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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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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

: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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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08g | 128*207*20mm
ISBN13 9791189467210
ISBN10 1189467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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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시 쓰는 집사의 러브레터]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댕댕이 시집에 이은 고양이 시집. 열여덟 명의 시인들이 자신의 반려묘를 생각하며 쓴 시와 산문을 엮었다. 유심한 시인과 무심한 고양이는 오늘도 서로를 살게 하고 각자의 방식과 언어로 사랑을 주고 받는다. 이 책은 시 쓰는 '집사'들이 애정 어린 단어를 골라 고양이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 시MD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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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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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고 너는 웃지 않는다 한지가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할 때에도 일부러 내게 다가와 내 눈썹을 마구 핥을 때에도 한지야 아파 아야 내가 몸을 비틀며 웃을 때에도
한지는 웃지 않는다 한지는 눈을 감는다
---「김승일, 한지는 웃지 않는다」중에서

늦봄, 너의 앞니 수를 세어보는
그런 날에는
하루도 두리번거리지 않고
내가 찢을 수 있는 마음만 들기를
별거 아닌 애정이 아니었다고,
너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당부의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두근거리는 인간을 사랑해줘서 고마워
---「김하늘, Pit a pat」중에서

함께 겨울을
봄과 여름, 가을을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눈이 내리면
창밖을 내다보며 삶이
참 가볍구나
시간이 이렇게 가뿐하구나 말하는 신

비 내리는 밤
번개가 칠 때 보이는
우리의 실루엣
인간과 신의 그림자
---「박시하, 콘택트」중에서

어느 날 나는
고양이에게 시를 읽어주었지
한 입으로 두 가지 목소리를 내는 복화술사의 시를

고양이는 오른발 위에 왼발을 포개고
갸우뚱 나를 보았네

나는 또 읽어주었지
허공에 못을 박으려고
매일 해머를 내리치는 시인의 시를

고양이는 등을 길게 늘이더니
뒷다리로 탓, 탓 귀를 털었네
---「신미나, 묘책」중에서

콧등에 입을 맞추면 한 뼘씩 자라는 고양이야 정수리를 꾹꾹
누르며 이제 그만 크면 안 될까 처음에 나는 네게 사랑받을 가능성을
사랑했었는데 이제 네가 너무 커서 사랑 같은 건 될 대로 되라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내뱉은 다음부터가 마음인 것 같아
---「지현아, 고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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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썽의 이야기

입김 날리는 겨울 한밤. 고양이가 애옹애옹 울 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는 착한 마음. 추울 텐데 배가 고프진 않을까 걱정하는 그것은 사람의 본심. 나는 가끔 고양이가 세상에 있는 까닭이 우리 안의 착함을 깨닫게 하려는, 우리 본심을 잊지 않게 하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고양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끔 이런 것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의 질문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고 문학적인 것도 아니다. 이 우아한 생명체는 살금살금 다가와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잔다. 우리의 곁에서.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다가 팔랑거리는, 이를 테면 나비 같은 무용한 것을 뒤쫓는 데에 한껏 시간을 사용하면서. 그러곤 소리 내지 않고 곁을 떠나는 것이다.

고양이의 이런 면은 어쩔 수 없이 시인과 닮아 있지. 나는 결국, 시인과 함께 사는 고양이는 어떤 기분일까 싶어지는 것이다. 열여덟 명의 시인. 그들과 함께 사는 고양이. 매사 유심한 시인들과 매번 무심한 고양이들의 사이 아찔아찔한 균형의 삶이 담겨 있는 이 시집을 붙들고서 내가 넘겨간 것은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썽의 이야기. 사진도 짧은 산문도 이들의 시도 "까슬까슬한 봄 햇살" 같아서 마음을 이리저리 뒤흔들어놓다가 기어코 포근해지고 마는 거였다. 이런 사랑. 아이코, 결국은 사랑. 그것이 아닐 수 없었다. 헌사에 적힌 마흔넷 이름들로부터 도착한 우리 마음을 살펴 읽어볼 것. “머나먼 거기서” 우리를 위해 찾아온 그들의 생을 성심껏 보살필 것. 그리하여 마음껏 사랑할 것.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를 두고 그대 독자들에게 당부할 것은 이것뿐이다. 나의 고양이 책을 소중히 맡아주었으면 좋겠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유희경 (시인, 서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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