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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태어난 여자

청어시인선-391이동
홍춘녀 | 청어 | 2023년 06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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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30*205*20mm
ISBN13 9791168551473
ISBN10 1168551471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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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빠진 날이라고 품 떠났던 새끼들
든든한 호위병 하나씩 물고 온다
재잘재잘 귀여운 새끼들
품에 끼고 모여든 날
세상도 꽃잔치로 들썩인다

진수성찬 앞엔 촛불 둘러싼 가족들
축가송이 울려 퍼지고
손주들 눈 속엔 반짝반짝 별이 빛나고
폭죽에 우주가 놀란다

오늘만 같아라

입과 귀가 호강하고
쪼그라진 주머니가 활짝 펴지고
어화둥둥 밝은 달이
어깨춤을 춘다
---「봄에 태어난 여자」중에서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

주는 사랑은
메말라 금이 가는데
받는 사랑은
어디쯤에서 만족할까

오늘도
힘겨운 샘물 퍼 올린다
---「사랑」중에서

아파트 샛길에
눈처럼 날리는 낙엽이 수북 쌓인다
수채화로 물들여진 화선지 위를
밟기조차 조심스럽다

35년 전
큰딸이 손톱으로 피워 올려
명문 미대에 들어갔을 때처럼
너희 모습이 자랑스럽다

손끝 패도록 그려댔던
그 인내처럼
아픔과 고통 잘 참아내고
곱게 마무리하는 낙엽에서
희망의 소리 듣는다

나도 그렇게 물들다가
자식들에게
희망 하나 심어주고 싶다
---「생애」중에서

오랜만에 무심천 다리 밑
쉼 의자에 앉았습니다

지긋지긋한 마스크도 벗고
잔잔히 흐르는 물바람에
마음을 다독입니다

고요를 깨트리는 차 소리
마음을 날리는 비행기 소리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언제든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비둘기는 햇살로 몰려 나가
옹기종기 평화롭습니다
가을이 왔다는 맨드라미꽃은
머지않아 겨울이 온다는
신호인 것 같습니다
---「침묵을 깨고」중에서

변두리 공터 낡은 의자에
삶에 지친 취객
긴 꿈의 환각에 빠져있다
옆에는 검은 비닐봉지와 빈 소주병이
오누이처럼 앉아 있고
흩어져 가는 바람이
낙엽 잡고 허공을 돈다

한때는 부풀었던 꿈 세상의 눈에
힘이 부쳤으리라
어쩜 토끼 같은 자식과 예쁜 아내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교회 탑의 붉은 십자가가
근심 어린 눈빛으로
보초를 서고 있다
---「삶에 지친 취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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