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부산 기장군 1,320,000㎡(40만 평) 대지에 건축면적 11㎡의 작고 좁은 예배실을 만들며 가졌던 고민과 결정에 대한 모음이다. 한 가족을 위한 집도 아니며, 문화시설이나 상업시설처럼 대중을 위한 공공장소도 아니고, 종교시설처럼 다수의 교인을 위한 영적 공간도 아닌, 오직 건축주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예배실을 짓는 이야기다.
--- p.59 「조신형, ‘스토리 - 땅. 40만 평 중 3평」중에서
이왕 짓는 건물이 좀 더 커도 좋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곳에서는 마땅히 작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건축주보다 먼저 무릎을 땅에 대고 하늘로 두 손을 모은 어머니의 기도를 봐야 한다. 그의 어머니는 생전에 집 옆에 작은 동굴을 직접 만들고 매일 그곳으로 들어가 기도했다.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동굴에서 나오는 법이 없었다. 모놀리틱 스톤은 그 기억과 정서만을 담는 꾸밈 없는 예배실의 원형이어야 했다. 검박했던 어머니의 동굴에 대한 기억이 모놀리틱 스톤이란 바위로 오마주된 것이다.
--- p.61 「조신형, ‘스토리 - 기능. 딱 한 사람만을 위한 예배실」중에서
이 문을 통과할 때 건축주가 가장 불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문 앞에서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그래서 이곳에 들어가고 나감을 온몸으로 감각하기 바랐다. 옛 기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문의 무게를 상당히 무겁게 약 200㎏으로 제작했다.
--- p.63 「조신형, ‘스토리 - 형태. 바위라는 메타포」중에서
개인적으로 정오에 직사광선으로 내리쬐는 빛보다 비스듬히 사선으로 들어와 벽에 맺히는 빛이 더 좋다. 곡률이 다른 내벽에 빛이 산란되는 모습은 마치 빛이 춤을 추는 것 같다. 오전까지는 한쪽 벽에 맺혔던 빛이 오후에는 반대 벽으로 넘어가 비대칭 같은 대칭이 이뤄지는 순간도 흥미롭고, 광선처럼 내리쬐던 빛줄기가 불룩 나온 벽에 맞고 마침내 초승달 모양처럼 맺힐 때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 p.70 「조신형, ‘스토리 - 빛. 빛을 편집하다」중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가로서 늘 꿈꿔오던, 그러나 아직 이루지 못한 실험에 관한 도전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덩어리가 전체를 이루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표면을 모듈화하되 이음새나 접합부 없이 매끈하게 하나의 표면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 p.73 「조신형, ‘스토리 - 재료. 한계를 넘어」중에서
그날, 나는 늦은 오후의 석양과 나무 그림자가 거석 표면에 드리운 풍광에 크게 감동했다. 밝게 빛나는 매끈하고도 기하학적인 표면과 바람에 흔들리는 짙은 나무 그림자가 만들어낸 대조는 예상을 뛰어넘는 자연과 건축의 변주 그 자체였다.
--- p.101 「천의영, ‘비평 - 모놀리틱 스톤, 탈모듈과 미분기하학의 변주」중에서
삼차원 곡면으로 이음매 없는 매끄러운 표면을 구체화해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은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라는 재료 사용으로 이어졌다. UHPC는 두껍게 타설된 콘크리트를 종이처럼 얇게 만들어 공간을 확보하고 구조를 보다 견고하게 한다. 이는 건축가가 평소 관심을 가졌던 미분기하학(differential geometry)의 형상과도 관련이 있다.
--- p.103 「천의영, ‘비평 - 모놀리틱 스톤, 탈모듈과 미분기하학의 변주」중에서
최초 타설하고 3시간 후 다시 콘크리트를 붓는 과정을 거듭하며 총 3일간 심혈을 기울인 끝에 형태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경기도의 스튜디오미콘 공장에서 출발한 레미콘 차량이 자재를 부산까지 운반하고 이를 수공예 하듯 미술 작품처럼 시공했다. 설계사와 시공사의 혼연일체 없이는 불가능했을 작업이다. 비용 또한 3억 원 가까이 들었으니 평당 1억 원이 들어간 조각 작품이나 다름없는 훌륭한 건축 폴리(folly)의 하나이다.
--- p.105 「천의영, ‘비평 - 모놀리틱 스톤, 탈모듈과 미분기하학의 변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