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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배반한 근대 (큰글자책)

우리를 배반한 근대 (큰글자책)

: 화려한 허울을 벗겨낸 근대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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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210*290*30mm
ISBN13 9791187700852
ISBN10 118770085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적극적 자유를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자발성, 자발성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랑, 사랑을 통한 자아의 보존과 타인과의 결합, 이런 관계 맺기를 통한 창조 행위……, 다소 관념적이기는 해도 나는 이 같은 키워드들을 음미하면서, 자유라는 이름에서 이전과는 달리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따뜻한 인간미를 느꼈다. 그것은 ‘쇼핑의 자유’에서 연상되는바, 넘쳐나는 상품들과 화려한 디스플레이로 만나는 감정이 결코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수잔나가 병원을 나오면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은 동료들이나 직원들과 서로 포옹하고 격려하면서 생기는 따뜻하고 벅찬 감정일 것이다. / 근대는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는 주었지만, 무엇을 위한 자유는 주지 않았다. 그 불균형을 틈타서 새로운 구속과 강제가 자유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온갖 자유가 만발하고 있는 듯한 지금, 누구든 각자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내가 누리는 자유는 과연 자발성과 사랑의 결과인가?
--- pp.28~29

계몽주의의 세례를 듬뿍 받은 서구의 근대 국가는 합리와 이성의 힘으로 한 개인이 미쳤는지 미치지 않았는지, 다시 말해 광기의 여부까지도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렇게 황금빛 주단이 깔려 있다고 믿은 계몽주의의 이성과 합리성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여러 가지 의미에서 파탄 직전에 이르렀다. / 대단히 허탈한 일이겠지만, 계몽주의의 합리성과 이성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 결국에는 모든 판단과 결정의 배후에 기득권 세력의 해석 권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21세기 대명천지에 왜 합리성과 이성 또는 공정과 상식의 이름으로 버젓이 야만과 퇴행의 작태가 벌어지는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우리 이제 함께 떠날 수 있어요.
일라이저: 그럴 수 없어요. (나는 미쳤지만) 당신은 제정신이니까요.
에드워드: 나도 미쳤어요, 당신한테.

영화 〈히든 아이덴티티〉의 끝부분에 나오는, 주인공 에드워드와 일라이저의 의미심장한 대화 장면이다. 이어서 그들이 함께 이탈리아의 어느 휴양지로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바뀌며 이 영화는 마무리된다. 사랑은 아니 인간의 삶은, 광기와 이성이 분리되지 않고 합쳐진 상태에 있는 숭고한 그 무엇임을 이 대화가 암시하고 있다.
--- pp.85~86

『쇼크 독트린』은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의 승리는 자유에서 나왔다는 프리드먼의 주장을 반박하는 동시에 국가와 개인들에 대한 잔인한 억압 속에서 근본주의적 자본주의가 출현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주장은 한마디로 자유시장의 역사는 쇼크 속에서 쓰였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쇼크가 없었다면 자유시장은 존재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자유시장과 프리드먼을 주술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에게 “경제는 너무나 중요해서 경제학자들에게 맡길 수 없다”라는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또 “우리가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다”라는 말도 있다. 아 참, “유한의 세계에서 끝없는 경제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믿는 자는 미치광이이거나 경제학자다”라는 말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학자란 시장의 만능을 주술처럼 외치는 신고전학파(신자유주의) 경제학자임은 물론이다.
--- pp.116~117

프랑스 혁명은 부르주아가 귀족에게서 빼앗은 특권을 자유와 평등의 이름으로 모든 인간에게 고루 나눠주려고 일으킨 혁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특권의 주인이 귀족에서 부르주아로 바뀐 사건이었다. 그러니 ‘법 앞의 평등’이라는 말은 태어날 당시부터 이미 ‘법은 만인에게만 평등하다’라거나 ‘무전유죄·유전무죄’ 또는 ‘무검유죄·유검무죄’라고 해석될 운명을 안고 있었다.
--- pp.217~222

놀랍게도 이들 영상에는 샌델이 강조하는 ‘샌델표’ 정의관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설민석 영상’의 경우, 기존의 여러 정의관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쳤을 뿐만 아니라 샌델이 비판하는 기존의 공동체주의를 샌델의 정의관인 양 소개하는 한계를 보였다. ‘김지윤 영상’의 경우, 자유의 대립항으로 공동체를 소개하지만 이를 공리주의와 동일시하기도 하고 샌델이 비판하는 공리주의를 오히려 옹호하는 등 책을 충실히 소개하기보다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체계에 책 내용을 꿰어 맞춘다는 느낌이 강했다. 내가 보기에 이들은 부분적으로 책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공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책을 오독誤讀함으로써 독자 또는 시청자를 오도誤導하고 있었다. 가장 모범적이고 전문적인 독자일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이 이렇다면 일반 독자들도 잘못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들의 소개 영상으로 책읽기를 갈음하려 한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책을 잘못 이해했을 소지도 다분하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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