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으로 무기력함이 와요.” 세 살, 아홉 살 아이 둘을 둔 엄마의 말이었다. 첫째 키우고 둘째 키우며 계속되는 육아, 엄마 역할은 잘하고 싶지만 생각보다 효능감도 어떤 아웃풋도 쉽지 않으니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무기력과 막중한 책임감이 주어진 일이다. 긴 병에 효자 없듯 긴 육아에도 활기찬 부모 되는 건 어렵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엔 아이들조차도.
결혼 후 감당해야 하는 역할이 많아지고 나와 다른 성별, 성향, 연령의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서 매일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0.78명. 한국은 2022년 합계출산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 및 고금리의 여파로 삶이 팍팍해지는 가운데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어 시간과 금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고 생각하니 심적으로 부담스러움을 느껴 결혼하고 출산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점점 남편, 아내, 아이로 구성된 가정을 주위에서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개인만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아빠, 엄마, 아이들이 모인 가정의 형태로도 완전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을 출간했다. 가정 안의 마음 무게와 숙제는 곧 인류의 무게와 숙제다. 남편과 아내로 살며 느끼고 얻은 것들, 우애와 스마트폰 없는 놀이에 관한 생각들을 나누며 그것들을 함께 풀어갔다. 한국 최초로 100명의 대규모 가족이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부부들의 책임감과 자책감, 아이들의 경쟁과 질투, 스마트폰에 대한 걱정은 오히려 그런 나눔을 통해 서로의 부담감을 내리고 미소와 여유까지 주었다. 태어나서 수동적으로 가족이 된 자신이 결혼해서 능동적으로 가정을 가꾸어가는 한 개인으로 되기까지 다양한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기도 했다.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이처럼 개인의 행복을 심도 있게 맛을 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진정한 해방감, 그것은 무언가로 가득 찬 마음이 헤아려지는 순간 출구라도 찾은 듯 온다.
---「프롤로그」중에서
책은 아무나 쓰나?
당신은 아무나가 아니다.
모든 생은 그 삶만의 가치를 갖고 있다.
3천여 년의 역사를 기록한 사마천의 사기가 최고의 역사서인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계층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사기가 사마천이라는 중국 최고의 역사가가 기록한 것이라면 우리 팀은 그 다양한 계층이 직접 자신의 역사를 자신답게 남길 수 있도록 한다. 생생한 자신의 흔적을 메이크업이나 성형보다는 서로의 관심과 인정으로 온전히 기록한다.
결국 남는 건 사랑이다. 이번 공저 11기 주제는 결혼 후 부부에게 주어진 수많은 역할 안에 마음의 애씀과 보람을 남편과 아내가 직접 남기고, 인류의 숙제인 우애, 스마트폰 없이 노는 법을 아이들이 직접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처럼 독자들 가슴에 금쪽같은 사랑과 해방감을 선물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에필로그」중에서
주부 경력 14년, 아내 경력 14년, 며느리 경력 14년, 엄마 경력 13년. 단 한 번도 ‘경력’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나 자신조차 인정하지 못했던,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니 그 어떤 경력보다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경력. 주부로서, 아내와 엄마로서 정신없이 달려온 날들을 돌아보니 비로소 남편과 아빠의 자리에서 함께했던 남편, 부모의 자리를 온전히 채워주셨던 양가 부모님, 저마다의 색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모두가 새삼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 특별함의 중심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작가님들의 글과 삶이 있었다.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내가 가야 할 길이 조금 더 분명하게 보였고 그 안에서 마음껏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또렷하게 느껴지는 일상 안에서의 이 행복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이윤정」중에서
글을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우애와 놀이에 대해 느끼는 마음을 솔직히 담아낸 글을 보면서 한 명 한 명 우리 작가님들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이름과 나이가 적힌 A4 1장으로 만난 우리지만, 마음을 표현한 글을 통해 진심이 닿았다. ‘금쪽같은 아이’ 작가님들 연령은 다양하다. 8살 꼬맹이 작가님부터 23살 이제 막 성인이 된 작가님들까지 참여해 형제자매 사이에 느끼는 우애와 우애를 느끼는 순간의 감정들, 자신만의 놀이법을 제법 진지하게 담아냈다.
작가님들의 글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마법을 부렸다. 동생과 다투고 부모님께 혼나던 일, 그러면서도 과자 하나를 나누어 먹으며 금세 웃었던 일이 머릿속에 한꺼번에 떠올랐다. 이렇게 잊은 줄 알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 작가님들의 진심이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에게도 그대로 닿길 바라본다. 또한 어릴 적 순수한 마음을 책으로 담은 작가님들의 기억이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함께 바라본다. 아이들의 솔직함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었다.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던 우리들의 시간에 감사하다.
---「이소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