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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제11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 개정판 ]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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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426g | 150*210*30mm
ISBN13 9791160405293
ISBN10 1160405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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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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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분화구 같았다. 지저분한 골목과 허름한 집들이 분화구 표면 여기저기에 널렸다. 지금도 분화구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 분화구가 불을 뿜어댈지 모른다. 그러나 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에 죽고 사는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분화구가 불을 뿜어대면 죽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사는 거였다. 적어도 내가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이 동네 사람들은 그랬다. 아무 생각 없이 분화구에 널려 있는 구멍 뚫린 돌처럼 이곳에 존재할 뿐이었다. 거대한 폭발이 있을 그날까지. 그날이 은근히 기다려졌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질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p.13

여우는 물탱크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교회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붉게 빛나는 십자가를 향해 고개를 한껏 치켜든 자세였다. 은빛 털이 바람 따라 간간이 나부꼈다. 여우는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 멀리서 푸른 여명이 번져왔다. 여우가 치켜든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옥상 난간 쪽으로 느리게 걸어갔다. 철제 난간은 아슬아슬하게 눈을 이고 있었다. 여우는 단숨에 난간 위로 뛰어올랐다. 곡예를 하듯 교회 첨탑으로 건너뛰었다. 순간 십자가 불빛에 여우가 붉게 물들었다. 십자가 꼭대기까지 올라간 여우는 다시 옆 건물로 가볍게 건너뛰었다. 공중에 떠 있는 십자가들을 사뿐사뿐 딛고 여우는 점점 멀어졌다.
--- pp.14~15

그때 동물원에서 여우에게 쓸쓸함을 배운 이후 나는 여우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나에게 쓸쓸함을 가르쳐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도 아버지도 가르쳐주지 않은 그것을 여우가 가르쳐주었다. 내가 여우를 사랑하게 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점차 여우와 닮아갔다. 여우처럼 자주 쓸쓸해졌다. 밥을 먹다가도, 얼굴에 비누칠을 하다가도, 똥을 누다가도 문득문득 쓸쓸해졌다.
--- pp.40~41

우리 집 식구들은 저마다 다른 우상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우상은 리모컨, 엄마의 우상은 중고 트럭이었다. 모호면의 우상은 모호했다. 지금부터 내 우상은 여우다. 동물원 울타리 안에 갇힌 여우가 아니라 십자가를 딛고 사라져버린, 은빛 여우다. 여우를 따라가면 뭔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있는 곳과 전혀 다른 곳. 아버지가 리모컨을 사수하지 않는 곳. 엄마가 트럭을 몰지 않는 곳. 모호면이 더는 모호면이지 않은 곳. 이곳이 아닌 다른 곳. 여우는 분명 그런 곳을 알고 있을 것이다. 쓸쓸함이란 비밀을 간직한 그 무엇만이 낼 수 있는 빛깔이었다.
--- p.41

노란 물탱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쭈그리고 앉아 물탱크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쫑긋한 귀에 세모 모양의 얼굴을 한 여우였다. 여우는 작고 귀여웠다. 그 옆에다 등에 따개비 꽃이 핀 귀신고래를 그렸다. 하늘을 향해 물을 뿜어대는 귀신고래 역시 작고 귀여웠다. 귀신고래 옆에다가 여우를 또 한 마리 그렸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또 귀신고래를 그렸다. 여우 옆에는 귀신고래, 귀신고래 옆에는 또 여우. 이런 식으로 그려나갔다. 노란 물탱크 하단부가 수십 마리의 여우와 고래로 꽉 찼다. 마치 여우와 고래가 강강술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p.75

옥상은 세상 구석구석 숨어 있는 비밀을 내게 누설했다. 요즘 나는, 내가 이 옥상 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큰다는 건 어쩌면 그만큼 비밀을 많이 간직한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 pp.138~139

그렇고 그런 날들이 차라리 좋을 때가 있었다. 나는 매번 무엇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살았다. 그렇고 그런 날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날들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고 그런, 변화 없는 날들이 오히려 다행스럽고 고마웠다. 멀어지는 엄마 뒷모습도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렇고 그런 날들이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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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우리들의 삶 속에 존재하지만, 잔인한 세계 경쟁에 내몰려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시공간을 여기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에서 만난다. 이 작품은 가독성이 뛰어난 감성적 문체와 환상·현실이 교묘하게 배합된 미학적 문법으로 자본주의 경쟁이 폭발하고 있는 우리네 대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핍진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아름답고 눈물겹고 쓸쓸하다.
- 박범신 (소설가)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남자아이의 시선으로 세상 밑바닥의 모습을 살핀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단문으로 끝까지 이야기를 흩트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 작가의 힘이 돋보인다. 요소요소에 에피소드도 부족하지 않게 잘 배치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책을 읽는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 이순원 (소설가)
이런 좋은 소설을 읽을 때마다 다시 고쳐 생각하는 것이 있다. 궁핍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 어른들이야 어떻게든 이 한 시절을 견뎌내겠지만 아이들이 너무 안쓰럽다고만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씩씩하며 오히려 어른들을 염려한다. 아이들은 우리들의 약점이 아니라 예봉(銳鋒)이다. 소설은 지나간 날의 무딘 한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돋아나는 날카로운 힘인 것을 이런 소설이 아니면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 황현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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