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역사 서술은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역사교과서도 객관적 진리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자료라고 생각하여 객관적인 역사 서술을 지향했고 역사의 내용은 이미 고정된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면 되었다. 교과서를 쓴 저자의 관점이나 해석이 들어갔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실 자체를 다루는 것처럼 제시되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역사교과서에 실린 대부분의 역사 서술은 해석이 아니라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럼으로써 교과서내용은 절대적 성전처럼 보였다.---1장 역사교과서 서술방식과 학생의 역사 이해
가르치는 역사지식은 학생의 머릿속에 자리 잡는 순간에 다른 역사인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역사텍스트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가치관이나 다른 사람의 관점이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대로 인식된다는 보장이 없다. 예로 수업시간에 교사가 “이성계는 훌륭하다”고 설명해도 어떤 학생은 “쿠데타를 일으킨 인물이라서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교사가 “A는 B다”라고 가르치더라도 학생들은 그 사실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각자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판단한다. 따라서 역사교과서 서술은 학생과의 의사소통을 중시해야 한다. 하나의 사건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인상적인 예를 들거나 적절히 비교함으로써 학생들이 역사적 사건을 잘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그러했다”가 아니라 “그와 같은 일이 그래서 일어났을 것이다”로 서술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1장 역사교과서 서술방식과 학생의 역사 이해
학생들은 인터넷 검색, 홍보책자를 통해 기본지식을 얻기도 했지만 국사교과서의 내용과 서술방식에 많이 의존하였다. 그러다 보니 국사교과서에 정보가 없는 융건릉을 다녀온 학생들이 작성한 소감문의 내용은 유독 빈약했다. 덕수궁 팸플릿에는 여러 건물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담겨 있으나 유독 석조전, 정관헌에 관심을 보인 학생들에게서도 교과서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경복궁을 ‘위엄’의 상징물로 보고 서대문형무소를 ‘일제의 수탈과 민족의 저항’의 관점으로 보는 학생들의 태도도 이를 말해준다. 그리고 교과서 저자가 일방적으로 서술한 문화재에 대한 평가와 느낌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학생들은 문화재를 바라보는 독창적인 안목을 상실하였다. 특히,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평가된 문화재에 대한 서술방식도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쳐 학생들의 소감문에는 문화재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1장 역사교과서 서술방식과 학생의 역사 이해
일반적으로 독자가 저자를 알고 글을 읽으면 의미를 이해하기 쉽다. 독자는 글을 읽는 동안 저자에 대해 일정한 상을 만들어 그 상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거나 주제에 대한 신념을 갖는다. 수사는 독자가 저자의 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수사는 텍스트 안에 저자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저자와 독자 혹은 상황과 주제 사이의 관계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역사교과서의 저자들도 어떤 장치를 사용하여 텍스트 속에서 자신을 알리고자 한다. 저자를 알기 위해서는 이런 장치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 장치 중 하나가 메타담론이다. 메타담론은 텍스트에서 저자가 말하려고 것을 보여주는 수사 장치다.---3장 수사적 표현으로 본 국사교과서 서술 분석
인칭대명사의 변화 정도는 수사적 표현을 분류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초기에 자주 등장한 ‘(괴수) 수길’이나 ‘(효융) 수길’, ‘(우리) 순신’, ‘우리나라’, ‘우리 군대’라는 표현은 저자가 확실하게 조선 편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 순신이’는 저자가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상당한 애정과 호감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3장 수사적 표현으로 본 국사교과서 서술 분석
교과서 서술이 응집성이 있으려면 상위구조와 하위구조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수집관계로만 이루어진 서술에 비교대조관계, 문제해결관계, 인과관계 등으로 변화를 줄 필요도 있다. 또 하위구조가 없는 상위구조의 수는 적당하게 줄여야 한다. 교과서 서술은 중심내용이 텍스트의 상위구조에 위치하여 학생들이 쉽게 인식하고 회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과서는 하위구조가 상위구조를 응집성 있게 뒷받침하지 못했다. 삼국과 남북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조선후기 공예를 다룬 단원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발견되었다. 상˙하위구조의 응집성이 떨어지면 의미 전달이 명확하지 않아 학생들은 글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평할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에 비해 문화사 단원, 특히 문화사 마지막의 공예를 다룬 단원에서 이것저것 많은 내용을 넣으려다보니, 상˙하위구조의 응집성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4장 텍스트구조와 수사적 표현이 결합된 서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