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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편지

: 그저 너라서 좋았다

정탁 | 떠오름 | 2023년 05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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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128*188*20mm
ISBN13 9791192372372
ISBN10 1192372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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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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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한 기억은 제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쓰다듬어주던 머리, 마주하던 눈, 맞추던 입술, 부둥켜안던 몸. 나는 어디 하나에 빠지지 않고 몸 구석 곳곳에 당신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 기억을 하나하나 잊으려고 하다 보니 저 자신을 잊게 될 지경입니다.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고 그렇게 그리워하며 살아갈 참입니다.
---「작가의 말」중에서

처음 당신을 본 순간 나는 사람이 이렇게 낯설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이 사람은 자신의 삶에 그 누구도 들이려고 하지 않는구나. 구태여 그녀의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녀의 마음 옆에서는 시린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바람을 같이 맞아주고 싶었다. 아니 가능하다면 한 발자국 당신 앞에 서서 대신 그 바람을 막아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됐다.
---「part 1. 그녀」중에서

당신을 붙잡으면 당신은 물론 내 옆에 있어 줄 테지만, 나는 다시 사랑을 이어간다 해도 당신의 차가운 말투와 눈빛을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받아들였다. 당신과의 사랑을 언제까지나 나의 노력으로만 이어갈 수는 없었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은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숨길수록 상대방을 비참하게 만들 뿐. 그렇게 우리는 흔한 다른 연인들처럼 이별했다. 나를 진정 슬프게 한 것은 당신이 내 곁을 떠났다는 게 아니었다.
---「part 2. 이별」중에서

어느 날 우리는 흔한 다툼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풀어나가던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우리는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서로의 자존심이 피장파장 문제를 만들어도 아직 사랑할 여력이 남아있을 땐 번갈아가며 양보하는 게 가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여력은 사라지고, 둘 중 어느 누구도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시기는 오기 마련이다. 그 예감이 느껴질 시기였다. 단순한 갈등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보통 그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part 3. 만남」중에서

그렇기에 결혼이란 참 기묘한 일이다. 연인이라는 이름으로는 허락되지 않던 것들이 허락되는 순간 우리는 색다른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온갖 다툼거리가 많았던 연인 시절과는 다르게, 이 사람만이 이 지구에서 유일한 나의 편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툼거리는 사소한 일이 되기도 한다. 밖으로 나가면 남인 세상, 유일하게 평생을 내 편을 들어주기로 약속한 이와 다투어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가장 든든한 아군을 얻는 일이 바로 결혼이기도 하다. 떠날까 하는 두려움이 사라져 소홀함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러니 반드시 그대를 떠나지 않기에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이와 평생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part 4. 사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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