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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경미
2. 나희덕 3. 엄승화 4. 이진명 5. 조은 6. 허수경 7. 황인숙 |
저나희덕
관심작가 알림신청羅喜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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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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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 보니 스물 네 살이었다. 神은, 꼭 꼭 머리카락까지 조리며 숨어 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ㅎ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 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 「비망록 중에서」, 김경미 |
달리는 합승 택시의 낯선 동행인
기우는 어깨 받쳐주고 싶은데 국경을 넘는 이의 증명사진같이 어두운 얼굴 읽을 수가 없습니다 불빛 기다림 오랜 세월의 톱질로 지어진 방 사랑을 찾아가려 하는데 공연한 의심으로 차 있는 터널을 지나야만 합니다 --- 「검문」 중에서, 엄승화 |
단칸방 - 허수경
신혼이라 첫날밤에도 내줄 방이 없어 어머니는 모른 척 밤마실 가고 붉은 살집 아들과 속살 고분 며느리가 살 섞다 살 섞다 굽이 굽이야 눈물 거느릴 때 한 짐 무거운 짐 벗은 듯 하냥 없다는 듯 어머니는 밤별무리 속을 걸어 신혼부부 꿈길 알토란 같은 손자 되어 돌아올거나 곱다란 회장 저고리 손녀 되어 풀각시 꽃각시 매끄러진 댕기 달고 신혼 며느리보다 살갑게 돌아오거나 --- p.135 |
...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 「혼자 가는 먼 집」 중에서, 허수경 |
...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 「혼자 가는 먼 집」 중에서, 허수경 |
일곱 명의 시인이 고백하는 사랑의 말
지난 세기, 천년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파도를 넘으면서 사람들은 정서적인 혼돈의 시기를 거쳤다. 사람들은 미래의 희망보다는 불안을 예견했다. 혹시 새로운 세기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어두운 세계가 오지 않을까. 이는 한층 기계화되고 물질화될 세상에서 더 이상 인간적인 낭만, 고뇌는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 등속과 익숙지 않은 세대들은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데 대한 소외감이 더해갔다. 이 시집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기획되었다. 새로운 세기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말, 즉 언어로 대화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시편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가장 소중하고 변하지 않는 가치는 '사랑'이라는 사실을 독자는 시를 통해 확인하고, 위안받고, 감동할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다른 색깔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랑. 어떤 사람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존재의 근원이기도 하다. 또 신의 사랑처럼 한없이 베푸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끝없이 목마름으로 타오르는 사랑도 있다. 어쨌거나 인간은 그런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통해서 각자 삶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 시집은 그런 형형색색의 사랑의 방식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특히 시인들 자신이 추천하는 형식으로 묶여진 시편들은, 7인의 시인 나름의 개성과 문학관이 선명히 드러나 서로 비교해 보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경미의 사랑은 허탈하다. 지독한 외로움이다. 그래서 사랑에 대해 중얼거려 보지만 외로움과 쓸쓸함은 가시지 않는다. 나희덕의 사랑은 겉으로는 평화롭고 잔잔하지만 안으로는 소용돌이치는 사랑이다. 엄승화는 정열적이면서 어둡다. 간절히 갈구하는 사랑이다. 이진명은 사랑을 통해 존재를 확인한다. 미술관에서 만난 한쌍의 남녀를 보며 그들의 무늬처럼 남겨진 쓸쓸한 존재가 바로 그 자신이다. 조은에게 있어서는 사랑조차도 무덤이다. 허수경은 관능적이면서도 모성애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황인숙은 경쾌하다. 가볍다. 여름날 빗방울처럼 싱그럽다. 시인들은 이렇듯 다양한 형태로 자신들의 내면 깊숙이 삭여두었던 사랑에 대해 고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