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이 자리의 주인공이 된 이유를 정확히 해야 한다. 저들이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이유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지 영웅담이나 잔소리를 해도 되는 불가침의 권위를 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8
모든 실망은 기대에서 온다. 상대방이 내 이야기에 관심이 많을 거라는 기대, 이 이야기는 재밌어 할 거라는 기대, 지금 저 표정은 분명 궁금해 하는 거라는 기대 말이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길 바란다. 기대는 부담을 만들고 부담은 부자연스러움을 만들며, 부자연스러움만큼 매력 없는 말하기의 모습은 없다.
--- p.25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의 원활한 말하기이다. 회식 자리에서 직장 상사와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 필요한 우선순위 요소는 완벽한 발음과 목소리가 아니다.
--- p.29
우리는 말을 잘하려고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수년간 전문 교육기관에서 훈련받은 아나운서가 아니고 그렇게 되기 위해 투자할 시간도, 돈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처럼 말을 잘하기 위해 따라간다면, 평범한 우리는 부자연스러운 말하기밖에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말하기를 찾아야 한다.
--- p.30
말을 잘하는 건 어렵고 힘든 과정일 수 있지만, 매력적으로 말하는 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으니 더 이상 당신의 매력을 망치는 정량적인 말하기 연습에 목매지 않길 바란다.
--- p.35
뛰어난 말솜씨가 그 무기의 날카로운 정도를 뜻한다면, 매력 있게 말하는 건 그 무기를 얼마나 잘 휘두르는지를 의미한다. 즉 아무리 말을 잘해도 매력적으로 말하지 못하면, 오히려 내가 베일 수 있다는 것이다.
--- p.37
중언부언하는 말하기는 흡사 격투기 대결에서 눈을 감고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상대방은 한 명이고 목표 역시 주먹을 맞춘다는 것 하나인데, 먼저 치고 싶다는 조급함에 눈을 뜨기도 전에 주먹부터 휘두르는 것이다. 휘두르다 보면 결국 맞기야 하겠지만, 그 상황을 눈을 뜨고 지켜보는 상대방과 관중들은 뭐 하는 건가 싶을 것이다.
--- p.44
이 이야기가 옳던 옳지 않던, 근거가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아무 의미 없다. 당신이 꺼낸 이야기가 이 자리와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면, 미안하지만 그 이야기의 옳은 가치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 없다.
--- p.50
우리는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아니, 같은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의 삶은 매일 새롭고 또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각종 매체에서 전하는 공감의 중요성만 가지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공감의 잣대를 들이댄다.
--- p.59
말하기에서 공감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특히 공감하는 모습은 상대방에게 나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어주고 작은 말하기로도 매력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런데 이처럼 가벼운 방법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공감해주기보다는 공감하는 흉내를 내는 데서 그친다. 이 점은 우리에게 큰 기회이다. 앞선 3가지의 방법으로 공감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대로 공감해줌으로써 어렵지 않게 당신의 매력을 한껏 높일 수 있다.
--- p.63
내가 지금 웃음의 함정에 걸린 줄 모르고 혼자만의 대화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것만큼 나중에 깨달았을 때 부끄러운 것도 없다.
--- p.65
진심의 승률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진심의 주체가 ‘나’라는 것이다. 내가 이 진심에 대해 느끼는 무게를 상대방은 그대로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나에게 무겁게 느껴진다고 해서 상대방도 똑같이 무겁게 느낄 거라는 막연한 착각 때문에 그 무게를 받아 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대에게 무심코 던져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정제되지 않은 그 진심을 부담으로 느끼게 되고 나와의 거리를 한 발짝 뒤로 무르게 된다.
--- p.73
상위 1%의 영업사원들은 기가 막히게 거래처와 원활한 관계를 만들어내고 오히려 말솜씨는 조금 부족해도 라포 형성은 순식간에 이뤄낸다. 그 차이가 바로 스누핑에서 온다.
--- p.82
종종 강의에서 말을 잘하고 싶다는 수강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리 스피치 연습을 하고 관련된 교육을 받아도 막상 대화의 현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 없어서 고민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식의 접근으로는 수년을 연습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말이 어디서 오는 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 p.84
대화의 현장에서 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스몰토크를 미리만 준비할 수 있다면 말하기에 있어서 굉장한 힘을 발휘하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 p.89
땅에서 자란 벼가 우리의 밥상에 오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치는데, 만일 그 땅이 각종 오염물로 뒤덮인 땅이라면 어떨까? 그 땅에서 자란 벼는 이미 오염물을 뒤덮은 채 수확될 것이고 중간 과정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리 많은 조치를 취한다 한들, 근원에서 시작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기술이 아주 발전해서 오염물을 100% 제거했다고 해도, 오염된 땅에서 자란 쌀이라는 오명을 씻고 상품성을 회복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고 말이다. 말의 문제도 비슷한 이치다. 만약 지금 나의 말하기의 문제가 말의 근원에서 시작된 문제라면, 아무리 대단한 스피치를 연습한다고 한들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말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
--- p.129
나는 100을 알고 있고 상대방은 50정도만 알고 있는 대화 주제를 상대방이 먼저 꺼낸다면, 나는 그때부터 50언저리 정도만 알고 있는 것으로 스스로를 설정하는 방법이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모든 걸 다 내어놓는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상대방이 꺼낸 대화 주제가 내가 정말 잘 알고 많이 공부한 분야라고 해도, 일단은 상대방이 꺼낸 주제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더 많이 발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 p.154
타임 스누핑이 매력적인 말하기에서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타임 스누핑의 전제가 관심이기 때문이다. 타임 스누핑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만으로 상대방은 나의 관심을 느낄 수 있고 적절한 관심은 곧 호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p.162
그 당시 선생님의 나이가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어린데 그러한 판단으로 침묵의 방법을 적용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존경스럽다. 그날 선생님이 내게 했던 말은 입에서 나오지 않고 눈빛, 손짓, 공간에서 나왔다. 그 어떤 말보다 그 순간에 필요한 완벽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