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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

시인동네 시인선-20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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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78g | 125*204*20mm
ISBN13 9791158965952
ISBN10 115896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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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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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은 내가 미쳐서 생기는 것이라더군

당신 쪽 향하고 있을 때 비로소 낮 되고

당신 반대편에 있을 때 깜깜한 밤 되는 것이라는데

자꾸만 자꾸만 당신 환하게 떠올랐다는 것은

하늘 가리는 어둠 깊어도 그대 향해 뒤척이며

밤새 자전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움 멈추지 않았다는 것

내가 당신에게 미쳐서

밤낮으로 돌고 돌았던 것이라더군
---「자전」중에서

서투른 모과 향 펄펄 끓어오를 때 몰랐다
누군가 오래오래 바라보며 살아가는 거

모과나무 움터오는 숨소리에 온몸 가려울 때도 몰랐다
나 토해내고 너 받아내는 거

한 획으로 떨어져도 쪼개지지 않는 모과 보고도 알지 못했다
하루 종일 흐트러지지 않게 너 생각하는 거

반가(半跏)한 자세로 꿈쩍없이 풀밭에 앉아 있는 금동 모과상

어쩌면 모과는 생을 건너갈 때
빼꼭한 잎 일심일심(一心一心) 세면서
삐뚤빼뚤 금강경 한 구절이라도 새기고 있었는지 몰라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기 위해
일보일배(一步一拜)의 순례길 걸어온 금동 모과상

머리부터 발끝까지 금빛으로 타들어 가는 것쯤
끝이 아니어서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겠다
---「금동 모과상(木瓜像)」중에서

사람 마음처럼 나무도 걸어서 천릿길 갑니다
서귀포 표선면 녹산로 눈부신 벚나무도
춘삼월에 닷새를 걸어
부산 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까지 오는 걸 봅니다
봄은 짧아도 인연은 길어
비워도 비워도
버릴 수 없는 꽃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서둘러 피었다가 쉽게 가버리더라도
나무가 품고 있는 꽃이
그대 다시 불러오니
불 꺼진 마음에 모처럼 불을 켭니다
나무에서 나무까지
제주에서 물고 온 별들 걸어두면
사람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 모여
다 지나갈 거라고
흐드러진 향기로 상처를 씻습니다
---「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중에서

깊은 밤 꿈속에서 무엇 캐는지
차오르는 숨
휴우우
꿈 밖으로 숨비소리 내뿜는 아내
밤마다 해녀가 된다

아직도 어린잎들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입술 푸르도록 숨 참느라
물 위로 떠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뒤웅박 팔자 띄워놓고
억척스런 자맥질마다 막혔던 숨
한꺼번에 몰아쉬며
늦도록 푸른 바닷길
건너고 있다
---「아내는 해녀」중에서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여러해살이다
인기척만 있으면 아무리 추워도 얼어 죽지 않는다
좋을 때나 궂을 때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다
자주 손잡아줘야 구김 없이 잘 자란다
외로움에 취약하니 늘 가까이에 두고 봐야 한다
하나씩 안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강가 떡갈나무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속 훤히 비치는 마음 나만 모르는 것이다
보내달라고 해도 끝내 놓지 못한다
---「사랑 설명서」중에서

가느다란 눈가 주름 같은 골목 앞에서
아내 위해 꽃을 산다
별 빛나는 밤과 곱게 물든 노을 섞어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은 뜨거운 문장 한 다발 만들면
한 번도 버림받은 적 없는 꽃 되리라
함께할 때나
혼자일 때도 빛났던 영혼 돌려주러
꽃 선물하면
아내는 웃으며 돈으로 달라고 한다
돈이 더 좋단다
말문이 막히지만
그래도 당신 덕분에 내가 더 환하다
---「꽃과 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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