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형태의 불륜을 저희는 제곱불륜이라고 합니다. 일단 맨 왼쪽 1번 방의 남성분과 그 오른쪽 2번 방 여성분은 서로 불륜 관계입니다. 이것은 평범한 불륜이죠. 그리고 2번 방 여성과 3번 방 남성도 서로 불륜 관계입니다. 3번 방과 4번 방, 4번 방과 5번 방, 이런 식으로 계속 불륜 관계인 형태로 진행됩니다. 여기까지 이해되시나요?”
“네, 그렇군요.”
“그리고 동시에 1번 방 남성분은 16번 방 여성분과도 불륜 관계입니다. 이러한 형태가 제곱불륜입니다. 불륜 대상의 불륜 대상과 불륜을 하면 2제곱불륜, 불륜 대상의 불륜 대상의 불륜 대상과 불륜을 하면 3제곱불륜인 식이죠. 그러니 여기 있는 불륜인들은 현재 15제곱불륜이라는 믿기지 않는 기록을 세우신 상태인 겁니다. 현재 저희 연구소에서 공인한 최고 기록이죠.”
---「불륜 연구소 취재기 중에서
“저건 랩 샤먼이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험에서 초상적(超常的) 요인에 의한 오차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하늘과 신불에 치성을 드리고 있는 거지.”
“초상적 요인이요?”
“완전히 동일한 실험을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하더라도 실험에는 항상 오차가 생겨. 이것은 절대로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현상이야. 아무리 인간이 주의를 기울여 세밀하게 실험을 진행한다고 해도 이러한 오차는 절대로 완전히 제거될 수가 없지. 이와 같은 오차는 인간의 실수에 의한 착오, 발생 원인을 자연적인 범위 내에서 명확하게 식별해 낼 수 있는 정오차, 그리고 발생 원인을 특정해 낼 수 없는 우연 오차로 나뉘어. 여기서 초상적 요인은 일부 우연오차의 원인이 되고 있는 초자연적 현상을 말해. 예를 들자면 연구실의 기운이 안 좋거나, 터가 나쁘거나, 수맥이 흐르거나, 그날 일진이 나쁘거나, 연구자한테 삼재가 들었거나 하는 것들 말이야.”
---「필하율 학생의 직업 체험 보고서 중에서
첫 번째 사태가 종료된 후 입에서 발화하거나, 전파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든 대화는 찢어진 하늘과 그 너머에서 나타난 거대한 괴생물체에 대한 주제로 잠식되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였다. 유력 포털 사이트의 주요 검색어 순위는 모조리 예의 초자연적인 재앙에 대한 혼란스러움과 당혹감의 반향을 비춰 주고 있었다.
“그것은 무엇인가! 목적이 어떻게 되는가!’
그러나 그보다 더욱 급박한 질문은,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인가”였다. 보다 정확히는, “그 일이 나나 내 소중한 사람에게 닥쳐올 가능성이 있는가?”
---「사탕통 중에서
“이제 일어나게 될 재앙이 무엇일지는 저도 모릅니다. 어디서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은 저보다 우수한 과학영력(科學靈力)으로 그것의 발생을 감지해 내는 데 성공했고, 그러니 당신이 이 길을 계속해서 걸어간다면 당신은 자연히 그 재앙의 시작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저 자신이 제가 모시는 수(數)의 이데아에게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러한 사실들을 알려 주자는 선택을 한 것처럼요.”
---「과학 무당과 많은 커피 중에서
정말로 힘들었던 점은 김철수라는 인간의 생생한 맨얼굴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음에도 그가 쓴 글이 정말로 대단하다는 점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토록 비루하게 느껴지는 정신에서 그처럼 아름다운 글이 나오다니 도무지 그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그 후 사장을 통해 김철수가 왜인지 나를 마음에 들어 했다는 썩 기분이 좋지는 않은 전언을 전해들었다. 내 표정이 썩어 들어가는 것을 알아챘는지 사장은 다 안다는 태도로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어쩔 수 없어. 일이야.”
---「요술 분무기 중에서
오호호호호, 그러니까요. 그러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원래대로 착하게 돌아왔어요. 거기다 그때 성령을 직통으로 받아서 그런 건지, 그 후로 애가 머리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몰라요. 막 배우지도 않은 라틴어도 자유자재로 말하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그밖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말들로 프리 토킹을 하더라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사고 때문에 머리 다치고 나서 갑자기 언어 천재가 되어서 새로운 언어를 쉽게, 막 흡수하게 되었다는 거. 그래서 애 아빠는 또 자기 덕이라고 자랑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애 아빠가 애가 말 안 들을 때마다 애 뒤통수를 후려쳤었거든요. 그때 뇌에 충격을 받아서 언어 지능이 좋아졌다는 거지.
---「충청도에 있는 교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