 웃고 있는 아버지를 향해 광일은 그렇게 외쳤다. 그 말은 어떤 효과를 낸 걸까? 그 후 모든 것이 급속히 무너졌다. 암 투병에서 사망까지 일 년 남짓 걸렸다. 따스한 봄날 광호의 아버지는 완전히 말라버린 해골의 모습으로 세상을 떴다. 곧바로 형은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갔고, 어머니는 완전히 탈진한 평화를 은혜로 알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광호는 어머니에게 깊은 연민과 함께 기이한 고독을 느꼈다. 이 고독은 증오와 인내가 뒤섞인 모습이었기 때문에 얼핏 보면 위선처럼 보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위선과 같은 호사스런 정서는 그녀에게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굳이 묘사하자면 그것은 무기력이 승화될지도 모른다는 허망의 풍경이었다. 이렇게 이해하기로 마음을 정하자, 광호에게 삶이란 가족 모두가 각자 지리멸렬하며 보여준 기만, 배신, 부도덕으로 각인 되었다.

삶이란 처음에는 진정으로 소중한 꿈이었기 때문에 끝내는 아주 길고도 질긴 저주를 남길 수밖에 없는 일종의 각성인가 보다. 이 결론이 광호에게 생활의 구체적 가르침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때 품었던 이런 생각들이 광호 스스로에게도 막연했던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그는 무척 수동적인 사람으로 비쳐졌던 것만은 틀림없다. 광호는 누구도 자기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고, 이 확신은 그가 인식한 삶을 상대로 점점 커져만 가던 혐오감에 도덕적 안정감을 부여했다. 그는 겉으로 매우 유약해보였지만 속으로 차츰 경직된 속껍질을 짓고 있었다. 즉, 고립이었다. 생에 대한 이 은밀한 기술은 사랑보다는 혐오에서 더욱 쉽게 강화되는 경향이 있었고, 언젠가는 파멸로 치달을 운명이었다. 느낌으로는 흐릿했지만, 이것이 진실이었다.

그날 밤도 광호는 어두운 꿈을 꾸었다.
바텐더 아가씨가 울고 있었다. 아버지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것이다. 광호는 그가 사지를 허공에 벌리고 등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모습을 거대한 현미경을 통해 뚫어져라 지켜보았다. 그는 사실은 민아의 아버지인 김소장이었다. 그리고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는 곳은 빛이 가득한 투명한 집의 계단이었는데, 민아의 날카로운 울음이 칼날처럼 멀리서 투명한 얼음을 통해 울려왔다. 그 투명한 이중 저택은 아주 낡고 우아했다. 울음소리는 새떼로 바뀌었고, 새떼는 그 투명한 집을 선회하고 있었다. 광호는 그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집은 허허벌판이었다. 차가운 얼음 벌판이었고, 새파란 별들이 가득히 돋은, 언젠가 가보았던 그 별이었다. 눈을 들어 보니 거대한 조선 사람이 서있었다. 그의 거무튀튀한 저고리자락으로 하얀 눈물이 비스듬히 떨어졌다.

광호는 시퍼런 별을 흘겨보았다. 그리고 다시 그 팝송을 불러 보았다.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별빛은 또렷또렷 점점 커졌고 투명하게 녹아내리는 액체처럼 보였다. 광호는 가볍게 뜬 몸으로 어둠을 가르고 날아올랐다. 온몸이 따스한 열기에 싸여 그는 광막한 우주 공간을 빛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두렵고도 자유로운 비행이었다. 불길이 치솟고 있는 태양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태양은 백광이 점점이 박힌 표면을 번쩍이며 느리게 자전하고 있었다. 그는 탐사 위성의 카메라 렌즈가 투명하게 녹아내리는 모습을 꿈인 듯이 몽롱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미 자신이 탐사 위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몸이 되어버린 위성은 왼쪽 다리가 불에 타고 있었다. 위성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채 태양을 향해 전속력으로 떨어졌다. 광호는 머리를 죽 빼고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불덩이를 묵묵히 노려보았다. 이것은 어떤 결단의 순간이었다. 떨어지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막연히 그는 자기가 받아들이는 이 상황으로 하여 누군가를 대신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이제 완전히 타버린 그저 투명한 의식일 뿐이었으며 그것은 시각의 형태만을 부여 받은 이상한 존재였다. 시선은 불길 속을 헤치며 한없이 추락해갔다. 빨갛게 이글거리는 불길, 하얗게 회오리치는 불길, 주황빛으로 터져 오르는 불길, 불길의 가장자리를 타고 넘는 새파란 불길, 가도 가도 불바다며, 아래도 위도 불길뿐이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영원히 이곳에 갇혀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서럽게 반추해보았다. 그는 출구를 찾아 불길 속을 날아다녔지만 불은 그를 가로 막아섰다. 그때 그는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지금 자기의 이 유폐로써 어머니를 구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붉은 꽃길이 열릴 수만 있다면…….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1,7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