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Samuel Langhorne Clemens 1835-1910)이다. 트웨인은 미국 사실주의 문학의 시대에 뛰어난 상상력으로 다양한 장르의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여 ‘미국문학의 링컨’ 또는 ‘미국문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고 있다. 트웨인은 미시시피 강을 경계로 일리노이 주와 마주보고 있는 미주리 주의 소도시 플로리다(Florida)에서 태어나 4살 때 미시시피 강변의 한니발(Hannibal)로 이주한 후로 어린 시절을 주로 이곳에서 보낸다. 그는 치안판사였던 아버지가 11살 때 갑자기 폐렴으로 사망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인쇄소 견습공으로 산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트웨인은 남북전쟁 전에 미시시피 강에서 여객선의 수로 안내인으로 활동했던 시기에 ‘배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강물 깊이’(12피트, 약 3.6m)를 의미하는 수로 안내인들의 전문용어인 ‘마크 트웨인’을 필명으로 차용한다. 트웨인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명한 아동소설인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을 발표했으며 『미시시피 강에서의 삶』(Life on the Mississippi)이라는 회고록을 남긴다. 이후 트웨인이 미시시피 강변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과 다양한 경험들은 그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자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상징과 모티브로 작용한다.
트웨인은 아동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외에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특히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 『잔 다르크의 개인적인 회상』(Personal Recollections of Joan of Arc)에서는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를 배경으로 19세기의 미국사회와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또한 트웨인은 자동 인쇄 식자기 개발에 투자를 하거나 브래지어 후크 같은 발명과 과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바보 윌슨』(Pudd'nhead Wilson)이나 미완성 유고작인 『신비한 이방인』(The Mysterious Stranger) 같은 과학적인 상상력이 두드러진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균들 사이에서 3,000년』(3,000 Years Among the Microbes)에서도 트웨인의 과학적인 상상력이 잘 드러나는데, 이 작품은 트웨인이 죽기 5년 전인 1905년에 썼지만 퇴고의 과정을 끝내지 못한 미완성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트웨인이 죽은 후 다른 많은 미발표 원고들과 함께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공상과학소설로 분류되며 특히 트웨인의 기발한 과학적인 상상력이 그의 유머와 풍자적인 기법과 잘 결합된 작품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세균들 사이에서 3,000년』은 그의 독특한 발상과 비유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웃음과 흥미를 유발시킨다. 그러나 트웨인이 초고를 끝내고 수정작업을 하지 않아서 중간에 단절되고 중복된 플롯과 다듬어지지 않아서 생경하고 어색한 표현이나 비문의 문장과 문체가 그대로 고쳐지지 않은 상태로 출판되었다.
비록 『세균들 사이에서 3,000년』은 세련되게 조탁되거나 완성된 작품은 아니지만 오히려 미완성의 원고상태를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트웨인의 작품에 대한 의도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작품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 중에 하나인 메타픽션의 소설쓰기의 기법을 엿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트웨인만 알고 있는 다양한 부호와 생략 그리고 여러 가지 특이한 세균들의 이름과 표현 등은 해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트웨인의 과학적인 상상력이 독자들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크 트웨인의 작품들은 국내에서 대부분 많이 번역되었지만 『세균들 사이에서 3,000년』은 국내에서 번역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아마도 트웨인 자신이 작품의 서문에서 “이 작품은 역사이지만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 . . 이 책은 좀 지루한 독서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 또한 유용한 독서를 보장한다.”라고 밝히고 있듯이 역사처럼 보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에 의한 여러 가지 사실들의 단순한 나열이 지루한 인상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작품 중간의 길고 지루한 저자의 개입과 주석의 난해한 부분은 소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세균에 관한 연구서처럼 보이게 할 정도이다. 그리고 다양한 세균들의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암호처럼 자음의 알파벳으로 길게 나열되어 있어 해석에 장애가 되고 있다. 게다가 작품의 내용 속에는 작가인 트웨인이 직접 붙인 긴 설명의 노트와 함께 작품의 원전에 대한 출판 편집자의 주석이 같이 섞여있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플롯의 중복과 바꿔 쓰기 및 생략 등 복잡한 플롯구조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런 여러 가지의 이유로 국내에서 번역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번역에서 사용한 『세균들 사이에서 3,000년』의 작품 원본은 트웨인의 미발표된 후기 작품들을 모아서 존 터키(John S. Tuckey)가 편집하고 머리글을 붙인 캘리포니아 대학교 출판사의 1968년 판본이다. 번역과정에서 직역보다는 의역을 통하여 가독성을 높이려고 했지만 영어원본에 종종 오래된 생경한 어휘와 모호한 표현의 부분들이 많아 때로는 원작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려고 한 부분도 있음을 밝힌다. 되도록 원문의 내용을 왜곡시키지 않고 저자의 의도를 잘 드러내려고 노력했고, 특히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난해한 또는 비유와 풍자적인 함의가 담긴 어휘들에 대해서는 역자의 주를 괄호 안에 넣어서 설명하였다. 그리고 긴 문단과 많은 대시(dash) 기호와 인용부호 누락이나 불필요한 구두점 등은 가능한 원문의 맛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표기하려고 했다. 또한 너무 많은 이탤릭체는 중요한 것만 살리고 필요한 경우 ‘ ’ 부호로 표기하였다.
번역의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지만 트웨인의 작품 중에서 상당히 까다롭고 난해한 이 작품을 국내 최초로 번역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현재 우리 인류가 겪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COVID-19 팬데믹의 위기상황에서 바이러스처럼 인간에게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세균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이 번역을 계기로 하여 국내에서 트웨인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새로운 번역과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서문」중에서
나는 세균이다. 콜레라 세균이다. 나에게는 어여쁨이 있고, 우아함이 있고, 어떤 식으로든 또는 어디서든지 더 크게 또는 더 작은 정도로 거대한 세균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각국의 국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그러나 나는 맨 앞쪽에 콜레라 세균을 놓는다. 나는 그것의 아름다움에는 비슷한 경쟁자가 없다고 본다. 나는 아직도 인간의 세계에서 각각의 민족은 그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이탈리아 스타일, 독일 스타일, 프랑스 스타일, 미국 스타일, 스페인 스타일, 영국 스타일, 이집트 스타일, 다호미아 스타일, 아메리카 인디언, 동인도 및 기타 수천 가지 스타일, 문명화되고 야만적인 스타일, 그리고 나는 또한 각자 자신의 스타일을 가장 훌륭하고 최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기억한다.
--- pp.7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