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늦은 나이에 교직에 발을 들였다. 처음 학교에 출근해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한 것이 서른셋이었다. 일반 사립대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던 중 불현듯 교직에 대한 꿈이 생겼다. 교육대학교 4년이라는 또 한 번의 긴 시간을 거쳐 드디어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임용 시험 합격 후 정식 발령을 받기 전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것이 교사로서의 첫발이었다.
--- p.4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이라는 용어가 전 세계적 이슈이다. 더이상 자신의 이윤만 추구하고 올바른 과정 없는 결과를 내놓는 기업들은 투자도 유치하기 힘들고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도 힘들다. 기업 또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설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세계시민의식을 길러주어야 하며 환경, 사회 문제 등에 진지하게 관심을 두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 p.12
아이들은 미래에서 중요하게 사용될 도구의 사용법을 미리 연습하고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에 중점적으로 사용될 도구는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로 평가받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드론, 가상현실 등이다. 따라서 우리는 학교에서 지금부터 아이들에게 이러한 디지털 도구를 읽고 쓸 줄 아는 ‘ICT 리터러시(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Literacy)’를 길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 p.13
데세코 프로젝트가 놓친 것, 에듀케이션 2030. 에듀케이션 2030의 강조점은 바로 ‘지구촌 웰빙(Well Being)’이다. OECD는 데세코 프로젝트가 개인의 역량 개발에만 초점을 두었다며 이를 한계로 인식했다. 즉,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급변하고 불분명한 미래사회에 대처하고 리드할 수 있을지 개인적 측면에만 집중해 역량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 p.26
미래핵심 역량과 지구촌 웰빙, 융합교육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해하면 앞으로 프로젝트 수업, 교과 연계 수업, 문제 중심 수업 등 융합수업을 설계할 때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 p.30
그렇다면 위의 수업에서 교과 융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우선 ‘탄소 배출 줄이기’라는 문제 상황은 학년별로, 교과별로 다르겠지만 대체로 사회 또는 도덕 교과에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글을 읽는 과정은 국어 교과와 연계가 가능하고 (국어 교과서에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글이 수록되어 있으면 가장 좋다), 이와 관련된 지식·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은 국어, 실과 교과와 연계할 수 있다.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아이들이 제시한 아이디어에 따라 다양한 교과 연계가 가능해진다.
--- p.32
실제 이러한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이 어떠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지에 따라 문제 해결 결과 및 수업의 질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사고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평소 충분한 문제 해결 도구에 대한 사용 경험 및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창체, 미술, 실과 시간 등을 활용해 다양한 앱과 웹, 각종 도구를 사용한 경험이 많을수록 학생들은 실제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떠올릴 수 있으며 몇 가지를 조합해 보다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 p.40
필자에겐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 꿈이 있다. 바로 스탠포드 디 스쿨에서 공부를 해보는 것이다. 미래교육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자료를 찾으며 공부를 하다 보니 스탠포드 디 스쿨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이 학교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곳에서 꼭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런데 스탠포드 디 스쿨은 필자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에게도 인기가 아주 높다. 이미 전 세계적 반열에 오른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일하는 인재들은 과연 무엇을 더 배우기 위해 스탠포드 디 스쿨에 진학하는 것일까.
--- p.51
교육 활동을 하다가 문득 불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내용이 혹시 나만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내 개인적 관심 분야를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추구하고 있는 이 교육 방향이 올바른 길일까? 하고 의문이 들 때가 그러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공람 문서들을 통해 나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 p.77
특히 추천하는 교사 연수 및 학생 프로그램은 과학전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매해 초 공람 문서로 그해 예정된 교원연수와 학생 교육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일정을 미리 알려준다. 목록에 제시된 프로그램들을 보면 ‘적정기술을 활용한 생태전환 교육’,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생태전환 교육’, ‘AI 융합 프로젝트 수업’, ‘빅데이터 수업과 만나다’, ‘첨단 과학기자재 활용’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을 교육에 접목해 놓은 것들이 많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공람 문서를 적극 활용하고 또 활용해보자.
--- p.81
필자는 더 좋은 수업을 고민하고 실생활 연계 수업에 목마른 교사들에게 과감히 눈을 학교 밖으로 돌려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환경 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전 세계가 ESG에 관심을 두고, 학교 역시 이에 대해 중요하게 인식하다 보니 교과와 연계한 다양한 환경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느껴 문제 해결 의지를 불태울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 자료, 도서 등을 이용해 동기를 유발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 직접 실천까지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한다.
--- p.91
엔트리를 이용한 이미지 인식 인공지능 프로그램 만들기
본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간 학급 특색활동을 통해 엔트리 코딩 수업을 여러 차례 진행하였고 이미지 인식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경험도 많았던 터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기존의 수업은 주어진 예제를 따라 하거나 살짝 변형하는 정도로 수업이 진행되었다면 이번에는 학생 스스로 배운 내용을 활용해 문제 해결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접 코딩해야 했다.
--- p.191
아이들과 학급 차원에서 체험학습을 가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은 교사로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교사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쑥쑥 성장해나가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어 결코 멈출 수 없게 되는 일이다. ‘올해는 작년만큼은 하지 말아야지. 조금만 여유 있게 해야지. 조금만 쉬엄쉬엄해야지.’ 하면서도 프로젝트 수업을 하며 학습 과정에 몰입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선생님, 다음 프로젝트는 뭐에요?”, “선생님 프로젝트 또 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는 사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 p.246
프로젝트 수업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수업도, 그저 아이들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수업도 아니다. 보다 화려한 수업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수업을 하기 위해 이토록 손이 많이 가는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 실제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생생하게 알려주기 위해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내가 배운 교과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 또한 우리가 바로 세상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있으며, 필자는 이 과정에서 교실과 세상은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247
학교는 미래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교육현장은 그와 거리가 있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고 느끼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학년별, 학교별 통일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교사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여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해보고 자유롭게 연구하는 문화를 장려해줄 때 교육이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사들이 저마다의 철학으로 자유롭게 탐구하고 원하는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때 보다 다양하고 재미있고 효과적인 여러 가지 교육법 또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