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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내는 글 … 004
산속 생활 반달 향기 … 012 꽃이 피었습니다 … 013 귀신이야기 … 014 불편한 사치 … 017 이 세상 최고의 음악 … 018 봄이 갑니다 … 019 새를 두 손으로 감싸 올렸습니다 … 020 부끄러운 욕심 … 024 이쁜 똥 보라색 똥 … 025 드럽게 매운 고추할머니 … 027 강이야, 달 뜬다 … 029 커피 마시고 싶은 풍경 … 031 호연지기다! … 033 가장 기본 원칙이 가장 소중한 원칙입니다 … 035 애호박을 송송송 썰어 넣고 … 036 죽음이 쌓여갑니다 … 037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두 … 038 일냈습니다 … 040 취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 042 수확의 대가 … 043 마당에서 세수를 할 겁니다 … 045 나무를 하러 다닙니다 … 047 호랭이 물어갈 여편네들! … 048 발자국 따라가기 … 051 냄비밥의 멋 … 052 풍경 … 053 오늘은 전파가 좋은 날 … 054 라디오도 지글거립니다 … 056 하늘을 한 바퀴 도는 시간 … 058 낭만적으로 오줌 누기 … 059 추위를 이겨내는 법 … 060 방에 앉아서 내리는 눈 구경하기 … 061 내가 조선시대 문인이었다면 … 062 깔끔해지고 싶습니다 … 064 시간 감옥에서 시간 여행으로 … 065 그들은 분명 외로운 거다 … 066 공교로운 일이 아닙니다 … 067 노동이 시작되는 계절 … 068 햇살을 밥상 위에 올려놓고 … 069 싹둑! … 070 손님 접대용 감 … 072 모두 고라니 탓입니다 … 073 봄바람기를 삭이는 법 … 074 아끼면 똥 된다 … 076 도마뱀 탓입니다 … 078 도깨비살, 머리말을 썼습니다 … 079 산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 081 천둥소리보다 무서운 경적소리 … 083 산에서 가장 무서운 세 가지 … 085 환장하게 밝은 달빛 … 087 에구구구구 … 089 칡꽃차 … 090 새의 눈이 되어서 … 092 벌레들과 생존경쟁 … 093 농부의 마음 … 094 늘 새로운 일입니다 … 096 고맙습니다 … 097 머슴밥 먹는 법 … 098 첫눈이 내립니다 … 099 측간 청소를 하다가 … 101 어줍짢은 농사꾼들 … 103 무념과 잡념 사이 가장 큰 선물 … 106 끈 … 108 비 내리는 강 … 109 배웅하는 뒷모습은 쓸쓸합니다 … 110 하늘님이 찾아오신 꽃 … 111 고추 모종을 바라보며 … 113 소나무와 찐해졌습니다 … 114 당당한 사슴벌레 … 115 대물림 … 116 산 풍경을 밥상 위에 올려놓고 … 117 무념과 잡념 사이 … 118 나비 사랑법 … 119 나를 타이릅니다 … 121 20여 년 만에 만든 노래 … 122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 123 그, 따뜻했습니다 … 124 연기론(緣起論)과 잡초들 … 125 무뎌진다는 것은 … 128 무원탑 쌓기 … 129 나도 갈빛입니다 … 131 풀씨처럼 살아볼 일입니다 … 132 파리채를 들고 서성이다가 … 133 시작을 다짐하는 날 … 134 한 해를 시작합니다 … 135 잘못 쏠아놓은 톱 … 137 다람쥐가 되고 싶습니다 … 138 길이 지워졌습니다 … 140 자연은 보호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 141 어여쁘거나 얄밉거나 강이와 물결이 … 144 노루와 산책한 날 … 146 왜? … 147 아까워라 이 향기 … 148 배추꽃이 오종종, 피었습니다 … 149 고라니 울음소리를 기다립니다 … 151 강이가 새끼를 뱄습니다 … 154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 155 소쩍새한테 했던 실수는 하지 않을 겁니다 … 156 배신자 꿩 … 157 풀 풀 풀 … 158 협상의 여지가 없는 칡 … 159 순산을 했습니다 … 161 어린 물고기들 … 163 애틋한 소리들 … 164 새끼들이 사라졌습니다 … 165 얄미워 죽겠습니다 … 167 강이가 또 새끼들을 숨겼습니다 … 168 주인 행세를 했습니다 … 169 에이, 쏙독새 같으니라고! … 170 판정승을 거두다 … 171 어떡하지요? … 172 집 한 채가 더 생겼습니다 … 173 강이가 사라졌습니다 … 174 달맞이꽃 … 175 정정당당한 대결을 위해서 … 177 오이에서 찾아낸 진리 … 179 나비가 되었습니다 … 181 숲속 친구들 … 183 두더지의 승리 … 185 돌아온 물결이? … 186 내가 지고 말았습니다 … 187 연이 깊어진다는 건 … 189 헛걱정 … 190 흔적 … 191 겨드랑이로 바람을 느껴봅니다 … 192 고니들이 왔습니다 … 193 멧비둘기의 사연을 들어줬습니다 … 195 항의를 했습니다 … 197 원추리와 백합 … 199 그 집안 그 새 … 201 어이없는 놈 … 202 반딧불이 … 204 풀벌레 탓입니다 … 205 드디어 만났습니다 … 206 |
저김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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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 시간 속으로 들어가다
