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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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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432g | 128*188*30mm
ISBN13 9791190187398
ISBN10 119018739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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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작업하던 손길을 멈추고 모니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체상을 조망했다. 디자인과 실제로 완성된 실물 사이에는 미묘한 인상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 틈새를 이미지로 메우는 기술에는 이미 이력이 붙었다. 이번 작품은 성공적이라는 감이 왔다. 만족감이 전신을 감쌌다. 나는 지금 이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황홀함에 매료되어 노아키 신야는 디자인 계열 업무를 하는 것이다.
---「첫 문장」중에서

아아아아아아. 신음은 깊어졌다. 아파 죽겠다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어도 혀가 움직이지 않는다. 혀 대신 입안에 있는 것은 견딜 수 없는 통증뿐이다. 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나는 울고 있다. 노아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잃어버린 열 개의 손가락과 혀를 생각하며 오열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서 흐르는 물은 피였다. 눈구멍은 양쪽 모두 그저 피가 고여 있었던 것이다.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다. 노아키는 몸을 비틀고 머리를 흔들며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너무도 가혹한 사태는 악몽이 아니었고 그의 육체는 극심한 고통에 쉼 없이 시달렸다.
--- p.13

“상황에 상관없이 사람을 한 명 죽이면 사형이라니 너무 불합리해. 나는 여태까지 사형제도에 찬성이었지만, 지금 와서 비정상적이라는 걸 깨달았어. 왜 가와치가 죽어야 해? 말도 안 돼.” “하지만, 그게 사회의 규칙이니까. 사람을 죽였는데 사형당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회가 더 무섭잖아. 규칙은 꼭 지켜져야해.”
--- p.89

그러나,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증거를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죽는 것은 원통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죽는 거라면 무언가를 이루고 죽고 싶다. 그래서 사회의 기생충을 박멸하기로 했다. 세상에는 썩은 인간이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놈들을 가장 용서할 수 없다. 범인 자신도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어서 자살에까지 내몰린 아이들의 기분을 잘 안다. 가해 학생을 죽이는 것은 사회정의를 위한 것처럼 여겨졌다.
--- p.168

그런데 사태는 여기서부터 지지부진했다. 경찰은 스사카를 임의동행으로 조사했으나 자신은 죽이지 않았노라는 일관된 주장을 했고 결국 자백은 하지 않았다. 사건 당일 밤, 알리바이를 물어도 집에 있었다고 말할 뿐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다. 그가 사는 저층 아파트 주민 중 교류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날 밤에 스사카가 집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누구 한 사람도 증언해 줄 수가 없었다. 철벽같은 알리바이는커녕 알리바이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스사카를 지켜주었다. 알리바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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