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70년 세월이 흘러 60년 전 나룻배가 다니던 바다 위에 세 번째 다리가 통영의 명물로 2021년 12월까지 완공 예정이다. 항남동 한산대첩 광장 부근에서 동호동을 연결하는 아름다운 강구안 보도교가 2023년 4월 7일 드디어 개통되어 사람들이 다닌다. 그동안 침체된 항남동과 남망산의 문화회관과 전시실 수영장 조각공원 이순신 장군동상, 한려수도 절경, 디피랑행사장, 청마 유치환의 〈발(깃발)〉 시비까지도 시민과 관광객이 강구안 보도교를 도보로 거닐며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통영은 아름다운 곳이고 관광지다. 미륵산 케이블카에서 보는 한려수도의 수많은 섬들,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 한산도, 제승당, 이순신공원, 세병관, 충렬사, 12공방 등 찾아보아야 할 곳들이 도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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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의 점심 대접을 뿌리치고 후배들과 급식장에서 맛있고 깨끗한 점심을 먹었다. 봉사라도 하면서 먹고 싶은 급식이다. 충렬 급식이 최고라고 교장 선생님께서 자랑이 대단하다. 점심 때 집에 가서 물 한 그릇 마시고 왔다는 옛날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 허번광이 생각났다. 요즈음 아이들은 참으로 행복하구나! 둘러본 교실은 아! 이런 곳에서 공부하고 싶구나! 강당의 피아노가 너무 낡아 마음에 걸렸다. 2018년 3월 우리 가족 세 명의 졸업기념으로 피아노를 보내드렸다. 2019년 2월 22일 77회 졸업식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미리 준비해두어서 만류해도 소용 없었다. 15명뿐인 졸업생. 졸업생이 500명이던 시절이 아득하고 그립다. 도심 속의 섬학교 다목적 강당 선정 소식에 통영교육의 새 중심지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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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학년 말이 되면 헌 교과서 물려받기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공부 잘하는 선배 책 물려받기 경쟁이 시작된다. 어머니 친구의 딸인 무남독녀 복미 언니의 책 예약은 내게는 행운이었다. 그 언니는 해마다 새 책을 샀기 때문이다. 소설책은 제일은행 앞에서 헌책을 24시간 하루 동안 빌려주는 이북 할아버지에게서 빌린다. 그분은 충렬 3학년 담임이셨던 조봉임 선생님의 아버지로 피난오시면서 가져온 책이었다. 밤 12시면 전깃불이 자동으로 꺼질 때여서 다 읽지 못하면 다음날 수업시간에 숨겨두고 읽었다. 신간 소설이 나올 때마다 이문당에 매일 들러 살 것처럼 하면서 며칠 동안 눈치껏 읽었을 때의 그 감명이란…. 그때 도서관이 있었더라면…. “일본인은 한국인을 겁내지 않는다.” 한국인은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무서운 비판은 마음 깊이 새겨졌다. 지금처럼 입시지옥이 없었기에 독서를 많이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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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0명 넘는 응시자 중 132명만 합격.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교원자격증과 교사 발령까지 양손에 떡을 쥐고 기쁨은 잠시 기로에 섰다. 나를 위한 길과 가족이 원하는 길 사이에서 괴로웠다. 총장실 면접시험과 교원 2차 시험이 같은 날인 7월 24일 오전이었다. 1961년 7월 21일 1차 합격자 예비소집일. 132명 1차 합격자 중 30명은 군 입대 예정자로 발령 가능자는 약 100명. 도 장학사님은 크레파스만 잡고 오르간과 뜀틀에 앉기만 하면 합격이라며 심각한 교사 부족을 위해 2차 응시를 간곡히 당부하셨다. 합격 소식을 듣고 부산에 오신 어머니는 광복동에서 평생 처음 에니카손목시계를 사주셨다. 얼마나 교사가 되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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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하는 날 연락도 없이 뜻밖에 친정아버지와 시숙님이 함께 나타나셨다. 윤진우 교장 선생님께 사령장을 드리자 “왜 이 학교에 왔느냐?”하시며, 노발대발하면서 교육청에다 욕을 마구 퍼부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얼마나 당황했던가! 임신한 여교사라는 이유 하나로 고개 숙인 그 현장을 두 분은 어떻게 감당하셨을까? 어느새 두 분은 말없이 사라지셨고, 1학년 교실 담벼락에 붙어서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통근 교사 13명을 도착 순서대로 점수화했는데, 나는 항상 13등 지킴이었다. 꼴찌 전속은 내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후 6시 20분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데, 종례가 늦은 날은 제법 먼 거리라 빨리 오기 힘들다. 그럴 때면 한쪽 발만 버스에 올려놓고 차장의 독촉도 아랑곳없이 배불뚝이인 나를 먼저 태운 후에 오르시던 김우진 선생님의 배려와 고마움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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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8월 여름방학 때 통영여고에서 음악연수가 일주일간 있어서 이웃 학교 선생님들과도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기회가 있었다. 1962년 10월 9일부터 제1회 한산대첩기념축제 합창경연대회가 열렸다. 통영?·?두룡?·?유영?·?충렬국민학교 팀의 합창이 끝나고 산양국민학교 팀이 남편인 장상명 선생님의 지휘로 〈둥실둥실〉로 시작하여 〈산토끼〉까지 동요의 연곡을 합창했다. 쥐죽은 듯 고요했던 충무극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모두를 열광시켰고, 최우수상을 수상하여 지도력의 중요함을 확인시킴과 동시에 충무지역에 화제를 일으켰다. 그 감동의 순간들이 내 마음을 열게 했을까? 아무런 준비 없이 교사가 된 내게 격려와 용기를 주며 다가왔다. 남편은 음악교사였지만 체육기능도 탁월했다. 군민체육대회 때는 교사팀의 달리기 마지막 주자로 달려 우승하였고, 교직원 배구대회에서는 전국 고교배구대회 우승팀 선수답게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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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0일, KBS?1 TV 오후 6시 창원방송국에서 〈옻칠미술관〉의 모든 것과 김성수 관장님의 작품 제작과정이 상세히 소개되었다. 