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적으로 물이 중요한 가치를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은 물을 중심으로 마을과 사회공동체를 이루어왔기 때문이다. 즉 물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물리적 조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유대를 형성하는 관계망을 만드는 사회적 조건인 것이다. 특히 화산섬인 제주도는 자연환경이 육지와 달라 독특한 물 생활문화를 만들었다. 이 글에서 물 이름에 주목하려는 것은 사라지는 물통의 이름을 한번 상기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름을 부르는 주민들이 점차 없어지게 되면 공간에 대한 기억도 사라지고 더불어 이름도 소멸되고 만다. 아직은 마을 촌로들에게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물 이름들도 점차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은 자명하다.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은 문화유산이라는 사물이 사라지는 것 못지않게 구체적인 우리 것 한 부분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름은 기억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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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수의 이용 방식을 살펴보면, 한정된 물을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용하도록 시설을 갖추었다. 그리고 용천수 이용에는 일정한 규칙이 따랐다. 식수로 쓰이는 용천수의 시설물은 보통 두세 칸으로 나누었다. 이는 식수를 항상 확보하기 위한 1차적인 목적이 있다. 또, 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칸을 나누어 쓰임새를 구분하는 것은 흐르는 물을 자연스럽게 재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마을 주민들의 물 이용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이와 견주어 남자들이 주로 몸을 씻는 공간으로 이용된 용천수는 하나의 통으로 이루어졌다. 즉, 효용적인 측면에서 형태와 구조가 단순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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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제주도에서 관정방식에 의한 지하수 개발이 성공을 거둔 이래, 2021년 현재 4,566개의 관정이 먹는물(상수도), 농업용, 공업용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체 지하수 취수 허가량은 1일 1,650천㎥이나 일 평균 이용량은 657천㎥ 수준이다. 이처럼 지하수 이용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수층의 구성지질을 비롯하여 발달구조, 대수층의 유형 등에 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또 제주지하수는 모두 화산암 대수층으로부터 산출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공공용 관정(812공) 개발현황 및 지질주상도 자료 분석을 통해 지역별 지하수 개발 특성 및 수직적 대수층 발달 구조를 파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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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의 주요 함양원은 강우로서, 지표에 내린 강우가 토양층과 불포화대 지층을 통과하며 지하수면에 도달하게 됨으로써 지하수 함양이 이루어진다. 지하수의 함양 과정에서 일어나는 물-암석 반응으로 인해 토양과 암석의 미네랄 성분들이 지하수에 녹아들게 된다. 이러한 자연적인 지하수 수질 성분의 공급과 함께, 각종 토지개발이 이루어진 지역에서는 화학비료, 가축분뇨, 오폐수, 쓰레기 매립장 침출수 등과 같은 인위적인 오염물질이 강우와 함께 지하수 대수층으로 유입되어 지하수 오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제주도는 수십 차례에 걸친 용암 분출로 인해서 형성된 화산섬으로 청정한 지하수 수질을 자랑하고 있지만, 반면에 토지개발 등 증가하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하수 수질 오염도 동반되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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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지 평가는 수자원의 개발과 이용 그리고 관리를 위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강수가 땅에 떨어지면 지표 유출, 증발산이 발생하고, 땅속으로 침투한 물은 더욱더 깊이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로 함양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물의 순환(수문순환)이 이루어진다. 과도한 지하수위 저하와 고갈을 막고,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지하수 개발과 이용, 관리를 위해서는 지하수 지속이용 가능량을 평가하여야 한다. 특히 제주도는 투수성이 큰 지질학적 특징으로 많은 양의 강수가 지하수로 함양되고, 수자원의 대부분을 이러한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지하수 함양량은 지속이용 가능량에 대한 기반 자료이고, 물수지 분석법은 지하수 함양량을 평가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수문순환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들, 강수량, 증발산량, 직접유출량, 지하수 함양량 등은 불확실성이 존재하여 여전히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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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지하에는 담수지하수와 염지하수(지하해수, 용암해수)가 부존한다. 담수지하수는 한라산에 내린 눈과 비가 스며들어 지하에 생성된 물이다. 반면, 제주용암해수는 제주섬이 형성된 이후 바닷물이 지층의 틈새를 따라 스며들어 품은 물 자원으로 대부분 현무암층이 발달한 동부지역에 부존한다. 담수지하수의 수량은 강우량과 강설량에 의존적이지만, 제주용암해수는 해안지역의 지질과 바닷물의 물리적인 상호작용으로 생성되는 물이기 때문에 그 생성 기작이 다르다. 염지하수는 지구상 여러 곳에 분포하지만 지질 특성에 따라 부존형태나 구성성분이 다양하다(Van Weert et al., 2009). 제주용암해수(수온 16~18℃, pH 7.4, 염분 34‰)는 항상성과 청정성을 가진 물 자원으로 제주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광어양식장 양식용수로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1991년 용암해수의 수온(16~18℃) 특성과 광주기 등을 이용한 광어 수정란 연중 생산 성공으로 현재 제주에서 광어양식 생산량이 2만5천 톤/년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붉바리, 자바리, 능성어 양식에 용암해수를 이용하고 있다(Lee, 2015; 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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