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 보니 스물 네 살이었다. 神은, 꼭
꼭 머리카락까지 조리며 숨어 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ㅎ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
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 「비망록 중에서」, 김경미
달리는 합승 택시의 낯선 동행인
기우는 어깨 받쳐주고 싶은데
국경을 넘는 이의 증명사진같이
어두운 얼굴 읽을 수가 없습니다
불빛 기다림 오랜 세월의 톱질로 지어진 방
사랑을 찾아가려 하는데
공연한 의심으로 차 있는
터널을 지나야만 합니다
--- 「검문」 중에서, 엄승화
단칸방 - 허수경
신혼이라 첫날밤에도
내줄 방이 없어
어머니는 모른 척 밤마실 가고
붉은 살집 아들과 속살 고분 며느리가
살 섞다 살 섞다
굽이 굽이야 눈물 거느릴 때
한 짐 무거운 짐
벗은 듯 하냥 없다는 듯
어머니는 밤별무리 속을 걸어
신혼부부 꿈길
알토란 같은 손자 되어 돌아올거나
곱다란 회장 저고리 손녀 되어
풀각시 꽃각시 매끄러진 댕기 달고
신혼 며느리보다
살갑게 돌아오거나
--- p.135
...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 「혼자 가는 먼 집」 중에서, 허수경
...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 「혼자 가는 먼 집」 중에서, 허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