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들은 주인이 없고 고향이 없다. 그것들은 빈 하늘을 훨훨 날아다닌다. 그것들은 어디론지 가고 또 간다. 그것들은 닥치는 대로 쪼아먹고 사람과 인연을 맺지 않는다. 그것들은 떼를 지어 하늘을 날아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돌린다. 캄캄한 밤중에 한 마리가 끼룩끼룩 울어대면서 먼 바다 쪽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그 캄캄한 바다 위 허공에서 새는 무슨 볼일이 있다는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날지를 못한다. 나는 개이므로 고향이 있고, 주인이 있고, 주인이 주는 밥을 먹고 주인의 집에서 잔다. 나는 개이므로 네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박차고 달리고, 땅 위의 모든 냄새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바닷가 마을에서 나는 세상의 모든 곳이 나의 고향이며, 사람의 냄새가 나는 모든 주인들이 나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다 큰 개였고, 젊고 힘센 수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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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은 주낙에 미끼를 걸어서 물 위로 던졌다. 배 양쪽으로 주낙은 모두 여덟 틀이 설치되어 있었다. 주인님이 쓰는 미끼는 루어 미끼였다. 작은 물고기처럼 생긴 쇳덩어리들을 바다에 던지면 진짜 물고기들이 가짜 물고기를 먹이인 줄 알고 삼킨다. 가짜 물고기는 생긴 것도 진짜 물고기와 똑같고 물 속에 들어가면 물살에 꼬리와 몸통이 흔들린다. 살아서 움직이는 모양까지 모두 가짜이지만, 진짜보다 더욱 진짜를 닮아 있다.
또 가짜 물고기에는 형광물질이 칠해져 있어서 어두운 물밑에서도 빛을 뿜어내면서 진짜 물고기들을 유혹한다. 이 빛나는 가짝 물고기의 가슴에는 날카로운 낚싯바늘과 미늘이 돋쳐있다. 그래서 배가 고파서 이 가짜 물고기를 삼킨 진짜 물고기들은 모두 다 주인님의 밥이 된다. 주인님이 식구들과 함께 먹는 밥이 바로 주인님이 삼켜야 하는 미끼였다. 밥과 미끼와 낚싯바늘이 다 똑같은 것이었다.
주인님은 캄캄한 바다 밑으로 먹이를 풀어서 먹이를 잡고 있었다. 나는 주인님 곁으로 다가가서 가짜 물고기의 냄새를 맡았다. 차가운 쇠 비린내가 풍겼고, 먹을 것이 아니었다. 물고기들은 그걸 모른다. 주인님이 가짜 먹이가 주렁주렁 매달린 주낙을 어두운 물 위로 던질 때, 반딧불이 같은 가짜의 빛들이 반짝거리며 허공에 흩어졌다가 이내 물 밑으로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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