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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죽이거나

: 나의 세렝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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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78g | 152*225*30mm
ISBN13 9791167780843
ISBN10 116778084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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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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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의 법칙은 간단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매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것. 살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이 역설이야말로 이 평원의 모든 존재가 감내해야 하는 숙명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남들이 먹다 버린 뼛조각 하나도 챙길 수 없었다.
--- p.31

“도망쳐! 외눈박이야!”
누사의 비명이 채 잦아들기 전에 왼편 덤불에서 사자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튀어 올랐다. 그러고는 밤하늘을 가르는 유성처럼 곧장 형을 향했다. 뜨악해서 비명도 못 지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러나 형은 순식간에 몸을 오른쪽으로 누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땅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그 바람에 외눈박이의 발톱은 아슬아슬하게 형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털끝 하나의 차이로 놈은 허방을 휘젓고는 제풀에 나뒹굴었다.
--- p.46

“상대를 막판까지 몰아붙일 힘과 계략이 없으면 싸움을 시작하지 마라!”
어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마디씩 딱딱 분지르듯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아버지의 옆자리로 돌아갔다. 짓무른 시신에서 흘러나오는 진물로 아버지의 자리는 흥건했는데, 두 분은 누렇게 탈색된 평원을 배경으로 다시 오래된 석상처럼 엎드려 있었다.
--- p.100

“결국 자기들이 무사하려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제물로 삼아 그 난리를 친 건가? 그 위대하다는 음제와 저 강성한 병력을 가진 아스카리 집안의 행태가 겨우 이 정도인가?”
형이 뱉어낸 긴 한숨에 모두의 발걸음이 더욱 무거웠다.
--- p.111

“니, 아까 보이까네 영락없는 모씸바더래이. 하기사 그 피가 어데 가겠노?”
할망구는 떠나는 마당에도 여전히 대정령 타령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그 너머 어딘가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온 어른다웠다. 그래서 마침내 몸도 그 너머로 가려는 모양이었다.
“이만큼 컸으믄 됐대이. 그동안 내를 델꼬 다니느라 고생했다. 어디 함 안아보자.”
--- p.247

“아, 그렇군요. 제가 씸바로 태어났지만, 응두구님처럼 풀을 뜯는 이들이 아니었으면 한순간도 살아남기 어렵지요. 그래서 이 평원에서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만…….”
“다씸바님과 저의 인연이 이후로도 내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치열하게 살아가되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이 세렝게티의 삶에 대해서요.”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하게 웃었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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