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내다보이는 골방에서 정 교수는,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된 조카 리나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당시 이 유서 같은 편지를 쓰는 것이 평생 먹은 밥값을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기도 안 들어오는 곳에서 하루 열다섯 시간씩 신들린 듯 편지를 썼다.
이 편지는 어떤 고통과 배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삶을 사랑한 우리 할머니, 우리 어머니, 그리고 우리 세대 삶의 진실의 결정, 즉 '사리' 같은 이야기들이다. '식민지화될 수 없는 여자'들의 삶의 지혜를, 이제 성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려는 젊은 여성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제니퍼 베레잔(Jennifer Berezan)은 캐나다 출신 뮤지션으로, 지난 20년간 여신의 영성, 고대의 신비 등을 노래해왔다. 캘리포니아 통합학문학교의 교수이며, '여신 영성' 등의 세미나와 공연을 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음반 〈She Carries Me〉는 자비와 지혜의 여신 관세음보살,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 타라, 가톨릭 교회의 성모 마리아, 그리고 지구 여신 가이아를 찬양하는 명상음악이다.
정현경 교수는 여성들을 위한 치유제례와 명상을 이끌 때마다 이 음반을 틀었다. 그는 국경, 인종, 문화를 초월해서 많은 여성들이 제니퍼 베레잔의 음악을 통해 영혼의 평화를 느끼는 것을 보고, 이 치유의 경험을 이땅의 여성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고 말한다.
* 제니퍼 베레잔에 관한 자료는 홈페이지 www.edgeofwonder.com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정 교수는 21세기 지구를 살려내는 '지구특공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픈 지구를 살려내는 여전사. 이 '생명지킴이' 전사들을 그는 자신이 새롭게 만든 용어로 '살림이스트(Salimist)'라고 부른다. 미래의 여성은 우리 어머니들이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살림'하시던 그 마음으로 이제 다시 '살려내기'를 시작해야 한다.
* '살림이스트'는 모든 죽임당하는 것들을 생명으로 살려내는 미래의 전사들을 의미하는 말이다. 정현경 교수는 2001년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렸던 아시아 신학자 대회에서 강연을 할 때 한국의 에코페미니스트를 지칭하기 위해 이 말을 만들어 처음 사용하였다.
이땅의 젊은 여성들이 그렇게 강하고 아름다운 여전사로 21세기를 살아가기를 바라며, 저자는 그들을 위한 '여신의 십계명'을 전한다. 이 십계명은 알고 읽고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까지 경험토록 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2. 여신은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한다.
3. 여신은 기, 끼, 깡이 넘친다.
4. 여신은 한과 살을 푼다.
5. 여신은 금기를 깬다.
6. 여신은 신나게 논다.
7. 여신은 제멋대로 산다.
8. 여신은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한다.
9. 여신은 기도하고 명상한다.
10. 여신은 지구, 그리고 우주와 연애한다.
20세기의 끝에 히말라야로 순례를 떠난 여성 신학자 정현경은, 그곳에서 어머니 지구의 속마음과 만나는 영적인 경험을 했다. 그가 깨달은 것은 이런 것이었다. 자신이 평생 찾고 공부해온 것은 남성 성자·남신뿐이었다는 사실. 정 교수는 곧 그들에게 '잠정적인' 작별인사를 띄웠다. 이제부터 자신은 여성 성자·여신과 만나는 데 온 정열을 바칠 것이며, 먼 훗날 남신과 여신이 하나가 되는 더욱 온전한 진리를 세상과 함께 나누겠다고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