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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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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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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52g | 152*225*20mm
ISBN13 9791189052584
ISBN10 11890525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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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孤山 윤선도, 송강松江 정철. 다산茶山 정약용 등이 모두 유배지에서 문학과 학문을 이룬 것은, 유배지에서의 고독과 침묵을 맞아들여 혼신의 집중력으로 독자적인 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깨달음의 집 같은 세한도의 초당 한 채를 스스로 지어내려면, 안락과 호사만으로 안 된다. 영혼을 단련시키는 시련과 고통을 겪어낼 세월이 있어야 한다. 겨울 산속에 어깻죽지가 부러진 소나무가 돼 보아야 한다. 모든 것을 버린 침묵과 고독 속에서 마음의 꽃이 피어난다. 겨울 산속의 움막 한 채-. ‘세한도’란 깨달음의 마음 풍경이 다가온다. 추사가 손에 붓을 든 채로 문을 열고 나오고 있다.
---「정목일_세한도歲寒圖」중에서

마음속에 맑은 거울을 하나 갖고 싶다.
맑아서 눈물이 돌고 그리워서 사무치는 가을 하늘처럼
깊어졌으면 좋겠다.
얼마나 쉼 없이 갈고 닦아야 가을 하늘처럼 될까.
들여다보기만 하면, 미소가 번져 흐르고,
음악이 울려나올 수 있을까.
삶의 속기와 얼룩이 더덕더덕 묻은 거울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싶다.
---「정목일_투명한 그리움」중에서

길이란 열려 있지만 마음이 닿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길을 가려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고 속도조절이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바쁘게 서둘 까닭이 없다. 앞서 간다고 해서 좋을 리 없다. 느릿느릿 걷더라도 마음의 충만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여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자신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자신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오로지 스스로 깨달아서 마음의 평온과 고요를 얻어내야 한다. 친구와 함께 가는 것도 좋지만, 혼자 가는 것이 홀가분하다.
---「정목일_길 위에서」중에서

비어가는 것이 농막뿐이 아닙니다. 아파트에도 방 임자들이 하나씩 떠나고 빈방으로 기억의 우물만 남겼습니다. 아프고도 질긴 기억 낱낱이 고이고 고여 넘칠 때, 숨넘어갈 것 같은 절박한 몸부림을 집은 알고 있을까요? 비단 내 집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삶과 죽음의 연속선상에 사는 인생이니 집집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하는 사건들이 다반사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러한 사건을 뼈아프게 겪으면서도 태연한 얼굴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닌가요? 그것은 대하로 흐르는 망각의 힘 때문일 것입니다.
---「반숙자_빈 집의 노래」중에서

들길로 나갑니다.
유월의 천지는 놀랍도록 푸르고 푸릅니다. 내가 회색빛 도시에서 겨울을 지나는 동안 꿈꾸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싱그럽고 진한 초록빛이 온 누리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내 마음의 눈썰미라는 것도 이제 쇠퇴하여 가는 모양입니다. 지난여름 잠겨 살았던 빛깔의 흔적을 기억해 내지 못하니 말입니다.
우리가 지나갈 때 잠시 길을 터 주었던 초록이 곧 다시 합쳐져 얼싸안고 어우러지는 것을 봅니다, 바다 빛깔의 하늘엔 흰 구름 몇 뭉텅이가 섬처럼 움직임도 별로 없이 떠 있습니다,
---「김은숙_푸른 바다가 날 부르고」중에서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시장까지 넓혀진 경내의 예전 시장 입구쯤을 찾아 살폈다. 한참 후 드디어 완월정 맞은편 정원에서 만날 수 있으니…. 추억어린 한 소산이 아니랴. 손으로 쓸어본다. 까칠한 촉감. 지금은 긴 시간의 때가 묻어 거무스름한 돌이끼가 돋아나 세월의 무상함을 안고 서 있다. 빛바랜 추억은 삭아진 돌가루에 묻어 나오는데.
---「조설우_어느 봄날에」중에서

대부분 단단히 만드는 것을 위주하여 거친 것이 많았으나 모양이 좋기로는 ‘곤대구덕’이었다. 곱게 다듬어진 가는 대오리(가늘게 쪼갠 댓개비)나 수리대로 만들었다. 쌀 한 말들이지만 때로 제물떡 차롱과 술 한 병을 놓거나 바람떡을 가지런히 채워 부조하러 갈 때 먼 길에는 등짐으로, 가까우면 보따리에 싸서 들고 갔다. 곤대구덕에는 한두 군데 색깔 있는 대를 끼워 넣어 악센트를 주기도 했다. 그런 색깔표시는 어디 가더라도 잃지 말라는 표시로도 쓰인다.
---「김정택_소쿠리의 쓰임새」중에서

어린 손녀가 전화놀이를 하면서 “안녕히 들어가세요.” 한다. 어른들이 하는 걸 듣고 배운 것이다. “어디로 들어가?” 하고 물으니 “몰라요.” 하며 제 방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세요.’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핸드폰으로 영상 통화를 하던 손녀가 ‘친할머니- 안녕히 들어가세요-’ 하며 배꼽 인사를 할지도 모르겠다.
---「이부림_습관의 대물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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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자 종목 : 인터넷도서
  •  업체명 : 21세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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