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거리도 나이를 먹는다. 보도블록의 모서리가 닳고 가로수의 허리가 굵어지면서 가로가 연륜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플라스틱 간판과 얇은 철판의 휴지통만으로는 쌓이는 세월을 새겨나갈 수 없다. 연륜이 쌓일 바탕이 있어야 한다. 가로수는 특히 중요하다. 환경과 생물학적인 계산을 떠나 가로수는 집합적으로 건물보다 중요하다. 가로수 없는 거리는 황량하다. 을씨년스럽기도 하다. 바람난 십대처럼 항상 어수선하기만 하다. 아름드리 가로수가 늘어선 거리는 우리의 감수성을 그 연륜만큼 깊이 담아낸다. '마로니에 잎이 나부끼는 네거리에 버린 담배'를 그리워하는 야곡을 그제서야 부를 수 있다. 그 도시의 불빛은 과연 '내 맘같이 그대 맘 같이 꺼지지 않'는다.
--- p.174
'건축이라는 행위가 콘크리트와 강철이 아닌 인간의 정신 아이디어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라면 실제로 지어지지 않은 계획안이라도 건축적인 가치가 있다' 124page 중에서..
건축가들이 건물을 설계하면서 과연 이 건물이 누구를 위한 건물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느것은 당연하다.........건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건축가는 스스로에게 남들에게 이야기 한다......건물 설계를 의뢰한 사람뿐 아니라 그 공터에서 공을 따라 다니던 꼬마도.....좌판을 펴고 행상을 하던 아주머니도 포함된다.......자본의 배타성에 의하여.....한치라도 더많은 면적을 임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의 언제나 이기게 되어 있다.....그래도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보면 건축가의 입장을 보여주는 건물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178page 중에서...
건축은 벽돌과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으로 이루어진다.....20page..
--- p.124,---p.178,---서문
건축은 사회 이데올로기를 표현하게 된다. 이에 따라 건축가들은 자신이 만드는 건물이 그 시대의 정신에 적합한 것인지를 성찰한다. 그리고 건물을 통해서 사회를 들여다 본다. 건축가들도 사회의 날카로운 비판자로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건축적인 제안을 하는 이는 건축가들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시민들이다. 그 환경은 우리가 사는 환경이 아니라 100년 후에 우리의 후손이 살 환경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더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건축의 가치는 멋있다고 표현될 수 있는 것 너머에 있다. 건축은우리의 가치관을, 우리의 사고 구조를 우리가 사는 방법을 통하여 보여 주는 인간 정신의 표현이다.
--- p.255-256
건축 재료료서 투명한것은 유리밖에 없다. 건축가가 여기서 유리를 주된 재료로 고른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유리를 선택했다고 반드시 건물이 투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유리를 사용해도 건물을 더 투명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벽돌을 쌓아도 더 쌓은것처럼 보이는 방법이 있는 것과 같다. 더 투명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건축가의 집요한 의지에 의해서 검물은 더 투명해질 수 있다. 포스코센터의 로비에는 창이 없다. 벽이 모두 유리이기 때문이다. 천장도 유리다. 벽을 가장 투명하고 말끔하게 만드는 방법은 그 벽만한 유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 p.235
건물은 지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철거되는 순간까지 사회와 계속 관계를 맺는다.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저층 아파트를 허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총독부 청사를 허무는 예와 같이, 건물은 존재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회의 정치, 경제적 논리를 반영하게 된다. 누가 자본의 흐름을 통제하고 권력의 중심에 가까이 있느냐 하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건축에 반영된다. 어린 아이가 예쁘장하게 동그라미나 세모를 그리는 것은 건축과 다르다. 건축가들이 철저히 가치중립적인 공간, 단지 시각적인 매력을 갖는 공간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건축이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되는 것처럼 공간은 단지 바라보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과 생활 , 그리고 그 사회의 부대낌을 담는 그릇이 된다. 이리하여 건축은 건축가가 공간으로 표현하는 시대 정신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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