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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맥주 영화

유성관 | 일토 | 2023년 06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5건 | 판매지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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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22g | 128*188*20mm
ISBN13 9791195611966
ISBN10 11956119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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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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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대해 열정적인 편은 아니다.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별 설명 없이 무언가를 정말 좋아한다고 답한 적이 거의 없다.
---「시작」중에서

군대에서 선임들과 외박을 나갔을 때, 제물포역에서 한 선임이 나에게 물었다. “술 뭐 좋아해?” 군기라는 것도 작용했겠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군더더기 없는 한 문장으로 “맥주를 좋아합니다”라고 답했다. 나에게는 잘 없었던 확신의 순간이었다.
---「시작」중에서

뉴허라이즌스호는 처음으로 제대로 찍힌 명왕성 사진을 보내왔다. 명왕성의 선명한 사진은 공개되자마자 화제가 되었는데, 표면의 얼음이 마치 거대한 하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너희는 나를 버렸지만, 나를 찾아와준 너희에게 하트를 보내줄게.’ 차가운 우주, 태양계의 가장 먼 곳에서 막냇동생이었다가 이젠 남이 되어버렸다고 재분류한 지구인들에게 명왕성은 그렇게 말을 건넸다.
---「명왕성」중에서

썸네일 항해 시간만 차곡차곡 모았어도 벨라 타르의 〈사탄 탱고〉를 봤을 거라는 말이 있다. 내가 만든 말이다. 5초, 10초짜리 쓰레기를 보면서는 1시간을 쉽게 넘긴다. 그러나 1시간짜리 콘텐츠를 앞에 두고는 클릭을 망설인다. 일정 시간 연속되는, 내가 지속해서 경험해야 할 콘텐츠를 이제는 견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쓰고 보니 놀라운 말이네. 영화를 견딘다고 표현하는 날이 오게 되다니.
---「썸네일 항해」중에서

“사장님 제가 어제 회사에서 밤샘하고 오늘 퇴근인데요. 그럴 때 먹을만한 맥주를 추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 질문을 받은 위트위트 주인장은 1초 생각하더니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마치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신탁처럼 장엄하게 운을 뗐다. “하나는 상큼하게 먹는 맥주가 있을 수 있고요. 하나는 완전 독하고 진해서 그거 한 잔 마시고 바로 고꾸라지는 그런 맥주가 있을 수 있지요.” 과연, 맥주 보틀샵을 운영하는 주인장다운 솔루션이었다.
---「퇴근 후 오른쪽」중에서

송지호 골든에일, 아야진 페일에일 따위의 캔이 든 박스 세트를 한 손에 들고, D와 나는 다른 손에 신제품 맥주 2종을 각각 일회용 잔에 담아 차에 올랐다. 막 탭에서 빠져나온 차가운 맥주가 플라스틱 컵을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20분, 맥주가 견뎌야 하는 시간이다. 맥주의 김이 빠지기 전에, 시원함이 사라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해야 한다. 시동을 걸고, T맵을 켰다. 에어컨을 풀가동했다. 그리고 달렸다.

고성에서 속초로 가는 길, 마법의 시간은 여전했고, 하늘과 구름은 더할 나위 없는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습기가 점령하는 여름이 오기 전, 6월은 기온이 아무리 높다 해도 불쾌하지 않다. 이제 막 시작된 더위는 활기 넘치는 청년 같다. 유쾌하고 힘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계절이다. 고성에서 속초까지, 그런 길을 달렸다. 이때 차에서 어떤 음악이 흘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빠른 음악이 나왔을까. 그런 음악이 어울렸을까. 글을 쓰는 지금 들리는 피터 브로데릭의 ‘Eyes Closed And Traveling’ 같은 고요한 피아노 음악도 어울렸을 것 같다. 사실 맥주를 품고 20분을 달리는 이벤트는 그 자체가 모든 것일 수도 있다. 숙소에 도착해서 마시는 맥주가 정말 시원할지, 탄산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계절, 마법의 시간에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순간은 이미 그로서 완벽하다. 신카이 마코토가 그린 것 같은 환상적인 여름의 비주얼에는 굳이 긴박한 음악이 필요 없다. 여름은 내 주위에 가득 찼고, 옆에서 찰랑이는 삼포에일은 이미 6월의 완벽한 맥주가 되어 있었다. 나는 계속 달렸다.
---「6월의 완벽한 맥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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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정말 오랜만에 ‘글’을 읽은 기분이다. 머릿속으로 늘 꿈꾸는 ‘이런 에세이를 읽고 싶다(그리고 쓰고 싶다)’의 ‘이런’에 해당하는 것들이 이 책에 다 있었다. 담백하고 덤덤한 문체 속에서 새처럼 퍼덕대는 애정을 발견해내는 재미, 일상에 그저 떠돌 뿐인 미미한 빛이 한 사람의 섬세하고 독창적인 시선을 통해 한 시절을 비추는 강렬한 햇빛으로 변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경이, 그 빛에 글쓴이만이 가진 고유한 개성이 비로소 환하게 비쳐 나올 때 느끼는 감동, 내면의 삶이 외면의 삶을 따라잡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신중한 사람의 미더운 속도를 좇는 기쁨, 젊은 시절의 어떤 반짝임들이 바람 한 번 훅 분 것처럼 사라져가는 걸 솔직하게 아쉬워하고 적절하게 체념하는 어른을 볼 때 느끼는 위로. 게다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을 읽으면서 ‘뭘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할 게 분명한, 기질적으로 유난한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유난히 좋아하는 것을 써야하는 딜레마에서 나오는 웃김까지. 어떤 글들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통째로 줄 친 글도 있으며, 은근한 위트에 열여섯 번쯤 크게 웃었다. 그리고 분하다. 6월에 무슨 술을 마신들 그의 ‘완벽한 맥주’를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
- 김혼비 (『다정소감』 저자)
오로지 활자만으로 특정한 계절과 기온, 냄새, 바람까지 감각시키는 책이다. 덕분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맥주가 마시고 싶어서 아주 혼이 났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심지어 어떤 영화는 나도 봤는데 아직 못 본 것 같고, 나도 가 본 식당인데 아직 맛보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점에서도 참 희한한 책이다. 유성관 작가의 긴 시간과 애정이 닿은 자리마다 새롭게 느껴지니 나도 당장 체험해보고 싶은 기분을 갖게 해줘서 그런 것 같다.
- 이경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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