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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집사의 러브레터]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댕댕이 시집에 이은 고양이 시집. 열여덟 명의 시인들이 자신의 반려묘를 생각하며 쓴 시와 산문을 엮었다. 유심한 시인과 무심한 고양이는 오늘도 서로를 살게 하고 각자의 방식과 언어로 사랑을 주고 받는다. 이 책은 시 쓰는 '집사'들이 애정 어린 단어를 골라 고양이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 시MD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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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간신배 관심배 철수(여, 9살) | 사단법인 취업 지침 | 정물 김건영 나의 단이 | Take a look |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야옹 김승일 네가 보고 싶어 | 한지는 웃지 않는다 | 나는 모스크바에서 바뀌었다 김잔디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 고양이 심정 | 고양이 잠 김하늘 나의 늙은 고양이 | NEAR AND DEAR | Pit a pat 박시하 알 듯 모를 듯 사랑해 | 콘택트 | 너의 집에 산다 배수연 누가 누가 함께 | 누 | 아메 백은선 뾰족한 투명 | 아이누 | 날개가 길어지면 찾아갈게 신미나 묘곡장 | 묘책 | 궁남지 유진목 동시에 | 옥사나 | 동묘 이민하 그분이 오신다 | 신비주의 | 시간 속의 산책 이현호 오늘의 방 | 고양이 세수를 배우는 저녁 | 계시 조은 개 떼 | 아직도 | 젠틀맨을 들이다 지현아 고릉고릉 | 넌 어디에 있니 | 고라 최규승 뭐, 닮은 데, 있는, 없는 | 그루밍 선데이 | 너라는 고양이 한연희 너무나 다른 너희 | 호랑과 신령 | 손톱달 한정원 The Apple of My Eye | 10시 10분 | 나 어디 있게? 황인숙 눈 오는 날, 삼냥이들 | 털 빗는 노래 | 란아, 내 고양이였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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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고 너는 웃지 않는다 한지가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할 때에도 일부러 내게 다가와 내 눈썹을 마구 핥을 때에도 한지야 아파 아야 내가 몸을 비틀며 웃을 때에도
한지는 웃지 않는다 한지는 눈을 감는다 ---「김승일, 한지는 웃지 않는다」중에서 늦봄, 너의 앞니 수를 세어보는 그런 날에는 하루도 두리번거리지 않고 내가 찢을 수 있는 마음만 들기를 별거 아닌 애정이 아니었다고, 너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당부의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두근거리는 인간을 사랑해줘서 고마워 ---「김하늘, Pit a pat」중에서 함께 겨울을 봄과 여름, 가을을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눈이 내리면 창밖을 내다보며 삶이 참 가볍구나 시간이 이렇게 가뿐하구나 말하는 신 비 내리는 밤 번개가 칠 때 보이는 우리의 실루엣 인간과 신의 그림자 ---「박시하, 콘택트」중에서 어느 날 나는 고양이에게 시를 읽어주었지 한 입으로 두 가지 목소리를 내는 복화술사의 시를 고양이는 오른발 위에 왼발을 포개고 갸우뚱 나를 보았네 나는 또 읽어주었지 허공에 못을 박으려고 매일 해머를 내리치는 시인의 시를 고양이는 등을 길게 늘이더니 뒷다리로 탓, 탓 귀를 털었네 ---「신미나, 묘책」중에서 콧등에 입을 맞추면 한 뼘씩 자라는 고양이야 정수리를 꾹꾹 누르며 이제 그만 크면 안 될까 처음에 나는 네게 사랑받을 가능성을 사랑했었는데 이제 네가 너무 커서 사랑 같은 건 될 대로 되라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내뱉은 다음부터가 마음인 것 같아 ---「지현아, 고라」중에서 |
알 듯 모를 듯 사랑스러운
우리의 작은 신들 시쳇말로 고양이의 반려인은 스스로를 ‘집사’라고 칭한다. 반려인의 말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관심사와 필요에 집중하는 고양이의 습성상, 반려인으로 하여금 고양이를 모시는 기분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김건영 시인은 「Take a look」이라는 시에서 집사에게 실망했다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고양이의 목소리를 빌린다. 나 고양이는 집사에게 실망했다 나 고양이는 너보다 어리게 태어나서 영영 너보다 우아하게 영영 늙어갈 것이니 -「Take a look」 부분 박시하 시인은 더 나아가 고양이들을 “내가 모시는 신”이라고 말한다. 「콘택트」라는 시에서 고양이는 인간이 잘 때, 먹을 때, 그리고 울고 있을 때 가만히 지켜보는 신으로 나타난다. 그 신의 말린 꼬리는 근원 모를 우주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물음표가 되기도 한다. 고양이를 신이라고 말하는 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면 왜일까. 반려동물이 특별히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지 않더라도 그저 그 존재만으로 우리에게 선한 영향력을,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민하 시인은 아픈 고양이를 자신이 살린 줄 알았는데 “그분들이 나를 하루씩 살려주신다”라고 고백하며 고양이들을 두고 “내가 만난 지상의 천사들”이라 말한다. 지현아 시인은 고양이를 만나고부터 “세상에서 가장 좋은”이라는 표현을 쓸 줄 알게 되었다. 조은 시인에게 고양이들은 빗물 뚝뚝 떨어지는 집에서 함께 미끄러지며, 그럼에도 살아가는 동병상련의 가족이다. 이현호 시인은 방 어디든 내키는 대로 누워 고르릉거리는 고양이들을 보며 자신이 살아 있음을 깨닫는다. 이토록 다양한 표현들로 시인들은 살게 하는, 함께 사는 고양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의 시어를 써 내려간다. 