평생의 원대한 꿈을 고향 미늘언덕에 이루시고 90이 가까워오는 연세에도 건강하셔서 미술관을 운영하시고, 직접 작품도 제작하시는 것이 놀랍다. 막내딸 미영이가 아버지 미술관을 돕게 된 것 또한 다행스럽고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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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 성화가 충무를 지나간다. 어제부터 시내는 온통 축제 분위기. 날씨도 청명하다. 남편은 예술인의 제2구간 부주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받았다. 시립합창단 지휘자, 음악지부장 등 헌신적 봉사에 대한 작은 보답이었다. 8월 30일 오전 9시부터 간선도로에 늘어선 시민들의 환영속에 성화가 원문고개에서 시청을 경유하여 여객터미널에 도착한 다음 엔젤호에 실려서 부산으로 떠나는 순간이 클라이막스다. 민속놀이와 각종 공연이 신나게 펼쳐졌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봉송 장면을 찍은 사진을 서울 아파트 자취방에 걸어두고 그 모습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사진 속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곤 하였다. 그날 입은 티셔츠, 반바지, 양말, 운동화까지 그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그날을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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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배구경기가 시작되었다. 어느새 명정골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TV보다 재미있는 광경이라며 응원전이 시작되었다. 14회들은 여고 때 배구선수였던 이정화가 며칠 동안 토스 연습을 시켰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10회인 우리 팀은 직원체육 여자배구팀 주장이었던 내가 무조건 서브 연습만 시켰다. 이경자는 서브를 10개 계속 성공시켜 2?:?0으로 승리했다. 서브 작전이 주효했던 것이다. 남편들은 놀라기도 하고 신나했다.
두 번째로 축구 경기가 열렸다. 전반 15분, 휴식 5분, 후반 15분. 배구공을 이용해서 경기를 진행했는데, 배불뚝이 후배가 지키는 골문 옆으로 살짝 넣어 1?:?0으로 승리, 후배들은 선배 남편들의 응원 때문이라며 오지 않은 남편들을 원망했다. 그 뒤로 ‘슛골인 언니’라는 별명이 내게 붙었다. 후배들은 만날 때마다 수영, 노래 부르기, 배구 한 번 더 하자고 졸라댔지만, 언제나 무엇이든 오케이라는 우리 기상에 눌렸는지 도전장을 내지는 못했다. 응원 온 남편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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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기적을 주신 하나님. 분홍색 천사들이 내려온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들 부부, 딸 부부, 여동생 부부, 미화, 정석훈 선생님. 내 침대 옆에 모두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2019년 5월 12일 일요일. 오전 11시란다. 어젯밤 무릎수술 부위에 이상이 생긴 남편을 입원시키고, 교회에 출석하기 위해 집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나를 위해 새통영병원으로 달려온 식구들이다. 왼쪽 눈 위의 큰 핏줄이 터져 피투성이가 되어 실려와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한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앞니 2개가 없어지고 왼쪽 쇄골이 부러졌다. 오후 2시 2차 면회 후 서울 사람들은 모두 보냈다. 5월 13일 작은 딸 미화랑 날씬의원에서 약 2시간 눈 위 부위의 수술을 받았다. 깊게 파열되어 힘든 수술이었지만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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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어머니의 퇴근이 늦어지면 진료 다음날부터 적십자병원에 혼자 가서 스스로 치료를 받고 오던 첫째는 자립심이 강한 아들이었다. 통영에 처음 나타난 미국인을 보고 ‘장난감 사람’이 지나간다며 달려왔고, 돌 미끄럼틀을 태워주려는 사촌오빠를 “새빤스다!” 외치던 둘째는 모두를 재미있게 만들어 준 귀염둥이 예쁜 딸이다. 시간에 항상 쫒기던 교사 생활로 어머니로서의 보살핌이 부족했는데도 두 아이들은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주었다. 재호 어머니는 만날 때마다 네 아이들 친구 중 전화에 인사하는 아이들의 친구는 지훈이 뿐이라고 항상 칭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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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7일 외손자 예하가 보내준 기쁜 소식. 손기정 마라톤 선수의 출신고인 양정고등학교에서 올해는 특별히 100주년 마라톤대회가 열렸는데, 약 400명 전교생 중에서 14위를 했다고 한다. 그게 수능 성적이면 서울대 합격이라고 농담을 하면서 무릎이 나으면 내년에는 3위 안에 들것이라고 격려해 주었다. 딸과 손녀가 어버이날이라 통영에 와 있는데도 어머니 없이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까지 낸 외손자가 기특하다. 감사한 것은 지금까지 건강을 주셔서 세 손주와 큰집 신학생 은택이까지 대학에 등록시키고 막내만 남아 있다. 그들이 큰 세상으로 나아가 큰 꿈을 펼치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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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2일에 일본에서 이경자, 5월 1일에는 미국에서 강선자가 통영에 왔다. 62년 만에 만난 곱게 늙어가는 두 모습이 아름답다. 대구에서 유묘연, 부산의 이미자가 합류, 통영의 새 명소가 된 강구안 보도교를 건너고 통영김밥, 멸치회와 멸치쌈, 꿀빵도 먹고, 남망산에서 추억에 젖었다. 경자는 함께 온 두 아들과 선자는 한국 사는 딸과 함께 떠났다. 2년 후 함께 만나자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건함을 주시도록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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