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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이언 매큐언
관심작가 알림신청Ian Russell McE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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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민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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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방 반대편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런 거로군.” 맥 빠진 말투였다. 합리적인 남자가 시험을 당하다 지쳐버렸다는 듯한 태도. 감탄스러웠다. 그런 연기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순회판사로 일할 때 재판정에서 만났던 글도 읽을 줄 모르던 늙은 전과자들이, 개중 치아도 몇 개 남아 있지 않던 그들이 피고인석에 앉아 되는대로 늘어놓을 때도 그보다는 연기를 잘했다.
--- p.49 “카터 씨, 의료 선택의 자유는 성인의 기본적 인권이라는 점, 인정하십니까?” “인정합니다.” “그리고 동의 없는 치료는 신체침해에 준하는, 또는 실제로 폭행에 준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동의합니다.” “그리고 애덤은 성년에 아주 가깝습니다. 이런 경우 법이 정의하는 기준대로라면 말이지요.” 카터가 말했다. “바로 내일 아침에 열여덟 살이 된다 해도 오늘은 아직 법률상 성인이 아닙니다. --- pp.96~97 애덤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물었다. “제 생각을 바꾸려고 오신 거예요? 제 생각을 바로잡으려고요?” “절대로 아니야.” “아, 그렇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애덤은 갑자기 짓궂게 이죽거리는 아이로 돌변하며 비록 힘없는 동작이었지만 이불 속에서 무릎을 세워 안았다. --- pp.142~143 “1989년 아동법은 그 도입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의 복지임을 주창했습니다. 저는 ‘복지’가 ‘안녕’과 ‘이익’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A의 의사를 고려할 의무도 있습니다. …… 저는 판결을 내리는 데 있어서 A의 나이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신앙과, 치료를 거부할 권리에 내포된 개인의 존엄성에 응분의 비중을 두었습니다.” --- pp.168~169 |
명망 높은 고등법원 판사 피오나 메이는 어느 일요일 밤 남편의 갑작스러운 선언으로 인해 결혼생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그와 동시에 법원으로부터 긴급한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17세 소년 애덤에게 강제로 수혈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병원의 청구였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아이의 부모는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수혈을 거부하고 있으며, 스스로 결정권이 있는 18세 생일까지 3개월이 남은 아이 역시 같은 견해라는 것이었다. 사흘 안으로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피오나는 애덤이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그리고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법정이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지에 대해 정확한 답을 얻고자 직접 소년을 만나보기로 한다. 피오나는 그렇게 어두운 병실에서 애덤을 마주하게 되고 이 만남으로 비롯한 연쇄적인 사건들은 애덤뿐만 아니라 피오나의 인생에도 예기치 못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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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e Children Act는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유명한 ‘아동법’에서 따온 것으로 이는 법정이 미성년자(아동)와 관련한 사건을 판결할 때 최우선적으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영국 고등법원의 가사부 법정을 무대로 한 이 책의 아이디어를 매큐언은 친구이자 전직 항소법원 판사인 앨런 워드에게서 얻었다. 그는 판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워드가 쓴 판결문을 접하고 그 어떤 소설 못지않게 생생한 인간 드라마를 소설화하기로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된 고등법원 가사부에서는 보통사람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관심사, 즉 사랑과 결혼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의 종말, 싸움을 통한 재산분할, 아이들의 운명에 대한 신랄한 다툼, 부모의 폭력과 방임, 유산, 질병과 치료, 결혼생활의 파탄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종교적 혹은 도덕적 분쟁 등을 다루고 있었다. 판사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할 때 법정은 마지못해 ‘사법부의 합리적 부모’ 역할을 맡아야 한다. 바로 내 무릎 위에는 개연성 있고 흥미로운 상황 속에서 복잡한 윤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현실의 인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가사부의 판결문에는 무수한 개인의 드라마와 복잡한 도덕의 문제가 담겨 있다. 그것은 소설의 영역이다. 비록 운 좋은 소설가와 달리 판사는 실제 인간세계에 묶여 있고 반드시 판결을 내려야 하는 처지이지만.” _이언 매큐언, ‘the law versus religious belief’ [가디언] 기고 발췌 (※출처: http://www.theguardian.com/books/2014/sep/05/ian-mcewan-law-versus-religious-belief) 법정이 맞닥뜨린 난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백혈병에 걸린 소년과 사흘 안에 아이의 목숨이 걸린 판결을 내려야 하는 고등법원 판사의 이야기 《칠드런 액트》는 가사부 판사인 피오나가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오랜 세월 다른 사람들의 가정사를 굽어보고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었던 피오나는 자신 역시 그들과 같은 혼란에 빠지게 되자 당혹스럽기만 하다. 