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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2장 해킹피해자연대 3장 레이 공략 4장 베르테르 에필로그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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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주변으로 고양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남자가 당황하며 여기저기 발길질을 해댔지만, 고양이들은 떨어지기는커녕 더 늘어만 갔다. 드문드문 보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남자가 악을 썼다.
“쳐다만 보지 말고 도와달라고! 여기 고양이 새끼들이 사람 습격하잖아, 지금!” 남자의 말에 몇몇의 시선이 움직였지만, 그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며 남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근처 담벼락에 이미 수십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 검은 고양이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남자의 온 사방이, 고양이로 뒤덮였다. 미야옹. 미야옹. 아기 울음소리 같던 고양이들의 울음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하아악. 카아악. 키아악!! --- pp.9~10 “여기까지인 것 같네.” 문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런 문혁의 표정을 선오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선오가 두 눈을 깜박였다. 문혁이 선오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선오의 눈을 보는 순간, 자신도 눈물이 날 것 같았으니까. 그런 문혁의 귓가에, 부드러운 봄바람 같은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알겠어.” 깨문 입술이 아팠다. 문혁이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용기를 내 본 것이다. 그렇게 선오와 시선이 마주쳤다. 언제나처럼 따뜻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약간 달랐다. 선오의 눈빛은 항상 빛나고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희미하다. 그래. 문혁은 생각했다. 희미해졌다. 언제나 빛나던 그 빛은, 서서히 탁해지며 그림자를 찾아 웅크리고 있었다. --- p.15 이선오. 지금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이선오를 떠올릴 것이다. 배우로도 가수로도 성공하여 수많은 팬이 존재한다. 다른 연예인의 팬들이 종종 질투심에 선오의 과거를 캐서 흑역사를 찾으려고도 했지만, 까도 까도 미담만 나오는 인성에 혀를 내두르며 오히려 호감도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만큼 완벽한, 천생 스타인 셈이다. 그런 선오의 인성은 그 누구보다 문혁이 잘 알고 있었다. 예술고 시절 동급생이자 절친이었으니. --- p.17 노트북을 빙글 돌리며, 연모가 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어차피 대한민국에서 팬심으로 노는 SNS는 한정됐거든요. 그중에 삼대장은 공식 카페가 위치한 포털 사이트, 트위터, 유튜브. 이 삼대장만 잘 노려 살피면 대부분 알아낼 수 있어요. 공카에서 집착하거나 자극적인 게시글을 올린 이들 수소문, 그리고 그 아이디나 말투 등을 트윗과 유튜브 댓글로 검색. 아, 트위터야 워낙 유명하지만 유튜브도 만만치 않아요. 렉카들 판치니까. 얻어걸리는 일도 있어서.” 점점 자신감이 붙는 말투였다. 연모가 잠깐 주리를 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공카 집착 팬, 트위터 집착 팬, 유튜브 집착 팬. 아무튼 집착하는 인간들이 문제죠. 금방 나와요. 사생만 찾으면 되니까요. 그렇게…….” 연모가 마우스를 클릭했다. 화면에 비공개 트위터 계정이 떠올랐다. “……또 찾았네요.” --- p.195 문혁이 뚫어져라 선오를 쳐다보았다. 대사를 해야 하는데 가슴 한구석이 탁 막힌 느낌이다. 문혁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오필리어여. 나는…….” “저를 사랑하나요?” “나는…….” “저를 사랑했었나요?” “당연히. 내 사랑은 언제나 당신이었소.” 약을 타 가지고 돌아온 아린이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선오가 눈을 감더니,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오가 눈을 뜨더니, 그대로 문혁을 보며 씩 웃었다. --- p.219 주리가 상체를 숙이더니 빠르게 돌진했다. 갑자기 달려드는 주리에 놀란 경호원 중 하나가 팔을 내밀었지만, 순식간에 위빙으로 피한 주리가 허리를 틀며 그대로 경호원의 턱을 라이트훅으로 갈겼다. 턱이 제대로 돌아갔는지 휘청거리던 경호원이 그대로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나머지 경호원과 레이가 놀란 눈으로 주리를 쳐다보았다. 쓰러진 경호원보다 덩치가 더 큰 경호원이 양팔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주리가 씩 웃었다. “복싱? 누구 앞에서 지랄이야!” 주리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경호원이 빠르게 다가왔다. 워낙에 덩치가 컸기에 위압감을 느낀 주리가 뒤로 잠깐 물러섰다. 카운터펀치를 노리는 순간, 덩치의 목이 꺾이며 기괴한 비명이 룸 안에 울리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주리가 놀라며 아린을 쳐다보았다. “와…… 언니 방금 뭐예요?” “하이킥. 나 킥복싱 유단자야.” --- pp.234~235 |
“자살한 게 아니야.”