이 글은 산으로 들어와 살게 되면서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산에서 살겠다고 되뇌었지만 참말로 산속에 거처를 옮기려고 계획을 세우자, 걱정을 넘어 두려움까지 엄습했습니다. 눈 딱 감고 저질렀지요. 품격 있게 말하면 용기를 냈습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이 거추장스럽거나 능숙하지 못한 까닭이었겠지요. 승용차도 들어올 수 없는 깊은 곳을 선택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로 했습니다. 글 쓰고, 조각하고, 동요를 지으면서요. 그러다가 언젠가 내가 세상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장소가 되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이 점점 가상공간화 되어가는 게 못마땅했으니까요.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친해져 볼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었지요.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기를 썼습니다. bumstar란 닉네임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해 놓고 ‘섬진강 일기’란 방에다 하루의 일과를 두서없이 썼습니다. 그러다가 굳이 홈페이지를 유지할 의미가 없었던 까닭에 폐쇄해버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절이 그리워졌습니다. 자연과 처음으로 접하면서 느낀 새롭거나 신비로움을 기록해놓은 것이었으니까요. 다시는 그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대단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나! 20년이 지난 지금, 그 파일을 받아놓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찬찬히 읽어봅니다. 이제 이곳은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들랑거리는 ‘섬진강 도깨비마을’이란 문화예술기업 겸 숲체험원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돌이켜보니 내가 처음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했던 생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순간에 이 글이 나에게 왔을까 생각해봅니다. 코로나19 시대가 왔습니다. 메르스·사스뿐만 아니라 집중호우로 인한 섬진강의 범람이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사람들의 무분별한 환경착취에 대한 지구의 보복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입니다. 대비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조바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듯 거창한 생각도 해보지만 소소하게 바라보면 나에게 산골생활이란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꽤 감동적이었고 내 삶에서 이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은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는데… 덩어리 시간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상 살면서 늘 촘촘하게 짜인 시간표 안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스스로 나를 다그쳤는데, 이곳에서는 덩어리 시간이 주어진 것입니다. 난 산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덩어리 시간으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덩어리 시간은 나에게 수많은 선물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온전한 시간을 갖게 되자 자연스레 주위를 살펴보면서 관찰하게 되었고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났습니다. 풀과 나무, 곤충과 산짐승들! 수많은 생명들의 일어서고 스러짐은 신비롭지 않을 수 없었지요. 자연에 대한 기쁨과 즐거움, 경외가 늘 함께 있을 수밖에요. 이러한 생활 속의 감동들이 나를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로 만들어놓았습니다. 혹시, 세상 사는 일이 무료하거나, 힘들거나, 산골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글이 응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섬진강 도깨비마을에서 김성범 ---「펴내는 글」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