그와 동시에 피오나는 여호와의 증인인 한 십대소년의 생사가 걸린 재판을 맡게 된다. 아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그의 종교가 금지하고 아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수혈을 강제로 집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법은 자신의 치료를 거부하는 것을 개인의 기본권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의사가 환자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치료하는 행위는 형법상의 폭행죄에 해당한다. 소년은 자기 결정권이 생기는 18세 생일까지 꼭 3개월을 남겨두고 있지만 3일 내로 수혈을 받지 않으면 당장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오나는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 아이가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믿음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이 진정 그의 복지를 위한 길인지 파악하기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아간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감정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모두의 미래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종교의 자유와 아동복지라는 복잡한 문제로 인해 이런 소송은 고등법원과 항소법원까지 간다. 법은 마지못해 일상의 세세한 문제에까지 개입하게 된다. 가사부의 판결문은 대체로 비종교적 근거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도덕적 관점 차이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 현생이 내세보다 덜 중요한가? 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은 동성애와 낙태를 혐오하는가? 의회는 이런 문제에 결론을 내리고 법정은 그 뜻을 따라야 한다. 자신이 믿던 종교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 정당한가? 형사 법정은 처벌하는 사람을 처벌해야만 한다. (…) 법정의 가사부는 소설과 동일한 땅, 인생의 모든 필수적인 관심사가 존재하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하여 소설은 판단을 유보하는 호사를 누리며 이 땅에 끼어들어, 인물과 상황을 재창조하고 사랑과 신앙, 법률의 세속정신과 신실한 신앙의 만남을 탐구할 수 있는 것이다.” _이언 매큐언, ‘the law versus religious belief’ [가디언] 기고 발췌 매큐언은 주인공인 피오나를 “이성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이성이 항상 보호장치가 되어주지 못함을 깨닫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59세의 나이로 “노년의 유아기에서 막 기는 법을 배우고 있는” 피오나는 어느 날 갑자기 평온했던 자신의 온 삶을 뒤흔들고, 가장 내밀한 감정을 휘저어놓으며, 믿어왔던 많은 가치들을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순간을 맞닥뜨리는 것이다. 매큐언은 전작 《이런 사랑》과 《토요일》 등에서 이성과 과학의 문제를 꾸준히 다루어왔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그것이 초자연적인 믿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을 더없이 섬세한 감정으로 그려낸다. 복잡하게 얽힌 윤리와 가치판단의 문제를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한 중년여성과 사춘기 소년의 가슴 아픈 이야기로 그려내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더불어 “글을 뼈가 드러나도록 깎아내는” 매큐언의 날카롭게 벼려진 글과 우아하고 세련된 문장은 새삼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 언론 서평 모든 단어가 중요하다. 마스터 솔로이스트가 연주하는 복잡한 곡의 감각과도 같다… 몇 줄기 이야기가 매혹적으로 얽히다가 최종에는 가슴이 무너진다.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다. _타임스 변함없이 아름답고 우아하다… 사제의 칼라처럼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하고 얼룩 한 점 없이 세련되었다. 생존 작가 중 최고의 위치에 오른 한 사람에게서 나온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작품. _워싱턴 포스트 매큐언의 글은 목을 따는 면도날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의 글은 예리한 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그의 책은 여전히 독서 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_가디언 심오하고 가슴 저민다. 일상의 딜레마와 타블로이드의 논란을 솜씨 있게 병치시켰다. _피플 독자들은 작가의 비관적인 추론을 두고 논쟁은 할지 몰라도 그가 생존하는 영국 최고의 작가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부커상 수상 작가로서 다시 한 번 과학과 종교 간 투쟁에 몰두하는 그로 되돌아왔다. _텔레그래프 우리가 소설가에게 바라는 모든 것을 매큐언은 할 수 있고, 또 했다. _시카고 트리뷴 작가가 작품을 장악하고 있을 때 독자는 그저 페이지를 넘기는 행동 말고는 무엇도 할 수 없는 것이다. _메일 온 선데이 순식간에 내용에 몰입하게 만들고 앉은 자리에서 한달음에 읽게 만든다. 능숙한 구성과 거침없는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흥미진진하다. _이브닝 스탠더드 이런 거장만이 200페이지 남짓한 짧은 분량에서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를 맞물리게 하고 모든 이야기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_보스턴 글로브 반박 불가능한 독창성. 정확한 단어 선택과 유려한 문장의 조합이라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매큐언은 다시 한 번 흔치 않은 상황 속에 내재한 우주적 진리를 깊이 있고 지혜롭게 탐구한다. _북리스트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훌륭하고 강렬하고 감동적인 독서 경험 중 하나였다. 비범하고 섬세하게 균형 잡혀 있으며 완벽하게 구성되고 아름답게 쓰였다. -알베르토 망겔(≪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