팬덤이 내가 사랑한 스타의 죽음을 파헤친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음모와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 이선오. 배우로도 가수로도 성공해 수많은 팬이 존재하는 그는 명실상부 톱스타다. 다른 연예인 팬들이 종종 질투심에 사로잡혀 그의 흑역사를 찾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파헤쳐도 미담만 나오는 인성에 오히려 호감도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만큼 완벽한, 천생 스타가 바로 이선오다. 그런 이선오가 어느 새벽 숨진 채 발견된다. 발견 당시 만취 상태였던 점과 거주지 건물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아 극단적인 선택으로 추정되는 상황. 하지만, 그의 자살을 믿지 않는 이들이 있다. 선오의 옛 친구인 문혁과 아린, 그리고 아린을 중심으로 모인 선오의 팬클럽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멤버들이다. 이들은 선오가 숨진 날 새벽 문혁에게 남긴 메시지를 근거로 선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지도 모른다고 추리한다. “여전히 외우고 있어. 네가 써 준 모든 대사를.” 선오의 메시지는 문혁이 예술고 시절 선오를 주인공으로 쓴 극본 〈오필리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7년 만에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긴 채 자살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선데이 클럽 멤버들은 자신들이 사랑한 스타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성공한 로맨스 소설 작가 아린,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복싱 선수 출신 주리, 천재 공대생 연모, 전직 연극배우 지찬, 그리고 한때 연출가를 꿈꿨지만 평범한 회사원이 된 문혁. 얼핏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다섯 사람은 매 작전마다 최고의 ‘케미‘를 선보이며 사건의 핵심으로 한 발 한 발 다가선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던 이들의 자기 극복 이야기 미스터리, 로맨스, 액션…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 장르물의 완성!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엄성용 작가와 안전가옥이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다. 공포 소설로 데뷔해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발표해온 엄성용 작가는 안전가옥에서 기획, 출간한 앤솔로지 『빌런』에 단편 〈치킨 게임〉으로 참여한 바 있다. 〈치킨 게임〉은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로 닭에 대한 통념을 이용하고 비틀면서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겨냥한 SF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이번에 출간한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엄성용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작가의 장기인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로맨스, 액션 등 여러 장르를 접목한 복합적인 장르물이다. 이야기의 한 축은 인간의 혐오감과 공포를 극대화해 죽음으로 몰고 가는 ‘포비아‘ 약물이다. 다섯 명의 선데이 클럽 멤버들이 선오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마주하게 되는 음모의 끝에는 바로 이 포비아 약물이 있다.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선오의 전 매니저 장태진, 소속사 본부장 전희서와 비서 황진수, 선오의 라이벌로 꼽히던 연예인 레이와 그 소속사 대표 나원일 등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또한 개성 강한 다섯 멤버가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 작전을 성공시키는 과정은 케이퍼 무비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은 톱스타 선오와 옛 친구 문혁의 관계다. 선오와 문혁, 아린은 예술고 시절 동급생이자 늘 붙어 다니던 삼총사였다. 세 사람은 문혁인 쓴 극본 〈오필리어〉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함께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하지만, 어느 날의 일을 계기로 멀어지게 된다. 문혁의 회상 속에서 전개되는 선오와의 에피소드들은 이야기에 서정성을 부여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대체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때 누구보다 절친했던 그들은 왜 멀어질 수밖에 없었을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마지막 챕터까지 읽고 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느끼게 된다.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자신들이 사랑한 스타의 죽음을 파헤치는 팬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여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자신의 난관을 헤쳐 나간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랑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책 표지에 적힌 라틴어 격언처럼,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Omnia vincit amor)‘.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뜨겁게 사랑하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