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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걷기 전에 멈춰서다》
1. 《꽃 같은 여행》 2. 《그는 안개, 나는 길》 3. 《아이고, I go》 4. 《엄마는 누구나》 5. 《인종차별》 6. 《무례한 순례자들》 7. 《느슨한 동행》 8. 《‘열심히’를 넘어 ‘잘’》 9. 《편평하지만 난 안 편해》 10. 《바보들의 행진》 11. 《End And》 12. 《보내주는 마음》 13. 《통증의 아침》 14. 《신께서 허락하신 잠자리가 바닥이라면》 15. 《오직, 나》 16. 《사리아를 빨리 떠나고 싶단 말이야》 17. 《까미노 유니버스》 epilogue. 《역행의 자격》 |
저방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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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자가 되었고 마침내 순례자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를 완전히 놓아주는 것이다. 내가 걸어가는 느리지만 분명한 이 길 위에 그의 도태와 낙오 그리고 절망을 바랐던 나의 마음 또한 놓아두고 간다.
이 길에 오지 않을 그는 아마도 이것들을 발견하지 못하겠지만 잠깐이나마 그를 미워했던 나의 모든 혐오와 분노를 많은 순례자가 지르밟고 갈 것이다. 그는 소멸하는 안개, 나는 존재하는 단단한 길. 그것으로 되었다. --- p.28, 『그는 안개, 나는 길』 중에서 우린 변명뿐인 인생을 매번 목도한다. 그것은 과거의 나일 수도 있고 현재의 당신일 수도 있고 미래의 우리일 수도 있다. 400km 가까이 걸었지만 아직 그 이상이 남았다는 사실이 나를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의 바닥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나는 이 길을 다 걸어 내지 못하고 변명하고 싶지 않다. ‘열심히’는 변명이고 ‘잘’은 증거다. 이 길 위에서 아니 이 길이 되어 작지만 단단한 증거가 되고 싶다. ‘열심히’를 넘어 ‘잘’ 걸어 내고 싶다. 나는 그뿐이다. --- p.93~94, 『‘열심히’를 넘어 ‘잘’』 중에서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정말 마드리드로부터 레온에 왔고 우리는 대한민국의 광복절이자 복날인 오늘을 기념하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한복판에서 닭볶음탕을 먹었다. 그녀의 조건 없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순결한 마음 하나가 마드리드에서의 인연을 이곳 레온으로까지 이끌었다. 오늘 떠나신 배 선생님 부부도 오늘 찾아온 써니도 내일 헤어질 지훈이도 우리가 이 길 위에서 만나 보낸 시간이 ‘End’가 아닌 ‘And’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속한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별빛 아래서 와인을 함께 나눠 마신 배 선생님, 산티아고 순례길의 한복판에서 닭볶음탕을 융숭하게 대접해 준 써니, 순례길의 절반을 함께 걸었던 지훈이까지. 나라는 사람은 그들에게 End가 아닌 And가 되고 싶다. 나는 그뿐이다. --- p.123, 『End And』 중에서 가끔은 차가운 바닥이 나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구나, 그런 뒤에는 이토록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해 목 놓아 운다. 얼마나 더 울어야 마지막에 다다를 수 있는지 생각하다 결국은 그만둔다. 이 길을 걷는 동안 거창한 사유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나는 그저 걸을 뿐이다. 그것이 마침내 그곳에 닿는, 신께서 내게 허락하신 유일한 방법임을 이제는 안다. --- p.152, 『신께서 허락하신 잠자리가 바닥이라면』 중에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졌고 나는 잔디를 헤집고 걸어 나가며 조금 더 하늘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했다. 흙먼지에 나뒹굴던 발과 다리를 타고 초록의 내음이 올라오고 뜨거운 태양에 검붉게 타버린 피부에 핑크빛 노을이 드리워진다. 오직 나를 위해, 그저 걸을 뿐인 나를 위해 신께서 주신 선물 같은 이 하늘을, 오늘뿐인 오늘을, 눈물겹도록 흠씬 앓아낸다. 그리고 다른 순례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시간을 지나 이제 마침내 오직, 나를 이해하고 돌보는 시간으로 들어선다. 이 길을 끝까지 걸어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다른 누구도 아니기 때문에. --- p.158~164, 『오직, 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