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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늘을 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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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35쪽 | 140*198*20mm
ISBN13 9791196472986
ISBN10 11964729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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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데 죽고 싶고 죽고 싶은데 살고 싶다.”

“강해도, 약해도, 기뻐도, 슬퍼도, 좋아도, 나빠도, 살고 싶어도, 죽고 싶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하루예요. 그래서 하루를 살아갈 힘은, 하루라는 시간을 넘은 내 생존의 시간이에요. 고마워요. 잘 견뎌내고, 잘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내 줘서 고마워요.”

“속옷을 세탁했어요. 한치의 의심도 없었어요. 엄마한테 인사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어요. 다음 날 엄마는 돌아가셨어요. 아마도 난 그 찰나의 순간에 묶여 버린 것 같아요. 알아채지 못한 나 자신을 바보등신이라 생각했어요. 수많은 자책을 했어요. 아직도 후회하고 있어요.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엄마의 속옷을 세탁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세탁이 다 끝나면 엄마 팔목에 꽂힌 수많은 링거줄을 헤집고 들어가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거예요. 그리고 같이 잘 거예요.”

“밤토끼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밤토끼는 못다한 사랑으로 기억하지만, 엄마에게는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나약함을 병원의 세탁기가 아닌, 자기 몸보다 더 사랑하는 딸의 손으로 보듬어졌습니다.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인가요? 엄마는 세상의 마지막 날에, 마지막 시력이 남아 있는 순간에, 딸의 온기가 남아있는 속옷이 보였는지도 모릅니다.”

“살아야 합니다. 살아야겠습니다. ‘잘’, ‘행복하게’ 이런 형용사 빼고 살아야 하고 살아야겠습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아주 위대하니까요.”

“그냥 살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겠단 생각을 해야겠습니다. 아침에 회사 당직 가는 길에 푸르른 하늘이 오늘도 잘 지내보라고 응원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엄마의 눈을 보니, 붉은 노을처럼 눈이 빨개져 있었어요. 눈물이 가득 차 있었어요. 손은 퉁퉁 부었고 손톱도 흰색으로 변했어요. 배는 부풀어 있었고 발등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어요. 아직도 선명하게 그 장면이 생각나요. 엄마는 가쁜 숨을 들이키며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어요. 엄마는 굉장히 열심히 말하려 노력했지만 전달이 되지 않았어요. 간신히 힘을 내 말 하려 했어요. 잘 듣진 못했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붉게 물든 눈빛은 분명 사랑한다고 말한 거라 믿어요. 나와 동생은 엄마를 부둥 켜안고 사랑한다고 계속 외쳤어요. 삐...엄마는 돌아가셨어요.”

“슬픔은 내겐 사치였어요. 살아야 했으니까요”

“가난한 사람에게는 모든 게 사치입니다. 비싼 옷과 음식만 사치가 아니라 잠깐의 여유도, 파란 하늘을 보는 것마저도 사치입니다. 땀과 눈물이 뒤엉킨 어린 밤토끼는 살아야 했습니다. 슬픔을 눈물로 보낼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데, 그럴 수 없이 오늘을 살아내야만 했습니다. 엄마를 보낸 상실감에 큰이모의 죽음이 두려움을 더했다면, 슬픔도 사치로 만들어 버리는 환경은 모든 감정과의 작별을 고했습니다. 밤토끼는 표현을 못하는 게 아니라 표현할 수 없는 환경에 갇혔습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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