그 시어들은 존재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되는 신들에게 바치는 기도가 되기도 한다. 함께 겨울을 봄과 여름, 가을을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콘택트」 부분 안부를 아무리 물어도 닿을 수 없는 날도 오겠지만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 개라는 이야기가 있다. 처음 그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든 간에 대부분의 집사들은 고양이의 목숨이 아홉 개이길 바랄 듯하다. 배수연 시인은 말한다. “어쩐지 고양이는 죽음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이는 심장이 좋지 않은 고양이가 부디 오래 살길 바라는 염원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반려동물들 대부분이 인간보다 짧은 시간을 살다 간다. 고양이도 예외는 아니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너 주인을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백은선 시인은 그런 기대조차 할 수 없다. “함께할 때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한없이 긴 줄 알았다”라는 목소리가 더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연희 시인 또한 먼저 떠난 고양이를 그리워하며 애도의 시를 적어 보낸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 너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침대에 누운 작은 짐승이 느릿느릿 기어간다. 이불을 들추니 풀썩 꺼지고 만다. 둥그런 형체가 있던 자리를 만진다. -「손톱달」 부분 반려인들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순간부터 끝을 생각하며 지낸다. 어쩌면 함께 보내는 많은 시간들은 이별 이후의 시간을 견디기 위한 연습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김승일 시인은 고양이와 함께 잠자는 행복한 시간에 대해 말하며, “너와 같이 자는 게 죽음이라면 좋겠어. 그러면 그 행복은 끝나지 않겠지”라고 덧붙인다. 유진목 시인 또한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사랑하는 존재들을 생각하며, 자신이 먼저 떠났으면 좋겠는 마음과 자신이 가장 나중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사이를 오간다. 고양이와의 행복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기에 반려인은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행복한 풍경을 보고 서로의 기억에 남기려 애쓴다. 김하늘 시인은 “해마다 피던 벚꽃을 꼭 네게 보여주고 싶”어서 안락사를 권유받은 고양이를 정성으로 살려낸다. 그리고 함께했던 시간을 내내 기억할 수 있도록 “두근거리는 인간을 사랑해줘서 고마워”라고 깊은 애정의 편지를 보낸다. 황인숙 시인은 눈 오는 날 카메라로 고양이들을 찍어두며 “어차피 야옹이들은 보지도 못할 사진”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찍어두었던 사진을 통해 먼저 떠난 고양이를 다시 본다. 풍경은 그토록 오래 남아 생전의 시간을 되돌려낸다. 그렇기에 최규승 시인이 「그루밍 선데이」에서 그리는 “까슬까슬한 봄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는 고양이의 풍경 같은 것들은 이후의 시간을 살아갈 반려인들에게 더없이 귀중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양이는 태연하다. 김잔디 시인의 그 말대로 “자기 생의 행운과 액운을 모두 꿰고 있는 것 같다.” |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썽의 이야기
입김 날리는 겨울 한밤. 고양이가 애옹애옹 울 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는 착한 마음. 추울 텐데 배가 고프진 않을까 걱정하는 그것은 사람의 본심. 나는 가끔 고양이가 세상에 있는 까닭이 우리 안의 착함을 깨닫게 하려는, 우리 본심을 잊지 않게 하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고양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끔 이런 것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의 질문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고 문학적인 것도 아니다. 이 우아한 생명체는 살금살금 다가와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잔다. 우리의 곁에서.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다가 팔랑거리는, 이를 테면 나비 같은 무용한 것을 뒤쫓는 데에 한껏 시간을 사용하면서. 그러곤 소리 내지 않고 곁을 떠나는 것이다. 고양이의 이런 면은 어쩔 수 없이 시인과 닮아 있지. 나는 결국, 시인과 함께 사는 고양이는 어떤 기분일까 싶어지는 것이다. 열여덟 명의 시인. 그들과 함께 사는 고양이. 매사 유심한 시인들과 매번 무심한 고양이들의 사이 아찔아찔한 균형의 삶이 담겨 있는 이 시집을 붙들고서 내가 넘겨간 것은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썽의 이야기. 사진도 짧은 산문도 이들의 시도 "까슬까슬한 봄 햇살" 같아서 마음을 이리저리 뒤흔들어놓다가 기어코 포근해지고 마는 거였다. 이런 사랑. 아이코, 결국은 사랑. 그것이 아닐 수 없었다. 헌사에 적힌 마흔넷 이름들로부터 도착한 우리 마음을 살펴 읽어볼 것. “머나먼 거기서” 우리를 위해 찾아온 그들의 생을 성심껏 보살필 것. 그리하여 마음껏 사랑할 것.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를 두고 그대 독자들에게 당부할 것은 이것뿐이다. 나의 고양이 책을 소중히 맡아주었으면 좋겠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유희경 (시인, 서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