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가상공간에서의 체험이 늘긴 했지만 그 이면에는 어떤 허무도 있다고 생각해요. 보복 소비를 위해 무언가를 구매한다거나 혹은 실제로 만질 수 있는 걸 추구하게 된다거나 말예요.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오프라인 경험이 급증한 것을 보면, 저는 이제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깨끗하게 닦인 쇼윈도에 얼굴을 대고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어요. 쇼윈도가 아무리 투명하더라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무언가를 경험하거나 가질 수는 없잖아요.
---「임솔, 「라운드 테이블」, 28쪽.」중에서
언제나 접속해 있기에 접속할 필요가 없는 오늘날, 화면 속 디자인의 행보는 신선한 모습이 되기 위한 투쟁 같다. … 개선이 아닌 변화라는 이유로 새롭게 사용되는 시각 디자인 도구는 얼마만큼 유의미할까? 그러니까, 도구는 꼭 새로워야 하는가? 머지않아 시간이 대답해 줄 것이다.
---「고민경, 「스크린이라는 텃밭에서」, 41쪽, 57쪽.」중에서
디지털 매체에서 이미지는 종이 위에 한 번 더 압축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디스플레이 위에서 그대로 완결됩니다. 가상의 공간에서 제약 없이 질감과 색감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텍스처는 이곳에서 실제보다 더 강한 힘을 갖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매체에서 질감은 더 이상 이미지의 부수적인 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로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박신우, 「INSTAGRAM, IT MATTERS」, 60쪽.」중에서
말로 레이블링(labeling)할 수 없는 건 AI가 이미지로 생성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 결국 스크린 타이포그래피 교육은 “어떤 상황에 대해 얼마나 다른 개념어 혹은 감각어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 될까요? 사실 저는 지금 아주 혼란스러운 시기에 위치해 있기도 합니다. 학생들과 함께 무엇을 공부하면 좋을까,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 걸까.
---「홍은주, 「말도 안돼 말은 되지」, 105쪽.」중에서
어떤 대상을 좋아하고 급기야 사랑하게 되면 그 아름다운 마음을 주위와 나누고 싶게 마련이다. 내게 《새로운 질서》는 그 일을 실천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다. 《새로운 질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핸드메이드 웹의 정신을 되살려 컴퓨터의 기본 언어로 웹사이트를 만드는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이를 통해 자신을 향한 사랑을 확장하고 또 주위와 나누는 데 있다.
---「민구홍, 「새로운 질서: 어제와 오늘과 내일과」, 109쪽.」중에서
한 권으로 묶일 필요가 없는 웹페이지는 사용자에게 이 각각의 낱장을 같은 선상 위에 무한히 나열하는 집합으로서 보여 주며, 책장을 넘기는 대신 하이퍼링크라는 보이지 않는 제본실을 통해 낱장과 낱장 사이를 탐색하고 아카이빙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맥락을 발견해 엮을 수 있도록 한다.
---「박고은, 「디지털 아카이브“ 수집하고 정렬하고 펼쳐 놓기」, 133쪽.」중에서
CERN, info.cern.ch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 재직 중이던 팀 버너스리가 1991년에 만들었다. 월드 와이드 웹을 만들게 된 배경, 만드는 데 쓰인 기술, 만든 사람들 등 초기 웹에 관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질서 그 후, 「새로운 질서 그 후가 소개하는 웹사이트 42선」, 156쪽.」중에서
워크숍을 진행한 뒤 ”다시 그래픽 디자인이 그렇게 재밌어졌나?“라는 물음을 받았고, 이에 나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실천하는 방식에는 의뢰인의 작업을 잘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를 관찰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음을 온라인 매체의 창을 열고 열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사록, 「윈도우를 열고 열어 가며: 워크숍 《QQ》를 이어 가는 형태」, 180쪽.」중에서
컴퓨터로 작업한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다시 말해 구겨 넣다 보면 필연적으로 색 공간과 이미지 크기는 압축된다. 이로 인해 작업물의 열화와 같은 문제들을 맞닥뜨리는데, 공유 플랫폼, 디바이스, 디스플레이 각각의 환경으로 인해 결과물의 재현 조건을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일종의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 공유 환경에 익숙해질수록 이미지 열화와 왜곡 현상에 대한 호기심은 서서히 커져만 갔다.
---「임솔, 「몸 위에서 말하고 닳고 부서지는 그래픽 팝니다」, 196쪽.」중에서
각기 다른 언어를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 그것이 다국어 글자체 개발의 요점일 것이다. … 「산돌 라바」는 기존 「라바」의 유전적인 특징을 따르면서도 한국에서의 보편적인 사용 환경을 고려하고 한글 고유의 맥락을 따르려 한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한글과 라틴의 팽팽한 균형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전복시키지 않으려는 디자이너의 노력이 느껴진다.
---「김슬기, 「천칭 위의 라바」, 216, 222쪽.」중에서
한홍택과 함께 산미협회의 창립을 주도했던 조능식은 1958년 『동아일보』 기사에서 ”데자인의 생명은 행동하는 데 있다.“라고 밝히며 생활에 의욕을 북돋아 주는 행동미술로서 디자인의 실천성을 강조했다. 김기조는 ”데자인은 행동이다.“라는 표어를 추출했다. … 담담한 어조는 네모꼴 안에 글자가 꽉 들어찬 형태를 통해 시각화됐고, 굵은 획선이지만 꺾임이 둥글게 처리되어 글자가 지나치게 무거워지는 것을 경계했다. 이로써 ‘다지인’이 지니는 모호한 경계선은 레터링의 확고한 물질성과 일종의 대비를 이룬다.
---「김미혜, 「‘데자인’, 경계에서의 외침」, 236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