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알제리로부터 ‘세계’에 이르기까지
사진을 통해 되새겨보는 알베르 카뮈의 창조의 여정
1957년, 44세라는 역대 최연소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20세기의 지성 알베르 카뮈. 『이방인』『페스트』 등 우리 시대에 그의 작품들이 갖는 문학적 가치와 대중적 명성에 비해, 그 작품들이 태어난 공간적 배경과 사회적 맥락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나눔의 세계-알베르 카뮈의 여정』은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들 중 카뮈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그의 친딸 카트린 카뮈가 펴낸 책으로, 카뮈 전집을 한국어로 옮긴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김화영의 번역으로 만난다. 이 책은 작가이자 고뇌하는 한 인간이었던 알베르 카뮈의 사상이 발전해가며 구체화되는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카트린 카뮈는 이 책에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작품활동을 해온 알베르 카뮈의 족적을 더듬으며, 아버지의 창작활동에 영감을 준 원천들을 되짚어본다.
카뮈가 사랑하고 그에게 문학적 영감을 제공한 세계 여러 곳의 풍광, 여행 당시를 기록한 사진, 육필 원고, 서한 등 풍성한 시각 자료뿐만 아니라, 함께 수록된 소설, 에세이, 시평, 연설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세계인’ 알베르 카뮈의 삶과 그의 정치적·예술적 신념, 더 나아가 그의 작품세계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지리적 좌표를 통해 알베르 카뮈의 단면을 세밀하게 살피는 이 책은 카뮈라는 한 인간의 내면을 더욱 자세하고 깊숙이 내보인다. 그의 딸 카트린 카뮈와, 카뮈와 시대를 함께해온 문학계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사진 등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시각 자료들을 통해 카뮈의 문학세계가 어떻게 빚어져왔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삶의 파동처럼 확대되어가는 카뮈의 공간과 사유
그리고 나눔의 세계
『나눔의 세계-알베르 카뮈의 여정』은 작가 카뮈의 작품과 행동, 그리고 그의 지향을 세 가지 공간적 차원에서 정리, 배열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지중해, 유럽, 세계라는 3부로 구성되어 있어, 카뮈가 지나쳐온 공간들과 그 공간에서 빚어진 카뮈의 사유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제1부는 카뮈가 태어나고 작품활동의 모태였던 알제리와, 어머니의 고향이기에 그에게 언제나 친숙했던 스페인을 자세히 다룬다. 제2부에서는 제2차세계대전을 겪는 유럽을 “짐승들의 세상”에 비유하는 카뮈의 날선 비판과 우려의 시선이 잘 드러난다. 마지막 제3부에서는 러시아, 미국, 남아메리카를 두루 여행하며 빈민들의 삶에 공감하고 약자들과 연대하는, 행동하는 작가이자 사상가 카뮈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알제리에서부터 유럽을 거쳐 ‘세계’에 이르기까지 삶의 파동처럼 여러 개의 동심원들을 이루며 점차 확대되어가는 카뮈의 공간을 살펴보다보면 책의 제목에 ‘나눔partage’으로 표현된, 타자를 향한 ‘확대’와 ‘연대’라는 작가의 지향점이 드러난다. 이는 ‘나’에서 ‘우리’로 옮아가는 카뮈 특유의 근원적 운동이다. 이것은 소설 『페스트』가 표현하고 있는,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라는 변형된 데카르트적 명제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제목의 ‘나눔의 세계’란 바로 이 확대의 과정과 그것의 완성·심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삶의 저 끝에 필연적인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삶의 ‘부조리’에서 출발하여 ‘반항’으로, 다시 반항에서 ‘절도節度’ 혹은 ‘사랑’으로 진화, 발전하는 카뮈의 사유는 바로 이런 공간적인 확장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카뮈가 궁극적으로 도달한 ‘세계’는 단순한 지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 공동체로서 함께하고 나누는 인간 보편의 삶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카뮈에게 있어 무의미한 삶에 역동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타자와의 연대였다. 그것이 그가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이었고 그가 일생을 걸고 지켜온 윤리이기도 했다. 카뮈가 지난 세기에 가졌던 화두는, 세계 평화가 여전히 요원한 꿈이며 불완전한 공동체 안에서 개인들이 표류하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카뮈가 앞서 걸었던 길들이 여전히 ‘나눔의 세계’를 찾아 헤매고 있는 후손들을 어두운 밤 멀리서 말없이 빛을 발하는 등불처럼 이끌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언론 서평
카트린 카뮈는 아버지가 여행하며 거쳐간 땅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하나의 책에 다성적으로 오롯이 담아냈다. 프랑스를 넘어 세계 곳곳의 풍부한 자료를 균형감 있게 배치한 그녀는 성실한 수집자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_르 플뤼 누벨 OBS
카트린 카뮈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만들어낸 이 책에서 카뮈의 사적인 사진들도 만날 수 있다. (…) 카뮈가 거쳐간 아름다운 풍경들은 그토록 어두웠던 시대에 카뮈의 작품들이 어떻게 해서 태어날 수 있었는지 깨달음을 준다. _허핑턴 포스트 프랑스
카뮈의 글과 엄선된 자료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 작가의 사상이 발전해가는 양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_프랑스 아마존 독자
카뮈는 일생 동안 타자와의 연대와 사랑을 통해서 무의미한 삶에 역동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참여 행위이고 사랑과 긍정을 바탕으로 한 윤리였다. 그 결과 궁극적으로 그가 지중해에서 출발하여 유럽을 거쳐 도달한 ‘세계’는 단순히 공간적인 넓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공동운명체로서 함께하고 나누는 인간 보편의 삶, 그리고 나아가 생태계 전체의 삶과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_김화영(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