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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12g | 130*200*20mm
ISBN13 9791163168676
ISBN10 11631686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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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인공지능과의 가상현실 연애 플랫폼인 러브온이 등장하면서 연애는 빠르게 사멸됐다. 요즘 세대는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마저도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했다. 연애 경험은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가르는 기준으로 여겨졌다. 사랑의 의미가 변질된 것도 당연했다. 사랑은 성적 만족을 뜻하는 단어로만 쓰였다. 섹스 없는 사랑은 성립할 수 없는 형용 모순일 뿐이었다. 오직 수십 년 전에 유행했던 연애소설에만 무덤에 수장된 유물처럼 고리타분한 연애와 사랑이 등장했다.
--- p.11

나미는 수줍은 미소와 함께 해준의 손을 고양이처럼 쓰다듬으며 답했다. 해준은 찌르르 전류가 타고 흐르는 감각을 느꼈다. 심장이 저릿해지는 기분이었다.
“실은 나 처음이었어요. 누군가와 몸을 이렇게 맞대어본 건.”
설명할 수 없는 충만감이 해준의 가슴속에 차올랐다.
“해준 씨는요?”
까마득한 몇몇 일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어떤 경험도 결코 오늘과 같지는 않았다.
“말하지 말아요. 안 들을래요.”
나미가 웃었다. 또 그 미소였다. 해준의 마음을, 해준의 세계를 온통 흔들어놓은 미소가 또다시 해준의 심장을 거칠게 두드렸다. 할 말을 잃고 바라보는 해준에게 먼저 입술을 댄 것은 나미였다. 한차례 꺼졌던 격정에 다시 불이 붙었다. 금세 두 사람의 몸은 하나로 뒤엉켰다.
--- pp.28~29

나미는 바닥에 떨어진 칼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바로 인식할 수가 없었다. 한참 후에야 머릿속의 나노칩이 행동을 제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공지능에 의해 움직이는 나노칩의 의지가 나미의 의지를 압도한 것이다.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사실에 분노가 솟구쳤다. 다시 칼을 들고 동맥을 찌르려고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누군가 손을 잡아끄는 것 같았다. 나미는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변화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절망감이 가시덩굴처럼 심장을 칭칭 휘감았다. 저주에 걸린 성이 된 기분이었다. 죽음 같은 어둠이 나미의 심장에 스며들었다. 사방이 깜깜한 밤이었다.
--- pp.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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