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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9

: 5부 4권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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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134*194*30mm
ISBN13 9791130699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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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도 가고 십일월의 중순, 찬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바람에 따라 미루나무의 노란 잎새들이 눈보라처럼 흩어져 날아내리곤 했는데 해가 떨어지면서 한층 바람은 드세어졌다. 초겨울의 짧은 해는 창가에 비치는 새 그림자와도 같이 저녁을 먹었는가 했더니 어느새 사방은 캄캄, 칠흑 같은 어둠에 마을은 휩싸였다. 나뭇가지를 흔들고 길을 쓸어가는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독아」중에서

영광은 껄껄껄 소리 내어 웃었다. 공기 빠진 공처럼 찌그러지고 힘없는 웃음소리, 영광은 자신의 웃음소리가 한심했다. 전의나 전율 같은 적개심은 다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형편없이 무너지고 있는 자기 자신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환국이 역시, 영광의 태도는 예상 밖이었다. 격렬하게 맞서고 나올 것을 각오하고 나왔는데, 광기가 서려 있던 반항아, 영광의 행적을 동경서 수없이 목도했던 환국이다.
---「청춘의 향기」중에서

오가타의 누님 유키코는 딸의 몸 풀 날이 얼마 안 남았다면서 아주 가늘고 흰 털실로 갓난아기 양말을 짜고 있었다. 본시부터 다소 겉늙어 보이는 편이었지만 오십을 넘고 또 서넛을 더 먹은 유키코는 아주 늙은 여자로 보였다. 흰머리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얼굴은 주름투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끗해 보였으며 교양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이 넷을 기르고 사업하는 남편, 그에게는 늘 근심 걱정이 많았다. 오가타는 그러한 누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만 리 길을 오가며」중에서

한이 된다는 말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것 같았다. 희망이 없는 캄캄절벽, 어디서 빛줄이 새어들어 한을 풀 새날을 기다려본단 말인가.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은 비단 성환할매나 박서방뿐만은 아니었다. 최서희도 지금 평사리에 내려와 있었다. 날개 찢긴 나비같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같이, 파닥거리지도 않았고 몸부림치지도 않았다. 조용하게 사람을 바라보았다.
---「평사리의 어둠」중에서

그들은 농촌에서 건어물이나 잡화 따위를 곡식과 바꾸어 그것을 이고 지고 돌아와서는 파는데 찻삯 빼고 노비 빼고 쥐꼬리만큼 남은 이윤으로 배급쌀을 타며 땔감을 마련하기도 하여 겨우 명줄을 잇고 있는 그런 계층이다. 차부 대합실은 그들에게 매우 익숙해져 있는 곳이었지만 그러나 삶의 활력은 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영양부족과 과로에 이지러진 모습이었다. 신사 숙녀 관리 학생들 앞에서는 한없이 몸을 낮추어야 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대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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