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의 세 가지 요소인 성원권, 권리, 참여는 서로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어, 모두가 공평하게 각자의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들을 향유하는 공동생활을 구성해나가는 데 동등하게 참여한다. 이 세 가지 구성 요소를 모두 합치면, 우리는 아래와 같은 시민권의 정의를 제시할 수 있게 된다.
--- pp.37~38
정치공동체와 권리는 둘 다 시민들의 활동에 의해서만 구성되고 유지된다.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좌우하는 공동체의 규칙, 정책,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국가와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참여하고 있다고 느낄 때에만 서로에게 그리고 법에 의해 엮여 있다고 느낀다.
--- p.51
사실 법의 지배란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법을 활용해 지배하는 것과 진배없다. 법에는 다양한 집행 근거와 집행자가 있을 수 있으며, 다양한 법률과 법 체계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적용되어 그로 인한 편익과 비용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를 것이다. 만일 법의 제국을 황제가 다스린다면, 법률은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국적 통치의 수단이 될 위험성이 높다.
--- p.76
권리 발전의 각 단계는 동등한 배려와 존중을 받고자 하는 투쟁을 통해 지배 그룹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피지배 그룹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법적 시민권은 정치적 시민권의 형식적 혹은 비형식적 행사 ? 주로 다른 권리를 얻어낼 목적으로 기존에 갖고 있던 법적 권리를 활용하는 등 ? 를 통해 새로운 집단들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변해왔다. 이러한 권리의 확장은 권위 유지를 위해 피지배자들의 자발적인 협력이 필요했던 지배계급 덕분이기도 했다.
--- p.90
이러한 세 가지 속성, 즉 공공선에 대한 헌신, 독립성, 그리고 정치공동체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정치를 고민하는 데 있어 여전히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와 관련한 자질들은 사적재산을 소유하는 것과는 무관한 것이 되어갔다. 실제로 과거의 추정들은 반대로 뒤집혀왔다. 이제는 사적인 자율성이 정치적 영역에서 공적 자율성의 토대로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참여와 사적 영역에 대한 규제야말로 개인적 자유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게 되었다.
--- p.102
서구 민주주의국가들은 소위 ‘여성 할례’라고 불리는 행위를 금지해왔다. 하지만 자녀의 교육에 대한 경우나, 많은 문화권에서 종속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 등과 관련하여 수많은 난감한 경우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에 특정한 관행을 유지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 특히 여성들이 스스로 선택할 기회 ? 전통적인 규범을 따를 것인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나갈지, 아니면 규범을 전부 무시하고서 대신 더 넓은 공동체 속에서 더 광범위한 가능성들을 경험할지 ? 를 보장해주어야 하는지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 p.134
정치적 압력을 통해 권리는 새로운 주체들 ?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 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되었고, 새로운 영역 ? 좁은 의미에서의 정치적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직장, 가족, 문화의 영역에까지 ? 에 적용되었으며, 정부나 타인으로부터 간섭받지 않을 권리뿐만 아니라 교육과 같은 특정한 재화에 접근할 권리가 인식되는 등 범위가 세분화되었으며, 종교적, 문화적 차이를 비롯한 여러 차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권리에 대한 입법 및 판결의 형식이 확장되었다.
--- p.159
시민권은 사회적 관계와 그들을 규제할 수 있는 국가의 필요성 ? 무정부주의와는 달리 ? 을 둘 다 전제한다. 이때 시민권의 중요성이 곧바로 드러난다. 개인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에 의해 제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얻어질 수 있으므로 잠재적인 갈등을 중재하고 공공선을 증진할 수 있는 공동의 규칙과 정책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시민권은 바로 이러한 규칙과 정책들이 관련된 사람 모두를 동등한 배려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로 대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 pp.185~186
대체로 시민적 참여 혹은 비참여의 양상은 어린 나이에 형성된다. 연구에 따르면, 선거권을 갖게 된 첫번째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하는지 여부는 이후 삶에 있어서 정치에 참여하게 될지 여부를 보여주는 좋은 척도가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투표권이 부여되기 전에 더 많은 연소자들이 민주주의 정치에 대해 안내받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상황은 더 나아질 것이다.
--- 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